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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y 03. 2016

이 말을 어떻게 표현하지?

07주? 필요가 이끄는 외국어 공부

아래는 <외국어 덕후의 중국어 정복기> 목차이자 첫 글




오늘 상해에서 처음으로 중국어 학원을 다녀와서 오랜만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처음 공부할 때의 기분이 되살아 났다. 아직은 현지 생활이 낯선 사람들이 모여, 짧은 현지 언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이 분위기, 이 기분이 참 좋다. 그리고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차례가 되었을 때, '이 말은 어떻게 표현하지?'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이 감각이 외국어를 빠르게 배우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그 나라에 가지 않고도 이런 감각을 느끼면서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그 대답을 찾지 못했다. 예전에 영어 학습법에서 소개했던 '월스트리트 잉글리시'가 그나마 한국에서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생생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느끼는 중국어의 필요성에는 10분의 1도 미치지 않는다.



지난주 금요일에 학원에 저녁 늦게 들렀다. 그리고 오늘 레벨 테스트를 예약하고, 오늘 오전 9시에 학원에 도착했다. 20분 정도의 회화 중심의 레벨 테스트를 보고 레벨 2라는 결과를 받았다. HSK 2급에 준하는 실력이라는 뜻인데 아직도 올해 목표인 HSK 6급에는 요원하다. 그리고 처음 한 달은 빠짝 중국어에 노출되고 싶다는 나에게 오후에 있는 매일 4시간 수업반을 추천했다. 내가 오전반을 선호한다고 말하자 레벨 3의 수업이 있다고 말해주었고, 원하면 시험 수업을 들어가 봐도 좋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게 10시부터 2시간 동안 레벨 3 수업을 듣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오전의 레벨 2 수업은 ‘我是韩国人’, '我喜欢吃肉' 정도의 말 정도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나마도 한자가 아니라 병음으로만 표기하는 수업이었다. 오후 수업은 아직은 조금 짧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더듬더듬 중국어로 표현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어서, 훨씬 자극받으며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레벨 테스트를 받으면서 "아무래도 한자 문화권이니까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중국어를 잘하지?"라고 물었는데, "아니, 유럽 애들이 더 잘하더라고"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어를 배울 무렵, 특히 초반에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온 반 친구들의 스페인어 학습 속도에 놀란 적이 있다. 공부 한 적 없는 단어도 읽기만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이건 뭐 어떻게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중국어를 공부할 땐 한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외국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들어내는 자신감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해에 도착해서 그동안 조금 미뤘던 chinese skill을 다시 시작했다. 식당에 가서 '이것', '저것' 말하고 난 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함에 다시 이 앱을 열었다. 며칠 전 마찬가지로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부인과 효과적인 외국어 공부법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짧게라도 현지에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그런 환경을 만들면 좋겠지만, 외국어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혼자서 주위를 그런 환경으로 만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답답하면서도 다행인 것은 입과 목이 간질거리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2~3달 뒤에는 그래도 상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아마 중국어 학습 관련 포스팅이 잦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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