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겨울

by 노엘

아침이 오는 게 늦어졌다. 하절기엔 눈이 부셔서 오래 잘 수 없었는데, 최근엔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새삼 잠이 늘어난 것처럼 한두 시간은 더 지나있다. 겨울인 것이다.


오후 서너 시 무렵이면 해는 제법 기울고, 오렌지 빛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발끝의 긴 그림자는 하루의 여운처럼 함께 보폭을 맞추고, 건물에 닿은 태양도 사람들의 발걸음도 여느 때의 그리운 겨울처럼 고요하다.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는 건 늘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밤늦게 전화가 걸려온 것도, 사랑을 했던 순간도, 아팠던 순간도, 설레고 행복했던 대부분의 기억은 겨울이었다.


거리는 반짝였고, 우연히 듣게 되는 캐럴에 마음은 따뜻하고 말랑말랑 해지곤 했다. 새해가 다가오는 알 수 없는 기대와 긴장감 같은 것들, 눈이 내리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맞잡은 두 손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하얀 밤과 눈으로 뒤덮였던 해안가를 걸으면서 그때 느꼈던 그 감정들은 아마도 행복이었을 것이리라.


마음 한편에 있는 불안감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마음들은, 나를 항상 어딘가로 달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겨울의 모습은 늘 닮아있었다. 파란 그림자와 따뜻한 빛을 가진, 그리운 냄새가 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마도 변한 것은 나의 모습과,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겠지, 최근 들어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시간을 내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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