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시림
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 인생 그래프가 어느 변곡점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깨달음이 몰려온 후 나는 그날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다음 날 문득 어떤 슬픈 생각이 났는데, 슬펐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신, 눈물샘에서 왈칵하는 소리가 나며 뻐근했다. 뻐근하다가 찌릿찌릿 저리었다. 시큼한 레몬을 입안에 넣었고 물었을 때, 그 시큼함에 온몸이 찌릿함을 느낄 때가 있다. 신맛이다. 시린 맛이다. 시림은 몸에 전기가 찌릿찌릿하게 한다. 눈물샘에서 왈칵 눈물을 낼 때나, 침샘에서 왈칵 침이 나올 때나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나. 이 글은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감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누군가 공감해 줄 거라는 확신 없이 쓰는 글이다.
나는 뉘엿뉘엿 해가 질 때에 도시가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장면을 사랑한다. 여섯 시가 일몰시간이라면 한 삼십 분 전부터는 해가 스프레이를 뿌리듯 황금빛을 온 마을에 뿌리고, 그 시간만큼은 빛을 받는 모든 물체들이 황홀한 노란색을 띤다. 얼마 전 해넘이를 보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언덕을 올랐다. 일몰시간에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서 시간 맞춰서 산을 오르는데, 정상까지 오르는 내내 산 전체가 노란색으로 빛났다. 내딛는 길, 길 옆의 나무들, 낙엽들, 사진에 담은 내 모습도 모두 노란색이었다. 황금으로 된 길을 걷는 황제가 된 기분이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저 멀리 해가 주황색으로 떨어지며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 딩..딩..댕..댕..댕..그 소리가 내 마음을 울리며 온몸에 찌릿찌릿 전율이 왔다.
내가 통증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색은 노랑이다. 한참을 운 후에 얼마 후 다시 왈칵 눈물이 나려 할 때, 눈물샘이 뻐근하면서 느껴지는 시림이 바로 그 색이다. 시큼한 레몬은 씹었을 때에나, 뉘엿뉘엿 해가 질 때에 도시가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갈 때의 울림과 같은 색이다. 저물어가는 해에서 종소리가 나는 듯한 풍경이 시큼한 과일의 맛으로 입안에 감돌 때 느껴지는 색감이다.
아름다움과 슬픔과 시림. 이런 것과 아픔 즉 통증이 무슨 관련일까. 글쎄, 내 느낌이라고 해서 내가 이유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해 보자면.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에도 마치 아플 때처럼 눈물이 나는 이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