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리 Apr 05. 2024

벚꽃 대신 이름 모를 꽃을 닮고 싶다

20240405

요즘 단톡방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은 동네 벚꽃 풍경이다. 모든 사진들에 벚꽃이 한가득 피었는데 그중 눈길을 끄는 사진을 보면 꼭 개나리나 목련이 함께 있다. 결혼 전, 진해 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도 즐겼고 일본에서 제일 먼저 벚꽃이 핀다는 오키나와로 여행도 다녀왔지만 기억에 남는 건 벚꽃은 아니다. 솔직히 벚꽃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흰색도 분홍색도 아닌 애매한 작은 꽃보다는 샛노란 개나리와 크고 하얀 목련이 나에겐 더 눈길 가는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한창 벚꽃시즌임에도 벚꽃놀이를 못하는 게 아쉽지 않다.


한여름 햇살의 뜨거운 이곳에는 나의 연두빛깔아이와 닮은 하얗고 노란 꽃이 있다. 네가 예뻐서 꽃이 예쁜 건지 꽃이 예뻐서 네가 더 예쁜 건지, 뭐가 됐든 나의 소중하고 예쁜 연두빛깔아이를 닮은 이 꽃이 참 좋다. 곁에 가면 맡아지는 그 향기로움까지도.

만약 꽃 같은 삶을 산다면 벚꽃보다는 선명한 개나리와 커다란 목련이 섞인 듯한 이 이름 모를 꽃처럼 살고 싶다. 근처에 있으면 은은히 풍겨오는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연두빛깔아이 역시 그러길 바란다.



#한달매일쓰기의기적

이전 04화 요리 그까짓 거 대충 좀 해 먹고살면 어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