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삶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에 익숙해지는 시기마다 바라든 바라지 않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점차 체계화되는 환경에 따라 조율할 수 있는 여건이 늘어가는 과정에서 내 마음 상태와 본능적인 욕구, 삶의 경험에 의해 무의식중에 내가 끌리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을 더 명확히 알게 된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의식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 해도 그 마음을 먹은 순간 이미 생존 본능에 따라 그 상대를 판단하게 되고, 그 시기에 가능한 형태의 관계를 바라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그것만으로도 그 흐름 속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이나 필요를 가늠하게 되고, 그 방향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듯하면, 각자의 기질과 성향에 기반한 각자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바람이 드러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생각과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지만, 이미 서로에게 호감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인간적이면서 불균형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이처럼 불균형하기에 끌림이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관계는 일부 본능적 결핍을 충족하기에, 오히려 균형 잡힌 관계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익숙함 속에서 각자의 관점으로 상대를 더 깊이 바라보게 되니, 누가 먼저 느끼는지와 상관없이 결국 서로에 대한 본질적인 다름을 깊이 깨닫게 된다. 그에 따라 각자 고유한 가치관으로 상대에 대한 예외적인 마음을 조정하게 되고, 그 정도에 따라 호감마저 조정되며 서로에게 알맞은 거리감이 형성된다. 이렇게 서로를 향해 그은 선은 각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실상 각자의 삶이 그은 선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대로 상대의 선을 가늠하고, 서로에 대한 끌림과 필요를 다시 살피게 된다. 그렇다 보니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자신 또는 상대의 기대에 호응하기 어렵다고 여기게 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계 속 불균형을 점차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불균형한 채로도 유지되는 관계가 타인과의 이상적인 관계이지만, 둘 중 한 사람이 지치거나 상처받으면, 점차 오해가 쌓이고, 머뭇거리다, 끝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된다. 서로를 예외적인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해도, 기질과 성향이 너무 다르면, 서로에 대한 예외를 적절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를 예외로 두는 태도는 본능이 크게 관여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후회를 거듭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그런 본능을 조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볍게 두면 흘러가는 본능을 매 순간 의식하며 조절하는 일은 익숙하지도, 익숙해질 수도 없기에 무척 어렵다. 대부분은 조금씩 지쳐가는 시간 속에서 자기 삶에 집중하며 주변은 그저 흘러가게 두게 된다. 삶에서 심적 여유를 얻어 누군가를 완전한 예외로 여긴다고 해도, 그 일방적인 마음은 혼자 감당해야 하고, 품어갈수록 이해받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깊이 소진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그마저도 예외로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그런 마음을 느끼게 된다면, 오히려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깊은 마음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외 역시 결국 스스로 정한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기에, 서로가 예외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해가 깊어졌다는 착각 속에서 오해만 쌓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본능에 따라 적당한 예외로,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 사람은 그렇게 나이가 든다. 그리고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더욱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삶에 놓이면서부터 본능적으로는 부모와 형제, 자식을, 의식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 정도를 최대의 예외로 두는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누군가가 눈앞의 삶을 개선하는 데 몰입하는 삶을 산다면, 나는 각자 바라는 현실이 다른 사람들의 틈에서 이렇게 혼자 만족할 여유와 마음가짐을 얻기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따라서 겉모습은 발전이 없는 그대로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완전히 예외로 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나를 조금은 예외로 두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사람마다 다른 사람은 불가능해 보여도 누구나 자신만 가능한 방식이 있다. 나는 그저, 이렇게 혼자 마음을 품는 사람이다. 아무도 걷지 않아도, 길은 길이고, 나는 그 길을 걷다 갈 뿐이다. 내가 받은 고마움보다, 내가 준 상처를 더 깊이 생각하기에 가능한 삶이다.
2025년 06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