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길었다. 의식하지 않고 여느 일상처럼 보내려고 했지만 오늘 아기집 속 아기 모습을 처음으로 본다는 기대가 남편에게도 나도 은근히 감출 수 없이 커져 있었다.
지난주, 임신테스트 2줄이 나오고도 열흘을 더 기다려 여유 있게 산부인과에 갔다. 아기집은 꽤 크게 생겨있는데 아기 흔적은 못 보고 나왔다. 당연하게 임신확인서를 써 주고 다음 주에 다시 와서 아기 보자고 하셨다. 태연한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네!” 하고 간결한 대답을 드리고 나왔다. 아기집이 2cm나 있는데 아기는 없을 수도 있나? 난황도 안 보인다고 하셨는데... 에이, 원래 그러기도 하나 봐.
눈에 보이진 않지만 당연히 안에 착상된 배아가 있으리라 믿었다. 아기집 초음파 사진 세 장을 잘라, 한 장은 처가, 한 장은 시가에 각각 임신 사실을 알리며 전해드렸다. 나머지 한 장은 냉장고 앞문에 붙여 놓고, 지나갈 때마다 노려보는지 쳐다보는지 모를 복잡한 시선을 보냈다. 저게 내 뱃속 상황이란 말이지, 저게 수십 센티미터로 커져서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온단 말이지, 하고.
그날 첫 초음파 사진과 즉석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일정도 한 주 미뤄졌다. 결혼기념일마다 찍은 즉석사진 세 장 옆에, 10월 기념일도 되기 전에 한 장이 더 붙겠구나 하고 빈 공간을 응시하곤 했다. 오늘 병원으로 가는 채비를 하며, 오늘 드디어 사진 찍을 생각에 설렜다.
내진 초음파 느낌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효, 해야 하니 한다만, 몸속을 함부로 헤집어 놓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그래도 아기를 떠올리며 좋게 생각하자 마음을 추스르고 의자에 누웠다. 화면에는 한 주 사이 눈에 띄게 커진 아기집이 보였다. 심지어 초음파 분석으로는 8주 차 크기라고 쓰여있었다. 실제 주수보다 2주나 더 일렀다.
아기집은 더 커졌지만, 비어있었다. 아, 아직 속단할 수 없어 정정한다. '비어있는 듯' 보였다. 의사 선생님의 손은 아기집 안에 어떤 흔적을 찾으려는 듯 부산하게 움직였다. 지난번보다 더 오래 보고, 본 데를 다시 보고, 기기를 그만 빼주셨으면 할 정도로 열심히 찾으셨다.
“원래 이 정도면 아기가 1cm 정도로 보여야 하거든요. 피 비친 적은 없으세요?”
없다고 답했다. 아기집이 안 보였어도 임신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유는 엄청난 피로감과 미열, 입덧 증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피곤하고 힘들었던 게, 주인 없는 아기집을 부질없이 짓느라 그랬던 건가 싶어 억울했다. 의사 선생님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와서 보자고 하셨다.
아, 내진초음파 그만하고 싶다!
크는 게 잘 보이면 한 달 한 번으로 되었을 초음파를 3주 연속으로 한다니, 인생 참 뜻대로 안 된다. 아이가 안 보여 슬픈 마음과 초음파를 또 해서 싫은 마음이, 비슷한 크기로 내 안에서 옥신각신하는 게 어이없었다.
이런 경우가 흔하냐고 묻자, 의사 선생님은 종종 있다고 하셨다.
뒤늦게 아기가 보일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확률이 낮긴 하다고 말을 흐리셨다.
다음 주에도 안 보이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소파술을 한다고 하셨다.
소파술이라는 게 유산을 확정하고 자궁벽을 긁어내는 것이라는 건, 진료실을 나와 검색으로 알았다. 내 인생, 대체로 노력하면 성과가 따르는 삶이었는데 이것 참 뜻대로 안 된다. 더구나 내가 이렇게 내 몸 돌보고 마음 다스려가며 아기를 품겠노라 결심했건만, 여태 배멀미하는 기분으로 살아온 몇 주를 보상받고 싶었다.
동행한 남편이 깊은 숨을 조용히 내쉬는데 그 숨도 밉고, 피검사를 마친 나에게 말없이 밴드를 붙여주는데 그 침묵도 미웠다.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으면 안 미웠을까? 아니다. 이래도 저래도 지금 내가 속상해서 미워할 데를 찾는 거다.
이 와중에도 나에게 초점이 있는 내가 이기적인가 생각했다. 몸속을 긁는 수술이라니 정말 싫다, 그래도 일단 운동할 수 있으니 좋다, 다시 되찾은 홀몸을 즐기자, 따위의 생각들이 스쳤기 때문이다. 아기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이상하게 약간의 안도가 되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던 건가.
이래놓고 다음 주에 아기집에 아기가 보이면 기뻐할지 아쉬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아기가 없다고 결론이 나도 다시 되찾은 홀몸을 과연 반길지 아니면 아쉬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시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서 떼고, 회사에 ‘모성보호시간’ 신청을 취소하고,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며 위로와 걱정을 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음 주에 아기가 보여, 계속 운동도 못하고 체력도 아끼며 먹고 자는 하루를 반복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나는 울고 싶은지 안도하고 싶은지 모르게,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이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주인이 있을지 모르는 아기집을 일단 한 주 더 지켜내야지.
오늘도 이른 잠에 들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