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사랑은 왜 늘 부족하게 느껴질까

by 굿이너프


누구나 꿈꾸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사람마다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내 눈에 가장 멋진 사람과 손 잡고 산책을 하거나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소박함부터 그보다 더 럭셔리한 공간에서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함께 하는 삶까지. 하지만 중요한 건 이상형 같은 '그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보편적인 것이어서 시대나 상황에 관계 없이 나타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제 연애는 포기하더라도 로맨스 드라마나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빠져들듯이 말이다. 마음 속에 본능처럼 내재된 '이상적 사랑을 향한 갈망'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모두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우리는 살면서 간혹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 말이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한 번 만나고, 또 한 번 만나며 사랑에 빠져든다. 우리에게는 늘 기대해왔던 무엇인가가 있다. 누구는 따뜻함을 주는 관계를, 누구는 나를 보호해줄 것 같은 강인함을, 누구는 짜릿한 흥분과 스릴 있는 경험을. 이처럼 꿈꿔 온 것들을 상대와 함께 이루어 갈 것이라는 기대. 그것이 사랑을 꿈꾸는 이유이면서 나아가 살아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이 좋다면 이러한 열망이 조금은 만족되기도 한다. 그토록 기대해 온 행복이 이루어지는듯 싶다. 그러나 그 만족은 오래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고 만다. 기대했던 만큼의 안정감이나 강렬한 애정이 더는 잘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평범하고 원하던 것과 다르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왜 그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느껴질까? 단지 익숙해져서일까? 애초에 우리가 소망해 온 것들은 말 그대로 마음 속에서만, 즉 무의식적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의 소망으로 살아가지만, 현실에는 그러한 것이 발 디딜 틈 없는 그 자체만의 기쁨이 따로 있다. 무의식적 욕망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인 동시에 현실에서 실현하려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기도 하다. 사랑도 그렇고, 성취도 마찬가지다. 내게도 크건 작건 바랐던 것들이 이뤄진 적이 있었다. 그토록 사고 싶던 스마트폰이 생겼을 때, 그토록 꿈꿔온 직업을 갖게 됐을 때, 내 이름으로 된 논문이 나올 때. 물론 이러한 것들이 성취되면 기분이 좋다. 기쁘고 꿈만 같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일상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그 이상의 것을 얻기 위해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끝없는 여정의 반복이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자기만의 짝을 찾기를 원하는 걸까? 그건 우리의 무의식이 늘 특정한 대상을 찾아내고자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잃어버린 대상(the lost object)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가장 중요한 존재를 상실해 본 경험이 있다.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보호받고,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사랑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는 곧 지나가버린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운명처럼 겪는 일이기도 하다. 심지어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유년기를 보냈더라도 그 행복한 기억 역시 더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애정어린 눈빛으로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무엇이든 마음대로 꿈꿀 수 있었던 시간, 현실을 책임질 필요 없이 안락하게 보호받던 순간들 모두. 평온하고 사랑받은 날들이 많았을 수도 있고, 매순간 버림받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다. 뭐가 되었건 가장 중요한 사람과 보낸 순간들은 앞으로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될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우리는 과거에 가졌던(혹은 가지기를 바랐던) 것을 현실 속에서 찾으려 노력하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상형이란 나만의 환상을 사랑하는 것


그럼 우리는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겸허한 마음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내 눈에 이상적인 사람이나 첫 눈에 반한 그 사람은 유일한 사람이면서 또한 동시에 대체물이다.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린 대상의 빈자리를 대신할 가장 이상적인 대체물.

상담을 하면서 그리고 일상에서도 이를 흔히 볼 수 있다. 한 남자는 어릴 적 어머니를 많이 좋아했다. 어머니도 아들을 예뻐하고 많은 애정을 주었다. 신체적으로도 가깝고 친밀했다. 남자에게는 어머니가 세상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 많은 관계가 늘 지속적인 것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불안정한 면도 컸다. 특히 어머니는 늘 정신이 없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다소 불안하고 과민했다. 밤에 어린 아들을 집에 두고 일하러 나가는 경우도 많았으며, 그때마다 아들은 엄마를 붙잡았지만 결국 잠시 멀어져야 했다. 조금 오래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어린 아들의 소망은 거의 성취되지 못했다. 이런 관계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애정은 있지만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표면적 애착관계라고 봐야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운 이러한 불안정은 그 남자가 어른이 된 후에도 남아있었다. 그는 늘 자신의 곁을 지켜줄 것 같고 예측 가능한 여성보다는 오히려 자기를 불안하게 만들고 언젠가 떠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 끌렸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는 긴장과 흥분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차가워 보이면서 언제라도 자기를 버릴 것 같은 사람을 더 이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그를 지배한 '사랑 관계의 원형'이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마음은 컸지만 그것을 지켜내기에 미성숙했던 것이다.

남자는 어머니와 피상적인 애착을 주고받았지만 깊이 있는 정서적 교류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안정적 관계가 아닌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사람과의 안정적 관계'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잃어버린 욕망은 결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사람만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안정된 만남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누구나 마음 속에 가장 결핍된 것이 있다. 단지 갖고 싶었으나 주어지지 않았기에 결핍된 것도 있으며, 내가 의지했던 존재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은 것들도 있다.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 그 사람의 어떤 면이 그토록 당신을 이끌리도록 만드는가?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형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지 그 사람이 이러저러한 좋은 면이 있어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실의 사랑은 늘 마음 속 기대와 다르다. 정신분석은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믿는 모든 것은 '진짜 그 사람'이 아니라 그것의 대체물이라고 말한다. 이는 상대를 선택하기로 한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에게 유독 빠지도록 이끄는 무의식적인 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 때 내 것이었거나 갖기를 원했으나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존재를 다시 만나고자 하는 희망인 것이다.

그렇기에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소원을 충족하기에 부족하다. 우리가 현실에서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그는 무의식의 흔적 속에 남아 있는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만족스러운 면이 조금 있더라도 모든 걸 상대방의 부족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그 역시 그저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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