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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Sep 17. 2016

직장의 가치 (1)

직업의 가치 만큼이나 중요한 직장의 가치

2000년 전후 IMF시기를 거친 후 성과주의 중심의 기업문화가 도입되면서 경영학에서는 직장 보다는 개인 삶의 목적, 즉 Vision에 맞춘 직업의 가치에 대하여 포커스를 두어왔다. ‘평생 직업은 있지만 평생 직장은 없다.’는 모토를 가지고 대학생들의 Vision과 삶의 목적에 맞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지도해 왔다.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과장으로서의 삶을 거친, 지난 8년반의 나의 경험 속에선 직업을 넘어서 직장이라는 기준이 더 컸기에 직장의 가치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해 본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아무 곳이나 취업만 된다면 열심히 일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내 만족하지 않고 쉽게 그만두어 버리는 경우들을 종종 보아왔기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자신이 만족하는 직장의 가치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고 현재의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각자의 기준을 잡으시길 바란다. 



 직장의 가치에 대한 나의 기준


 내 개인적으로 직장의 가치에 관하여 생각해 보자면, 최고 우선순위의 기준은 나의 Vision과의 일치(평생 직업으로써의 Vision), 자부심, 임금의 크기(돈), 일과 삶의 균형이, 둘째 순위의 기준으로는 동료와 직장 분위기, 근무지, 안정성이 중요했던 것 같다. 가장 우선순위라고 생각되어지는 Vision의 일치, 자부심, 임금의 크기 중 일반적으로 삼성전자에서 확실히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자부심이었다. 


 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인사, 조직관리 분야에 뜻을 두고 삼성전자 채용 시험시 인사/교육분야로 지원을 하여 바로 연수원으로 입사했던 것은 개인적인 Vision과 업무가 일치된 행운이자 감사하게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반면, 임금의 크기는 기타 제조업 회사에 비하면 높은 편이었지만 금융업 회사에 비하여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위에서 이야기한 우선순위 세가지 중 자부심은 단연 돋보였던 항목이었다. 삼성전자 수원 교육팀을 거쳐 인재개발센터까지의 6.5년의 근무 후 사내 직무순환을 거쳐 영업에서의 2년, 그리고, 과장으로의 승격, 이후 아버지의 소천과 가족의 세계여행을 계획하며 퇴직할 때까지인 전체 근무기간 8.5년 동안의 내 회사생활 전체로 보아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부분이 입문교육, 리더십 교육 등을 담당하는 교육센터 소속이었기 때문에 자부심이 넘쳤던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로도 임직원들을 교육할때 회사에 다니면서 자신이 가장 좋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직군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해외 출장시 여권 사이에 끼워져 있는 명함을 본 해외 공항 입국 심사관이 본인도 삼성 휴대폰을 쓴다고 웃으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시켜주는 상황 속 자부심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부심에 대한 갈망이 사람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회사에 머무르도록 하며, 회사가 발전하도록 한다는 점은 돈과 Vision이외의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발견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점은 자부심이 발전하여 조직의 Vision과 자신의 Vision을 일치 시키는 것일 텐데,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최후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조직의 목적과 자신의 성취를 연결하여 조직 내 자부심 속 자아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나 자신도 회사에서 일할 때에 이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신나게 일했던 것 같다. 이러한 점은 특히, 임직원들을 가장 끈끈하게 묶어 줄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것이 조직의 힘이라 생각된다. 더 나아가 수년이 지난 후 본인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에서 귀중하게 쓰일 수 있다. 




 숨어있던 복병~!!! 근무지!!!


 나에게 숨어있던 복병은 근무지였다. 조직의 Vision과 나의 Vision을 일치시키며 살아온 교육담당으로서, 내 개인적으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항목이었지만 나중에 서울로 옮긴 후 근무지는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일했던 삼성전자의 본사는 경기도 수원시이기 때문에 제조와 국내영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수원에서 근무하였으며, 내가 있을 당시에는 연수원도 수원에 있었다.(지금은 화성 근처 어딘가에 위치)


 7년간 계속된 연수원에서의 교육업무에서 벗어나고자 서울에 있는 국내 영업 총괄로 업무 순환을 신청하여 보직변경을 하였는데, 그 때 수원에서 누리지 못한 것들을 많이 누렸다. 수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대부분 서울에서 근무하는 친구들과 평일에 약속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였었는데, 국내영업으로의 직무 순환 후 서울에서 근무 시 평일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데이트도 가능했던 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던 것과 같은 기억이다. 나에게는 문화생활로써의 서울이 좋았다면 가족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교육과 의료적인 측면에서 서울에서의 근무를 선호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제일 큰 요인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제조업 회사는 수원, 파주, 화성, 기흥, 천안, 탕정, 광주, 구미, 거제, 창원, 울산 등에 공장이 있으며, 판매/영업 지점들은 곳곳에 퍼져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상관없이 지방근무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근무지에 배치되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본사와 지사 등의 위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서울 또는 수도권으로의 근무지가 본인에게 중요하다면 대부분의 임직원이 어디서 일을 하는지도 잘 따져가며 지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확실히 서울에 근무하면 문화생활 등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언급하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내 개인적인 우선순위와 차 순위 기준에 대하여 간략하게 이야기하였지만 독자 분들께서는 본인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여러 곳에 합격을 하여 그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차 순위는 무엇인지 생각하여 후회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삶의 대부분을 보내게 될 직장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기준, 어쩌면 평생을 함께하게 될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합격에 감사하며 무턱대고 입사하여 본인의 기준과 맞지 않아 후회하며 금세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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