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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Mar 18. 2016

자폐증을 치료하는 동물들

자폐성 장애아의 친구가 되어주는 동물들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식용으로서의 동물, 집에서 기르는 가축, 그리고 애완동물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에는 애완동물의 개념을 뛰어넘어 '반려 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인간과 '공존공생'하는 동물을 인격화하여 우정이나 애정, 그리고 신뢰를 구축해가는 동반자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이제 그 관계는 더욱 진전하여 인간의 정신적인 면에서 치료를 돕는 '동물 매개 치료(Animal Assisted Therapy, AAT)'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이 중에 하나인 돌고래를 이용한 매개 치료(Dolphin Assisted Therapy, DAT)는 약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베시 스미스(Betsy. A. Smith) 박사는 일반인과 신경정신 장애인에 대한 돌고래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1978년 플로리다에서 처음으로 DAT를 시행했다. 그 결과 치료에 참여한 장애아들의 행동, 감정, 언어 발달 측면에서 유효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DAT도 급속도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DAT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DAT가 이루어지는 물로 인한 효과다. 돌고래의 효과뿐만 아니라 물이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 능력을 사용하는 수중치료(aqua therapy)의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돌고래'와 관련된 효과이다. 돌고래는 상처 입은 동료들을 감싸 보호하는 특성이 있으며, 사람들 중에서 아픈 사람을 식별하여 특별히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틀랜타 에모리(Emory) 대학의 과학자들은 DAT가 득 보다는 실이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DAT를 시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교육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로리 마리노(Lori Marino) 박사는 "돌고래와 수영을 하면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DAT가 효과가 있다는 어떤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즉 DAT는 어떤 질병에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과 돌고래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일을 그만두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DAT를 받기 위해서 사람들이 수천 달러를 쓰고, 돌고래들도 상처가 나거나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 밖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야생의 돌고래를 잡아서 가져오는 과정에서 많은 돌고래들이 죽기도 한다. 연구팀은 지난 8년간 발표된 5건의 연구를 평가한 결과 DAT의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확실한 효과도 없는 DAT가 발달 장애를 갖고 있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실시되고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 기분이 좋아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연구팀은 영국의 고래 및 돌고래 보존협회(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Society)와 자폐증 협회(Research Autism)에 DAT 금지 캠페인을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포획으로 잡혀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400 파운드(약 181 kg)의 야생 동물과 아이를 같은 수영장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마리노 박사는 밝혔다. 미국에서는 돌고래가 해양 동물원에서 번식된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야생에서 잡히게 된다. 핵심은 이 돌고래들이 수영장에서 살거나 DAT를 시술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1]


말을 이용한 심리치료는 히포테라피(hippotherapy)라고 하며, 재활승마(therapeutic riding)는 일반적으로 말을 치료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히포테라피는 자세, 균형, 운동에 더 중점을 둔다. 주로 물리/작업 치료사의 처방에 따라 실시된다. 재활승마는 보다 광범위한 치료에 관한 것으로 물리적, 사회적, 학습적, 감각적, 심리적 목표를 포함할 수 있고 인증 재활승마 지도사가 주도한다. 말을 이용한 치료의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부모들이 참여하에 선정한 행동 목표를 3명의 자폐성 장애아가 재활승마, 집, 지역사회에서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를 측정했다.


아동기 자폐증 평가 척도(CARS)를 통한 선별 검사에서 연구에 참여한 3명 모두 "다소 자폐적(mildly-moderately autistic)"인 성향을 보였다. 반복된 표준화 측정을 진행하는 동안 사전기준(Pre-Baseline), 사후기준(Post-Baseline)에서 사후개입(Post-Intervention), 사후철수(Post-Withdrawal)에 이르기까지 행동상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비정형 행동 검사목록-지역사회(ABC-C)에서 3명의 남아에 대해 부모의 평가는 60%에서 98% 수준을 보였다. 사회적 반응성 척도(Social Responsiveness Scale, SRS)에서는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60을 넘어 경증에서 중증의 사회성 결손을 보였다. 감각프로파일 - 보호자 설문(SP-CQ)에서는 안정적인 경향을 보였는데, 각 참여 아동은 연구 전 과정에서 낮은 근력(low endurance/tone), 감각 민감도, 앉아 있기 등에서 정상적인 능력을 보였다. 감각 반응에 있어서도 2명은 정상 1명은 감각 입력 결손(poor registration)을 나타냈다. 2명은 감각추구(sensory seeking), 1명은 소근육(fine motor)/지각(perceptual) 등에서 결손을 보였다.


1주일에 1회 재활승마를 실시한 참가자 A


- 안면긴장/악물기: 승마 시간에 문제 행동이 증가함을 보였지만 집이나 지역사회에서는 개입 중 및 철수에서 문제 행동이 감소함을 보였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기준에서 철수 간의 행동 변화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 손가락 딱딱거리기: 기준과 비교할 때 유사한 결과를 보여 승마시간에는 증가하고 집이나 지역사회에서는 감소했다. 하지만 철수 후에는 다시 크게 증가했다.

- 자발적인 의사소통 (원하는 것 표현 혹은 어떤 말이라도 하는 것): 개입과 철수 후 모두 승마시간, 집, 지역사회에서 증가했다. 기준과 개입 사이에서 말하기가 크게 증가했는데, 기준선 측정시에 이미 말하기가 증가하여 승마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1주일에 3회 재활승마를 실시한 참가자 B


- 바닥을 손으로 치기: 승마시간에는 기준선에 비해 문제 행동이 크게 증가했지만 철수 후에는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기준선과 비교할 때 집과 지역사회에서는 문제 행동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승마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 손으로 코 밀기: 기준선과 비교할 때 개입과 철수 동안 모두 승마시간, 집, 지역사회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 박수치기: 집과 승마시간에는 행동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 증가는 승마시간에서만 큰 것으로 나타났고 개입과 철수 동안에는 기준선과 비교하여 줄어들었다.


1주일에 5회 재활승마를 실시한 참가자 C


- 반향어(echolalia)/낭독(scripting): 기준선과 비교할 때 승마 개입 중 크게 증가했다가 철수 후 크게 감소. 유사하게 개입 및 철수 후에 집과 지역사회에서 크게 증가했다.

- 입에 손넣기/손가락 깨물기/손 및 먹을 수 없는 물체 넣기: 기준선과 비교할 때 승마시간에는 이 행동은 크게 줄었지만 철수까지 비교하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과 지역사회에서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 3단어 이상의 말로 요구하기: 기준선과 비교할 때 개입 및 철수 중에 크게 증가했고 집과 지역사회에서도 개입 기간 중에 증가했다. 철수 후에는 집에서 크게 증가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큰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이 외에도 부모를 대상으로 목표한 행동을 넘어서는 전반적인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부모들은 승마 개입 중 여러 행동에서 개선이 있었던 것으로 느꼈으며 철수후에도 지속되는 것으로 인지했다. 이런 행동에는 전반적인 말하기 증가, 지시 이행 능력 증가, 물리적 힘과 조정 개선, 말의 움직임에 따른 리듬 대응 능력 증가 등을 언급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승마의 횟수는 문제행동의 수를 줄이는 효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행동의 심각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행동은 승마시간 중에 흥분으로 인해 증가하는 역효과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과 지역사회에서 문제행동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돌고래와 말 외에도 자폐성 장애아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물이 바로 개다. 캐나다의 경우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와 래브라도(Labrador)가 주종이 되어 자폐성 장애아들을 보호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개들은 '도우미견(service dog)'이라고 적힌 조끼를 착용하고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 자폐성 장애아들과 함께 갈 수 있다. 애완견 금지라고 적힌 장소도 이 도우미견들에게는 예외다. 캐나다의 경우 1996년부터 '국가도우미견(National Service Dogs, NSD)'라는 협회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래브라도와 골든 리트리버를 훈련해 왔다. 이 강아지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의사의 공식 자폐증 진단서를 첨부해서 신청서를 보내면 된다. 강아지를 키우고 훈련시켜 도우미견으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만 달러(약 3,000만 원) 넘는다 (예전에 5만 달러였는데, 좀 내렸나 보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는 돈을 받고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분양한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 중에 한 명이 바로 이 강아지를 키우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동시에 데려와서 그중에 똘똘한 놈들만 골라 훈련 과정에 투입시키는 일을 했다. 그렇다. 이 놈들은 정말 선택된 강아지들이다.


이런 도우미견이 줄 수 있는 혜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 나열하자면:


- 안전성 향상: 자폐성 장애아들은 뛰어 달아나는 경향을 크게 보이며 위험에 대한 개념이 없다. 이 개들은 아이의 허리띠나 조끼와 연결된 줄에 묶여 있으며, 부모의 명령만 받도록 훈련되어 있다. 아이가 달아나려고 하면 "정지(halt)" 명령을 수행하여 개줄이 허용하는 범위 이상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다.

- 사회성 향상: 아이를 보호하는 도우미견과 함께 온 가족이 집을 나와 새로운 경험을 보다 자주 할 수 있다. 개와 함께 있는 아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개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준다.

- 분노발작과 같은 문제 행동 제어: 자폐성 장애아들은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에 어려움을 보이고 종종 감각의 과부하를 경험한다. 도우미견은 아이들이 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어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나 감각의 과부하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 또한 촉감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여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를 분양받는데 드는 돈은 따로 없지만 신청비와 기본 장비 구입비로 300 달러(약 30만 원)가 들고 식비와 여행비 등은 분양받은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J가 자폐증 진단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도우미견을 언급하면서 분양받을 것을 권고했는데, 아쉽게도 그 기회를 놓쳐 버렸다. 가끔씩 지역 자폐증 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하면 래브라도나 골든 리트리버에 딱 달라붙어 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뭐랄까 편안해 보인달까 본인도 그렇겠지만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해주는 멋진 놈들이었다.



1.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07/12/071218101131.htm

2. Margo B. Holm et. el, Therapeutic Horseback Riding Outcomes of Parent-Identified Goals for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An ABA Multiple Case Design Examining Dosing and Generalization to the Home and Community, J Autism Dev Disord. 2014 April ; 44(4): 937–947. doi:10.1007/s10803-013-1949-x.

3. http://www.nsd.on.ca/programs/certified-service-dogs-for-au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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