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 Oct 22. 2023

주소정근로 15시간 미만의 늪으로

단시간 알바라는 늪과 웹소설이란 늪

  웹소설 심화 과정 오후반은 로맨스 판타지를 쓰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팀당 4~5명으로 이루어진 3개의 팀이 있다. 내가 포함되어 있는 로판 3팀은 줌미팅 소회의실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지만 우리끼리 만든 단톡방은 열심히 이용하고 있다.     


 출근을 하고 있는 중에 카톡 메시지가 하나 떴다. 단톡방에 있는 분이 오늘 알바를 가는데 자신이 알아야 할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나도 알바 가는 중이었다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얼마 전부터 빵집으로 출근을 한다.     


 같은 수업 듣는 다른 분들처럼 자영업자이거나 프리랜서가 아니고 거의 평생을 근로소득에 기대어 살았기에 고용보험 미적용자 대상 강의는 나를 참 궁핍하게 만들었다. 어디 가서 하루 이틀 일해도 하루 단위로 고용보험에 가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려고 노동법 공부하고 노동행정 경력 쌓았던 것은 아니지만 통밥을 굴렸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고용보험이 임의가입이라 사장님이랑 계약서 쓸 때 고용보험 가입하지 말라고 할 요량으로 아르바이트를 냅다 구해버렸다. 다른 국비는 약간의 생활비가 나오는데 일일 5시간 미만 강의는 그런 게 없다.      


 구할 때는 어쩔 수 없었는데 아르바이트라도 일이 되어버리니까 나중에 인수인계할 생각에 착잡하다. 단발성 알바는 그런 것이 없는데. 그래서 작년에는 식당에서 일당 받고 일했던 것이었다. 언제든 상용직 근로자가 될 요량으로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업을 들어야 해서 그렇게 하기 힘들었다. 일일 단위로 들어가는 고용보험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으로 먹고살았는데 그걸 피하고 있는 지금 꼴이 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기 마련이다.     


 빵집에서 내가 하는 일은 샌드위치 만드는 것인데 샌드위치가 꼭 내 글 같다. 도입부 만들고 본론 쓰고 결말로 마무리를 하는 편인데 아니, 거의 강박을 갖고 그렇게 쓰고 있는데 샌드위치가 딱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걸 바로 유유상종이라고 하나. 헛웃음이 나온다.     


 쓰자마자 못생겨지는 모자를 쓰고 일을 하고 있는데 나 빼고는 이 일을 하시는 분이 대부분 50대 여성분인지라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나보고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여사님 소리 듣기는 좀 이른 거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굳이 호칭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수고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여사 하지 뭐. 어차피 여사 될 텐데.     

 

 나를 지칭하는 여사라는 호칭 외에 괜히 호기심이 가는 호칭이 있다면 빵집에는 빵 만드는 기사가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이 기사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로판을 쓰고 있다 보니 왠지 여주를 지키는 기사가 연상되었다. 회귀물로 쓸 수 있게 기사라고 불릴 수 있는 직업을 떠올려 보았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하느라 맨날 제 시간 안에 못 만드나.     


 그런데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언제부턴가 나를 여사님이라고 안 부르고 기사님이라고 부른다. ‘아, 그럼 여주 직업을 기사로, 콘셉트는 걸크러쉬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소정근로 15시간 미만이라는 주휴도 안 주는 늪에 빠진 걸로도 모자라 이미 웹소설이라는 늪에 빠져있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전 04화 공짜가 공짜가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