3. 행복은 (성공)

by 레드뷔

고층빌딩에 반사된 아침 햇빛이 감시탑의 서치라이트처럼 출근길 직장인들을 훑어댔다. 죄수처럼 일터로 향하던 직장인들은 눈부신 빌딩을 감히 올려다보지 못하고 말없이 건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빌딩 로비 쪽으로 고급 세단 한 대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급히 들어왔다.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건물 경호직원이 헐레벌떡 나와 허리를 굽히며 뒷좌석 문을 열었다. 풍성한 회색 머리의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고급 정장 차림의 그는 거침없이 빌딩 입구로 들어갔다. 당당한 걸음 그리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그를 훨씬 더 커 보이게끔 했다.


“저분이 전략실의 ‘그’ 허호진 상무님이지?”

“그럴걸? 카리스마 장난 아니다.”

“봤어? 저 시계, 우리나라에 몇 개 없는 건데.”


출근하던 직원들은 그의 위용에 눌려 걸음을 멈추고 좌우로 길을 터주었다. 중년의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무심히 로비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촌각을 다투는 출근 시간이었지만 직원들은 허 상무가 타려는 엘리베이터에서만큼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그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섰으나 누구 하나 그와 함께 타려는 사람은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문 사이로 다급해 보이는 발 하나가 쑥 들어왔다.


“어떤 새끼야!! 바빠 죽겠는데!!”


엘리베이터 문의 좁은 틈으로 나온 그의 호통 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앞에는 얼음이 된 신입사원이 서 있었다.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쟤는 죽었다.”


사람들이 수군댔다.


“탈 거야?”

“네?”

“귀먹었어? 탈 거냐고?”

“아, 아닙니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죄, 죄송합니다.”


허 상무는 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당연하다는 듯 이미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덕분에 신입사원의 사과는 엘리베이터의 닫힌 문이 대신 들어줬다.


25인용 엘리베이터를 독점한 그는 내심 흐뭇했다. 공간이 권력에 비례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후부터 그는 괜히 공간이 신경 쓰였다. 그는 회장님 다음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실을 떠올리며 자신의 이름이 붙은 대표이사실을 상상했다. 허 상무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갔다.


‘대표이사라...’


호진은 비서실 주관 월간 대표이사 회의를 떠올렸다. 딱히 대단치도 않아 보이는 영감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시답잖은 농담이나 따먹던 기억에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한심한... 그런 양반들도 그 자리에 있는데, 나라고...... 확실한 한 방, 그리고 빈 자리 하나만 나면...’

그에게 이제 대표이사 자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꿈이었다.


‘아참, 00계열사 대표 말이야. 날 은근히 무시하는 것 같단 말이야. 회장님 지시사항이라고 하는데도 쓸데없는 고집이나 부리고. 하버드 출신이라 이건가? 다음번 회의 때 한 번 눌러줘야겠어. 지가 뭔데 감히 회장님 뜻을...’


호진은 집요한 질문과 원론적인 얘기를 통해 망신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00계열사 재무상태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어떤 약점을 잡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잘만 하면 한 자리 공석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혼자 타서 그런가 좀 춥네.”


그는 헛기침으로 엘리베이터 안의 한기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벽을 거울삼아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널찍한 벽에 홀로 반사된 모습은 익숙하면서 또 낯설었다. 하지만 넓은 공간이 수반하는 외로움 역시 성공의 부산물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오히려 외로울수록 성공했음을 느끼며 스스로를 고무시키곤 했다. 성공의 냄새를 풍기며 엘리베이터는 위로, 더 위로 올라갔다.

keyword
이전 02화2. 보통 날 (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