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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자유인 Jun 16. 2021

모든 것은 사람 쓰기에 달려 있다

고구려 고국천왕이 을파소를 등용한 사례

고구려 제9대 왕 고국천왕은 당시 가장 막강한 부족인 연나부 출신 여인을 왕후로 삼았다. 왕이라 하지만 연나부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왕후의 친척들은 권세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딸을 겁탈하고 남의 토지와 주택을 갈취하는 등 온갖 악행을 자행했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그들을 처형하려 하니 오히려 그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왕은 난을 평정한 뒤 “관직이 정실에 따라 주어지고, 직위는 덕행에 의하여 승진되지 않아 해독이 백성들에게 미치고 왕실을 동요시키고 있다. 이는 내가 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각 현명한 자들을 천거하라.”고 하자 모두 안류를 천거했다. 왕이 안류를 불러 국정을 맡기려 하자 안류는 사양하면서 시골 농부인 을파소를 추천했다.     


왕은 사신을 보내 예를 갖춰 을파소를 초빙하여 오늘날의 장관직에 임명했다. 을파소는 나라에 공헌하고 싶었으나 맡은 직위가 일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어리석은 저로서는 감히 왕명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왕께서는 현명한 사람을 선택하여 높은 관직을 주어 위업을 달성케 하소서.”라고 말했다. 왕은 바로 그 뜻을 알아듣고 현재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국상에 임명하며 국정을 주관하게 했다. 이에 신하들과 왕의 친척들이 을파소를 시기하며 미워했다. 왕은 교서를 내려 “귀한 자나 천한 자를 막론하고 국상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친족까지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을파소는 왕의 처사에 감동하여 지성으로 봉사하며 나라 안팎을 안정시켰다. 왕은 을파소를 추천한 안류에게 “만일 그대가 아니었다면 내가 을파소를 데리고 나라를 함께 다스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모든 일이 훌륭하게 정리된 것은 그대의 공로이다.”고 말하며 높은 벼슬을 내렸다. 고국천왕이 의도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최고인사권자가 인재 추천자까지도 공을 인정해주면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인재를 추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고국천왕과 을파소는 백성들의 생활 안정책인 ‘진대법’을 실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진대법은 식량이 부족한 매년 봄 3월부터 가을 7월까지 나라에서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겨울인 10월에 상환하게 하는 제도였다. 백성들이 환호할 만한 혁명적인 구휼책이었다. 을파소는 이밖에도 귀족들의 권력 독점과 관직을 사고파는 행위를 근절시켰으며, 유능한 인재를 관리로 발탁하는 등의 개혁정책을 실시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하였다. 《삼국사기》에서는 을파소에 대해서 “지성껏 나라에 봉사하여 정치를 밝게 하고 상벌을 신중하게 처리하였다. 그러자 백성들이 편안하고 나라 안팎이 무사하였다.”고 기록했다. 을파소가 죽자 나라 사람들은 울며 서러워했다고 하니 그의 행적이 어떠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능력도 부족하고 품성도 돼먹지 못한 인간이 자리 욕심만 부리는 일이 빈번한 요즘 세상에 자신을 대신하여 을파소를 천거한 안류는 칭송받아 마땅하다. 또한 시골 농부인 을파소의 능력을 알아채서 관행과 타성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적으로 국상에 임명하여 나라를 안정시키고 추천자인 안류의 공을 인정해 준 고국천왕은 인재 등용의 모델이다.      


비범한 결과를 만들려면 비범한 발상이 필요하다. 혈연, 지연 및 학연 등을 따져가며 생각이 비슷하거나 편한 사람들만 채용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발굴한다는 생각으로 인재를 알아보고 그 인재가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자리를 주며 한번 등용한 인재는 쉽게 믿음을 거두지 않는 원칙을 갖는 리더만이 비범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열국지》의 마지막에 나오는 “오랜 역사의 흥망을 모두 관찰하니 모든 것은 조정에 충신이나 간신을 등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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