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7. In Berlin
뮌헨에서 베를린, 두 도시 사이엔 꽤나 거리가 있습니다. ICE(독일의 KTX)를 타고도 4시간 정도를 가야 도착하거든요. 기차표는 미리 예매해 두었었는데, 저는 오후 2시쯤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로 했었습니다. 베를린에는 늦은 오후에 내려서 저녁을 먹으려는 심산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저는 WhatsApp을 켜고 묵고 있던 숙소 측에 메시지를 보냅니다. 숙소에 더 머물고 싶어졌거든요. 나 레이트 체크아웃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신속히 도착한 답변엔 가능하다고, 추가금은 체크아웃할 때 내면 된다고 알려주었어요.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한 건 인생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은 것도 참 복이야, 생각하면서 저는 잠옷을 입은 채 드러누워 버립니다. 어제 문제가 있었던 그 숙소에서 환불 얘기가 내내 없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설사 하루치 숙박비를 날려버린 꼴이 되더라도 받아들여야지 싶더라고요.
숙소에서 늦게 나갈 수 있게 된 상황! 저는 어제 La Kaz에서 사 온 — 올리브유 베이스의 샐러드드레싱이 든 포장용 박스를 손에 든 짐 개수를 줄여 보겠다며 들고 다니던 가방에 넣고 돌아다녔다가 충전기 어댑터가 드레싱에 범벅이 돼버린 사건이 있었지만 — 음식 중 파마산 치즈가 묻은 누들 볼을 따로 덜어내 전자레인지에 데웁니다. 샐러드는 접시에 예쁘게 옮겨 담아줬어요. 드레싱이 반 이상 가방에 물들고 어댑터의 틈 사이사이에 들어가 버렸지만 남은 걸로도 샐러드는 충분히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따끈따끈 데워진 누들 볼을 샐러드를 플레이팅해 둔 접시의 앞쪽에 조심히 올려 둔 채 사진도 몇 장 찍어봅니다. 한입 베어 물어 보니 어제만큼이나 맛있었어요. 이보다 더 좋은 아침 식사는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겠다는 기분 좋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온 저는 리셉션 데스크에 카드 키를 돌려주면서 레이트 체크아웃에 드는 비용을 치르고, 기차를 타야 할 시점까지 다소 시간이 남아 로비에 위치한 카페에서 별생각 없이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합니다. 곧이어 서빙된 커피를 한 입 마셨어요. 와,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동안 독일 여행하던 중 먹었던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였습니다. 역시 기대 없이 행한 행동이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켰을 때의 짜릿함이 최고구나, 카푸치노를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마시며 즐거움에 잠시 취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기차 타러 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짐을 끌고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가다 보니 Bäckerei(베이커리라는 뜻)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차 여행을 꽤나 오래 해야 하기에 기차 푸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꽤나 실한 재료에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 있다는 샌드위치를 고심 끝에 고르고는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어요. 유럽 사람들은 얼음을 많이 넣은 음료에 익숙지 않아서 보통은 Extra ice를 요청해야 한국에서 먹던 아이스 커피의 온도가 됩니다. 이번에도 저는 Extra ice를 요청했고 말귀를 곧잘 알아들은 직원이 차갑게 타 준 아이스 라떼를 건네받았어요. 그러고는 아무 의심도 없이 경쾌하게 그 베이커리를 떠나버립니다. 베를린 가는 동안 아이스 라떼를 마시면서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이커리에서 커피만 주고는 샌드위치 포장한 걸 안 준 거예요. 물론 저도 한 번 더 체크했어야 하는데 커피 받고 좋다고 홀랑 나와버린 거죠. 나 바본가……? 심각한 자괴감 속에서 잠시 식은땀이 나서 등이 따끈해졌습니다. 마부르크 쌀국숫집에서 현금만 받아서 내게 된 €5의 ATM 현금 인출 비용에 이어 두 번째 멍청비용이 발생하고 말았어요. €4짜리 아이스 라떼가 €12짜리 커피가 되는 기적을 행해버렸습니다. 이런 건 멍청이여*의 기적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샌드위치를 먹으며 갔더라면 배가 안 고팠을 텐데, 고작 아이스 라떼 하나에 기대어 곯은 배를 움켜쥐고 최대한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했습니다. 베를린 가는 기차에서는 오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기에 좌석 지정을 해서 예약을 해뒀어요. 덕분에 정차역에서 사람들이 올라탈 때마다 자리를 옮겨야 하나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되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죠. 유럽형 뾰족한 나무들이 수천 그루 지나가는 사이, 시간도 순조롭게 흐릅니다. 어느덧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어요.
베를린에서는 사실 작년 여름 딱 이맘때쯤 7박 8일 정도의 일정으로 순수하게 베를린만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온 적이 있었기에 아주 새로울 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번 여행에서 베를린에서의 일정을 고대해 온 이유가 있었어요. 숙소를 엄청나게 마음에 드는 곳으로 예약해서였습니다. 원래 베를린에서 두 밤을 머물기로 결정하고서 예약한 숙소가 따로 있긴 했습니다. 접근성이 좋고, 깔끔하고 로비가 예쁜 부티크 호텔이었어요. 나중에 숙소를 바꾸고 싶어질 걸 알았는지 다행히도 환불 가능 옵션으로 예약해 두었었고요.
그 숙소를 예약하고 며칠 뒤, 우연히 베를린에서 이번엔 어딜 갈지 블로그 검색을 하다 저는 엄청난 숙소를 발견해 버리고 맙니다. 제가 환장하는 아파트형 숙소인 데다가, 방마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다 다르고 근사한 욕조가 있는 곳이었어요. 김나영도 머문 적이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가격은 원래 예약해 둔 호텔보다 하루에 7만 원씩 더 지불해야 하는 곳이었어요. 마음에 드는 아파트형 숙소에 머물러 보자고 14만 원을 태우는 게 맞나?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친한 동기에게도 상담했어요. 상담 요청을 받은 동기 S는 명쾌하게 제 고민거리를 정리해 줍니다. ‘언니, 마음에 더 드는 데로 가. 베를린이잖여.’ 제가 베를린에 작년에도 가고 이번에도 가는 터라 한동안 재방문이 아마도 없을 것임을 알고 있는 동기의 시원한 판결에 힘입어 저는 마음에 더 드는 그곳을 예약하고 원래 잡아 둔 호텔의 예약은 취소하게 되죠.
숙소는 베를린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6정거장만 가면 되는, Rosenthaler Platz라는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이 코앞에 붙어 있기도 한 초역세권 아파트였습니다. 트램에서 내려서 수트케이스를 질질 끌고 걸어가면서 저는 이 동네와 사랑에 빠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동남아시아부터 레바논 요리까지 다양한 요리를 해내는 식당들이 즐비한 거리, 구석구석에 멋진 카페와 바가 있는 이곳을요. 숙소는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정원과 벤치가 있던 공간을 지나 리셉션에서 키를 받고 미리 치르지 않은 대금을 결제했습니다. 뒤이어 안경을 쓴 여자 직원분의 상냥한 가이드를 받아 도착한 4층, 저의 이틀짜리 베를린 집. 제가 예약한 타입의 숙소는 A-E까지 총 5가지 방이 있었고, 저는 그중 A, B 또는 E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그중 하나에 묵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예약할 때 제출한 터였습니다. 저에게 배정된 방은 B였어요. 받아 온 열쇠를 보니 ‘Caspar von Stein’이라는, 흡사 백작의 이름 같기도 한 어느 사람 이름이 키링 펜던트에 쓰여 있더군요.
전체적으로 까만 톤을 메인으로 가져가는 이 방은, 다이닝 테이블이 문을 열자마자 보이고, 활짝 열 수 있는 창문이 테이블 쪽에 있었어요. 창문은 다른 한쪽 코너에 벽면에 걸린 TV를 볼 수 있는 작은 소파 쪽에도 있었어요. 그 창문을 열면 보이는 톤다운 된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때마침 날씨도 좋아 더 기가 막히는 전경이었습니다. 저는 흥분한 상태로 룸 투어 영상을 찍고는 방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동안 나가지를 못하다가 배가 고파져 외출을 시도합니다.
베를린에서의 첫 끼니로 택한 것은 아시안 요리였어요. 근처에 팟타이, 분짜같은 동남아시아 요리를 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아주 작은, 아마도 우버 이츠 배달 주문이나 포장 주문이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 아주 작은 가게였습니다. 저는 스프링 롤 작은 사이즈와 새우가 들어간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맥주도 빼놓을 수 없었죠. Berliner라는 이름의 필스너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직접 오프너로 뚜껑을 쏙 따준 뒤 첫 모금을 마셨습니다. 맥주가 가진 상쾌함으로 볶음밥의 짭짤한 기운이 중화되는, 서로 잘 어울리는 페어링이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베를린판 가맥집 같은, 온갖 종류의 술을 팔면서 계산대에는 산 맥주를 바로 딸 수 있게 오프너가 대롱대롱 달려 있고, 앉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여러 개 비치된 가게가 있었어요. 여기서 저는 처음 보는 이름의 스파클링 와인과 아페롤 스프리츠, 맥주 한 병과 감자칩 과자를 사 들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기차 여행으로 지친 하루를 녹여냅니다. 너무 늦은 밤인지라 양심상 감자칩은 뜯지 않기로 하고 스파클링 와인을 와인잔에 따라 홀짝홀짝 마시면서 존박과 팜하니와 Givēon으로 점철된 플레이리스트**를 연달아 들었어요. TV에 뱅 앤 올룹슨 사운드바가 연결돼 있어 음향이 아주 좋았거든요. 환상적인 숙소, 스파클링 와인을 머금을 때 살짝 입안에 도는 산도, 조금 뒤에 피어오르는 취기와 이루 말할 데 없이 근사한 노래들……. 그야말로 끝내주는 하루의 마무리였습니다.
다음날 아침은 준비가 돼있었습니다. 어제 볶음밥 양이 너무 많아 반쯤을 남겨서, 남은 걸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던 게 있었거든요. 방에 전자레인지가 없어 어디서 사용 가능한지 물었더니 가져다주겠다고 합니다. 오전 10시 30분쯤, 어제는 본 적 없던 40대 추정 남성 직원분이 아이보리색 전자레인지를 가져다 주방에 올려 두고는 홀연히 사라지셨어요. 저는 볶음밥을 그릇에 옮겨 데우고, 테이블 위에 놓인 두 가지 물 중에 뭐가 Still이고 뭐가 Carbonated인지 스마트폰 AI의 힘을 빌려 알아낸 뒤 탄산이 없는 물을 컵에 잘 따라 마셨습니다. 느지막이 베를린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아져 가고 있었어요.
베를린에선 작년에 이미 할 만한 구경을 다 했기 때문에, 꼭 또 들르고 싶던 관광 명소는 없었습니다. 대신 이번엔 쇼핑을 아주 제대로 하리라 마음을 먹었죠. 둘째 날 오후는 모조리 쇼핑에 할애하기로 합니다. 버블티를 파는 곳에 들어가 상쾌하게 Hi, 하고 점원에게 인사한 뒤 화이트 피치 티를 50%의 당도로 주문했습니다. 딱 기분 좋은 단맛이 혀끝부터 밀려 들어오더라고요. 그러고 고갤 둘러보니 아니 여기는 별천지였던 것이에요. 최근에 굉장히 핫해진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인 On의 단독 스토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반경 300미터 안에 가고 싶었던 브랜드 스토어가 모두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프라이탁이라든가, 아디다스 같은 곳들이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지내던 S 언니가 On에서 러닝화를 샀었는데, 한국에서는 물량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해서 저도 끌리면 한번 가보자는 제안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정상 프랑크푸르트에선 매장에 갈 시간이 없었어서 아쉽게 생각했었는데 마침 기회가 온 거죠. 저는 이것도 저것도 또 다른 이것저것도 신어본 뒤 신중하게 러닝만을 위한 까만 러닝화와 일상화로 신기 좋은 하얀 운동화 한 켤레씩을 사서 호기롭게 나옵니다. 택스리펀까지 받을 것이어서 대략 많은 걸 해낸 느낌이었어요.
다음은 아디다스. 총천연색의 삼바들이 벽 하나를 꽉 채운 자극적인 모습에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여기선 쇼츠나 티셔츠를 사고 싶었는데, 크지 않은 스토어라 쇼츠는 별로 살 것이 없더라고요. 대신 뒤판에 베를린을 상징하는 동물인 곰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커다랗게 BERLIN이라는 타이포가 함께 들어가 있는 귀여운 회색 티셔츠를 발견합니다. 원하는 사이즈는 딱 한 장 남아 있는 상황. 사야겠습니까 안 사야겠습니까. 사야죠. 티셔츠를 겟해 나옵니다.
다음은 프라이탁. 사실 프라이탁 열풍이 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저는 좀체 프라이탁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소비자 중 하나였습니다. 왜 저렇게 저걸 예쁘다 할까, 잘 모르겠는데 정도의 반응으로 몇 년을 일관해 왔는데 이번엔 왠지 모르게 뭘 사고 싶었어요. 처음 보인 건 아주 좋아하는 톤의 파란 색으로만 이루어진 숄더백이었어요. 여러 번 메 봤는데 잘 들릴 것 같고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 벽엔 백팩들이 걸려 있더라고요. 저는 사실 백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영영 제 돈으로 백팩 사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심장이 뛰네요. 이러면 뭐다? 사야죠. 또- 동전 지갑으로 쓸 만한 파우치들도 아주 갖가지 디자인과 지퍼 컬러로 심장을 요동치게 하더라고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짙은 초록에 톤다운된 민트색 지퍼가 달린 파우치를 찾아냈어요. 심장 뛰죠? 사야겠죠? 저는 프라이탁에서 그렇게 30만 원가량을 털려서 나옵니다. 털린 사람치곤 너무 해맑고 행복한 표정으로요.
나를 위한 선물 시리즈 덕분에 손이 잔뜩 무거워진 저는 더 이상 이대로는 걸을 수 없겠다고 판단합니다. 산 것들을 집에 갖다 놓고 다시 2차 외출을 해보기로 결정하게 되죠. 짐을 내려두고 홀가분하게 나온 저는 숙소 근처에 있던 왠지 가보고 싶었던 서점에 들어가 위트 넘치는 문구가 쓰인 엽서 하나와, 컬러 조합이 훌륭한, 어느 캘리그래피 작가가 친필로 책 속 문구를 써내어 세상에 하나뿐인 엽서들이라는 엽서 셋, 그리고 절대 읽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기념품으로 사고 싶었던 표지가 예쁜 독일어 원서 소설을 샀습니다. 욕조 사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잠시 러쉬에 들러야 했어요. 코끝을 자극하는 강한 향기의 범람 속에서 저는 고민 끝에 복숭아 모양과 향이 좋은 것 하나씩 해서 배스 밤 두 개를 산 뒤에 예약해 둔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쇼핑이 길어져 오후 6시 45분에 해둔 예약을 한 시간 반이나 미뤄둔 곳이었어요. 그 식당에서 저는 독일산 리슬링과 남아공의 화이트와인을 굴 요리, 문어 요리 등과 함께 아주 조화롭고 낭만적으로 즐기게 됩니다. 어둑해진 밤의 조도, 추운 기운은 전혀 묻어 있지 않은 공기, 야외에 내리쬐는 오렌지빛 조명과 독일어와 영어로 떠드는 사람들에 갇힌 채로. 베를린에서의 기억으로 두고두고 추억할 만한 멋진 식당에서의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뿐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죠.
배스 밤을 풀어두고, 어제 사둔 아페롤 스프리츠를 따라 욕조 귀퉁이 판판한 곳에 올려둔 채 어제 들었던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욕조에 들어갑니다. 존박과 팜하니와 Givēon, 세 사람의 목소리를 축복처럼 들으며 배스 밤이 만들어 낸 반짝이는 오렌지 골드 빛 물결을 한참이나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잠깐 욕조에 등을 기대도 봤다가, 다시 아페롤 스프리츠를 몇 모금 마셨다가, 몸의 방향을 돌려보기도 하면서 따끈하고 거품이 보글보글한 목욕을 꽤 오랜 시간 즐깁니다. 이틀 차,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가장 좋은 방식인 것만 같았어요.
다음날은 폴란드 바르샤바로 이동하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또 다른 동기가 저를 반겨줄 그곳으로 향하는 데 대한 묘한 안정감과 반가움,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 당도하게 되는 데 대한 옅은 긴장감 속에 그렇게 그 밤은 저의 역사 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영원히 잠들어갑니다.
04/09/24
임우유 드림.
* 오병이어의 기적에 기대 본 언어 유희적 표현입니다. 저는 참고로 무교이며 모든 종교를 존중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려요. No offense.
**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실 분이 계실까 싶어 제가 여행 중 즐겨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