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 뿐
세상엔 정말 많은 종류의 사람이 살고, 그만큼 각자의 생각도 다르다. 평소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어도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또 다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나와 다른 것인지, 나도 그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너는 생각하는 게 왜 그러냐'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될 일이다.
굳이 그의 생각을 바꾸려 할 필요 없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로 인해 내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테니까.
얼마 전 옆 단지에서 장이 열렸다.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요량으로 떡볶이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두 사람이 스쳐서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었는데 반대쪽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한 할머니가 오고 계셨다. 오가는 길은 좁고, 할머니의 강아지는 목줄이 꽤 길게 돼 있었다. 그 좁은 길에서 서로 스칠 수밖에 없기에 "죄송한데 제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서요..."라며 목줄을 줄여주거나 강아지가 내 쪽으로 오는 것을 막아주길 요청했다. 할머니에게서 돌아온 답은 "에그~ 바보!"였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게 바보라는 평가를 받을 일인가!
4~5살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동네에 어슬렁 거리던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 강아지가 무서웠던 나는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다. 강아지가 있을 때 함부로 뛰면 안 된다는 것을. 갑작스레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고, 한 동안 (내가 볼 땐) 강아지 이빨 자국이 나 있는 다리로 생활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날 이후로 강아지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생겼다. 가야 할 길에 강아지가 있으면 수고스럽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가고, 아무리 작고 귀여운 강아지라 해도 나를 보고 짖거나 다가오려 하면 심장이 터질 듯 겁이 난다.
그 날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여전히 나는 강아지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해 내 팔뚝만한 강아지 앞에서도 식은땀을 흘린다. 그런데, 그게. 누군가에게 바보라는 손가락질을 당할 일은 아니지 않나. 강아지에 대한 내 공포에 억울함까지 더해져 강아지와 견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갖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는 망나니가 아닌 이상 누구에게도 나와 다름을 비하할 자격은 없다. 내가 그와 다른 것처럼 그 역시 나와 다르다. 서로 다른 것일 뿐이지 누구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와 다르다고 함부로 하지 말자. 건방지게 함부로 비하하지 말자.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마음으로 살자. '아~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며 이해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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