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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시커 3-2] 악마를 찾아 어둠 속으로

[RoadSeeker길을 찾는 사람] 3부: 영혼의 길을 찾는 구도자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오래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악마를 본 기분 나쁜 꿈이 자꾸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을까.
악몽 이후로 그의 사업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몇 달 사이, 고객사의 오더는 계속 줄었고, 일감으로 북적이던 사무실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직원들은 일이 없어 마우스만 딸깍이며 모니터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결국 사업체는 문을 닫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가영의 몸도 점점 더 기력이 약해져 갔다. 종합검진을 해봤지만 아무런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녀 역시 결국에는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일들이 눈 깜짝할 새 일어났기에 충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나마도 현빈은 최대한 부채 없이 내실을 다지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여윳돈을 안정적인 투자처에 나누어 두었기에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했다.


현빈은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제 마흔을 넘긴 나이, 악마와의 일은 십 년 넘게 지난 과거였지만 그 얼굴은 잊히지 않았다. 그는 악마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괴롭히려는 거야!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철없던 젊은 시절, 악마와 맺은 계약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이 불행을 부르는 존재가 남은 평생을 뒤따를까 봐 겁이 났다.

그는 아내 가영과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잘못된 인연으로 모두를 불운 속에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잡는다… 반드시 잡아서 끝장을 본다.’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요절을 내리라.

그놈이 자신이 있는 곳을 ‘천계’라 불렀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곳이 천계든 신계든, 뭐라 부르든,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빈은 악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그저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해 여행을 다녀오겠다고만 말했다. 아내에게도 악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믿기 힘든 과거를 꺼내 불안과 걱정을 얹어줄 필요는 없었다.


무작정 집을 나선 후 처음 찾아간 곳은 종교가들이었다.
악령을 퇴치한다는 목사, 신부, 승려들을 만났다.
어떤 이는 ‘당신에게 붙은 악령만 퇴치 가능하다’며 그를 그냥 돌려보냈다.
또 어떤 이는 그를 눕혀놓고 이마에 물을 붓고, 온몸을 마구 주물렀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이는 그의 몸속에 악령이 있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내보낸다며 그의 온몸을 멍이 들도록 때렸다. 아팠을 뿐, 변한 건 없었다.


특이한 무당도 있었다.
그는 관 속에 들어가라고 한 뒤 뚜껑을 닫고 방울을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향을 피우고, 네 시간 동안 죽은 자 취급을 했다.
그러고는 악령이 떠났다며 거액을 요구했다.
현빈은 돈 한 푼 줄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

무당은 욕설을 퍼부었다.

"삼 대에 저주를 내려 벼락 맞아 죽을 거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 두 달, 석 달… 손에 잡히는 소득은 없었다.
현빈은 특이한 사람들을 찾아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허드렛일과 일용직으로 연명하며 버텼다.

가끔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지면, 남은 생을 악마에게 무릎 꿇고 살게 될 것만 같아 돌아갈 수 없었다.
게다가 퇴마사들에게 뿌린 돈도 상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랜만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영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울음을 삼키는 듯한 목소리,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그것의 얇은 껍질은 금세 부서질 것 같았다.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여섯 살 막내딸이 매일 밤 아빠를 찾으며 울다 잠이 들었고, 감기가 잘 낫지 않더니 폐렴에 걸려 입원했다고 했다. 첫째 아들은 이모에게 맡기고, 가영은 둘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니! 왜 그걸 이제야 얘기해!”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사실 그건 아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속 깊은 아내가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숨겼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현빈은 딸의 얼굴과 재롱을 떠올리며 웃다가, 또 울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책과 자기비하가 몰려왔다.


“다 내가 못난 탓이야!”

한참을 흐느끼던 그는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신이시여!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그의 마음은 신의 부재와 악마의 장난에 시달리며, 끝 모를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었다.


- 로드시커 3부 : 영혼의 길 - 구도자의 불꽃

- EP2 : 악마를 찾아 어둠 속으로

<끝>


EP3에서 만나요.



<작가의 말>

『로드시커』는 욕망, 마음, 영혼—세 가지 길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욕망의 길에서 추락한 주인공은, 성공적으로 마음의 길을 걸어왔지요.

이제 영혼의 길을 걷고 있네요.

그는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요?


독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나요?
자신을 돌아보며, 끝까지 함께 걸어가 주세요.



#로드시커 #자기계발소설 #영혼의불꽃 #한국판데미안 #욕망의길_마음의길_영혼의길

#복수의길 #어둠으로가는길 #내면의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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