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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시커 3-1] 메피스토의 귀환

[RoadSeeker길을 찾는 사람] 3부: 영혼의 길을 찾는 구도자

"나는 언제나 악을 원하고, 언제나 선을 행하는 힘의 일부다."

"Ich bin der Geist, der stets verneint! … Ein Teil von jener Kraft, die stets das Böse will und stets das Gute schafft."
— 괴테, 『파우스트』 1부



그 이듬해 봄, 현빈과 가영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한 쌍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조화로운 관계에 놀라워하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1년만 지내봐라’는 말이 나왔지만, 1년이 지나도 두 사람의 사랑과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 ‘홀수해마다 위기가 온다더라.’면서 사람들은 수군댔지만 3년, 그리고 5년이 지나도 그들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흔히 관계의 실패를 상대에게서 찾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은 돌아보지 않는다.
현빈과 가영은 달랐다. 다른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알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좋은 관계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화해에서 비롯된, 삶의 방식이었다.


결혼 후, 그들에게도 두 명의 자녀가 생겼다.
밤새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토닥이던 날들,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식탁, 피곤한 몸으로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순간들. 그 모든 날들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경제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항상 함께 고민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들을 처음 만나게 해 준 마음의 법칙 — 명확한 목표와 확신,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더하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믿음 — 을 따름으로써, 현실의 일들 또한 차근차근 이루어갔다.


결혼 후 십여 년, 가영은 병원에서 수간호사가 되었고, 현빈은 작은 중소기업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좋은 집을 장만했고,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자라났다. 가정은 화목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다.

행복은 그대로 영원할 것처럼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


어느 날, 현빈은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굽은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름다운 호수와 댐을 만났다. 햇살이 수천 개의 보석처럼 물 위로 반짝였고, 호수 위로 춤추는 산들바람이 빛들의 향연을 더욱 황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왔다. 아내 가영과 아이들의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그때, 현빈은 댐 앞에서 얼쩡거리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보았다. 불길한 예감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댐 앞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안 돼!”
현빈이 급히 외치며 달려갔지만 댐에서는 벌써 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균열이 그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점점 더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었다. 벌어진 틈에서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나왔다.


“너 도대체 뭐야!”

그를 붙잡으려는 순간, 그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얼굴, 광기 어린 미소 뒤에 숨은 날카로운 눈빛.

현빈은 엄청난 한기를 느끼며 얼어붙었다. 그 얼굴은 바로, 빛바랜 사진처럼 무의식 깊이 침잠해버린,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다.


그는 악마의 멱살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이 악마! 아직도 내게 남은 게 있어서, 또 찾아온 거냐!”


악마는 웃었다.
“크크크크크크.”

소름 끼치는 웃음은 공기를 종잇장 찢듯이 메아리쳤다.
이윽고, 악마는 점점 투명해지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현빈은 텅 빈 허공을 향해 주먹 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멱살을 쥐었던 손은 텅 비었고, 가슴엔 텅 빈 공허만이 스며들었다. 그건 아주 오래전 익숙했던, 하지만 마음을 새롭게 다진 이후엔 결별했던, 그런 공허의 느낌이었다.


우르르 쾅!

그 순간, 댐이 무너졌다.

검붉은 흙탕물이 굉음을 내며 터져 나왔다.
산이 울렸고, 땅이 흔들렸다.

물은 댐 아래 마을을 향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다.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이 물에 잠겼다.
가족이, 집이, 삶이,
그가 지켜온 모든 것들이.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든 것을, 그 모든 무너짐을, 그저 멀찍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현빈은 억! 소리와 함께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일들이 떠올라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악마와의 기억이 떠올랐다. 조각칼로 판을 새기듯, 의식의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듯한 고통이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우울한 기억과 조금 전의 악몽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었다.


“무슨 일이야? 나쁜 꿈 꿨어?”
가영이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별 일 아니야. 더 자.”
하지만 그는 더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새 뒤척였다.
그저 꿈으로만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한 경험이었다.



- 로드시커 3부 : 영혼의 길 - 구도자의 불꽃

- EP1 : 메피스토의 귀환

<끝>


EP2에서 만나요.



<작가의 말>

『로드시커』는 욕망, 마음, 영혼—세 가지 길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욕망의 길에서 추락한 주인공은, 성공적으로 마음의 길을 걸어왔지요.

이제 영혼의 길을 걷고 있네요.

그는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요?


독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나요?
자신을 돌아보며, 끝까지 함께 걸어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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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