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움직이지 말아 봐."
"오늘 낮에 앞동 아줌마가 항의하러 왔어."
"답답하단 말이야."
"조금만 찾아봐. 그러다 우리 다 쫓겨나면 어쩌려 그래"
온 식구가 잠든 밤이 되었어요.
베란다 창문 앞 마크라메에 앉아 있기 답답한 에이미가 그네를 타자 쥴리아와 소피아가 이구동성으로 말려요.
입이 뿌루퉁한 에이미는 마크라메 그네를 타는 대신 쉬지 않고 말을 해요.
"나 맨날 햇볕 받아서 주근깨가 더 심해진 거 같아. 여기 보이지?"
"응 보여. 그러니까 고개는 가만히 있어봐."
"이제 앞동에 불 하나 남았어! 그네 좀 타면 안 될까?"
"저 집이 그 집이야. 고3이 산데. 요즘 한참 공부해서 예민하다고 아줌마가 그러더라고."
"도대체 왜 공부를 하는 거야? 우리 집 애들은 공부하는 걸 못 봤는데."
"사리랑 꼬미랑 벼리는 초등학생이잖아."
"맞아, 그러니까 우리랑 노는 거라고 오늘 엄마가 그 아줌마한테 그러더라."
"고3은 안 놀아?"
"공부가 노는 거라던데?"
"그거 재밌나?"
"공부도 우리처럼 귀여워?"
"그래봤자 에이미 너 머리가 더 클 거야."
"맞아, 아빠가 제일 머리 큰 인형 달라고 했다가 너를 데려온 거잖아."
"양배추 인형은 머리가 생명 이랬어."
"얘들아~ 나 오늘 사리가 머리 따줬다! 어때?"
"좋겠다. 난 짧아서 삔 만 꽂아주는데..."
"넌 다행이야. 난 벼리가 머리 잘라준다고 가위 들 때마다 무서워."
ps. 아빠가 내 머리보다 큰 머리의 양배추 인형을 영국 출장 다녀오며 사 오셨다. 내 건 특별히 더 크고 머리도 연보라로 기억난다. 암튼 지간에 그 큰 인형 3개를 사 오시던 마음이 생각난다. 한참을 가지고 놀던 인형을 베란다 마크라메에 걸어놨는데 앞동에서 밤새 사람이 서있다고 무섭다고 컴플레인이 와서 결국 내려줬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놨으니 아마 밤새 흔들 흔들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