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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Feb 12. 2024

소리를 공유하는 사이

사이트 간격 좀 넓혀 주세요

"당신이 매번 그러니까 우리가 이 모양인 거야!"

"애가 지금 학원을 몇 군데나 다니는 줄 알기나 해?"


오른쪽 텐트의 가정사가 우리 텐트로 흘러든다. 얼마나 큰 소리로 얘기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 남의 집 이야기를 강제로 듣게 된다. 그러다 혼자 그들의 대화에 참견까지 한다.


"저 사람 진짜 답 없는 사람이네~ 어쩌고저쩌고~"



왼쪽 텐트에는 젊은 남자 세 명이 온 모양인데 욕을 섞어서 대화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조용히 좀 얘기했으면! 어른들끼리 있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넘기면 되지만 초등학생이 둘이나 있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엄마. 옆에 아저씨들이 자꾸 욕 해~"

"저게 어른들끼리는 욕이 아니야. 지금 너네한테 욕이 어른이 되면 욕이 아닌 의미로 사용이 되기도 해. 너네도 크면 알게 될 텐데, 어쨌든 저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매너타임이 아니기에 의를 요구할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텐트 밖으로 나가면 볼륨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게 싸우듯 가정사를 노출하던 텐트에서도 일상적인 수준의 대화 소리만 들릴 뿐이다.


Image by mcmurryjulie from Pixabay


알아보니 텐트는 소음에 특히 취약한 구조여서 그렇다고 한. 그럼 외부 소리가 텐트를 통과하며 증폭되기라도 하는 건가. 과학적으로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캠핑장 화장실이나 샤워실, 개수대 등등에 붙어 있는 매너타임에 대한 안내문에 텐트에서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문구가 있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흘려봤던 것이 나름 중요한 안내였구나.


과거 주로 이용하던 캠핑장은 각 사이트마다 텐트를 치는 공간 옆에 주차 공간이 있어서 텐트 간 간격이 넓었는데 지금의 장박지는 사이트 앞이나 별도 공간에 주차를 하는 구조여서 텐트 간 간격이 좁은 편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음에 더 취약한 모양이다.


하마터면 예의 없이 시끄럽게 군다고 오해할 뻔했다.

우리의 대화소리도 옆 텐트에는 민폐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목소리가 작아진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도 단속할 수밖에 없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화소리보다 음악소리가 더 거슬린다고 하길래 스피커의 볼륨도 줄인다.


그런데 문제는 밤이었다!!!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신경 쓰여 제대로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부디, 옆 텐트 사람들에게 천둥처럼 들리진 않길~.


Image by Paula Wood from Pixabay


캠지기 님들.

사이트 간격 좀 넓게 부탁드려요. 사이트 개수를 늘리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겠지만 조금만 넓게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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