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이 소중하듯이...

- 2025년 6월 23일 월요일 -

by 최용수

♡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1840)
<로시니의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 / Variations on a theme from the opera 『Moses』>


https://youtu.be/9PCy2rfBWmE?si=mK2qS-BVa0EK8s4t


미국이 어제(현지시간 21일) 이란 내 핵시설 3곳(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벙커버스터와 순항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직접 참여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란은 공격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즉각 미사일 보복을 감행한 가운데, "주권과 국익,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며"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공격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세계질서가 "위험한 전환점"에 들어섰다며 경고하고 나섰고,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벼랑 끝에 선 지역에서의 위험한 확전"을 경고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란은 "영구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세계 경제를 혼돈에 빠뜨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ㅠㅠ


지금 시계 바늘은 오전 6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세상은 벌써 환한 빛으로 가득 차있다.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열자 맞은 편 아파트의 불켜진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 베란다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 아, 세상은 혼돈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어도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은 시작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이 시간에 불켜진 집들은 유독 더 눈에 띌만큼 아침이 어두웠었는데, 지난 토요일이 하지(夏至)여서 그랬는지 베란다 창 너머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냥 무심히 아파트 몇 집이 좀 밝아졌구나하며 흘려버릴 장면들이었다.

이제 4년 뒤면 60이란 숫자가 나이에 붙고, 두 딸들도 어엿한 성인이 된 때라 오래전 등교 준비에, 출근 준비에 바빴던 그 아침 풍경은 기억에서 거의 지워지고 있었는데... 맞은 편 아파트 베란다 창너머로 분주한 이웃들의 실루엣이 마치 예전의 우리집 아침 모습같아 정겹다. 저이들도 당장은 힘들겠지만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나면, 오늘 아침의 이 부산한 일상들이 꿈같이 그리워질 시간들이 찾아 올 것이다.


큰 기대와 욕망보다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나이가 되다보니 TV 뉴스로 전해지는 끔찍한 전쟁 소식을 보면서도 복잡한 담론보다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을 이들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저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가족들의 소중한 일상들이 사라졌을까? 때로는 가족들과의 생이별도 감당해야 했을텐데... 지금 우리에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낯설고 이질적인 시간처럼 보이는데 어머니 세대에겐 저 모습이 딱 어릴 적 한국전쟁 당시 당신들의 모습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TV를 보시던 어머니께서 "전쟁은 어떻게든 안된다"며 내뱉으시는 단호한 일갈이 지금 저 먼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한때 이 땅에서도 벌어졌던 역사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전쟁의 비극은 침략하는 자와 침략받는 자를 가리지 않는다. 이스라엘이나 이란이나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그 나라 국민들에겐 지옥의 현현(顯現)일 뿐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위정자라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전쟁의 위협을 막기 위해선 이웃나라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할 강력한 국방력이 필요하고,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을 만큼의 외교력과 경제력도 키워야 한다. 그건 위정자의 사적인 성취 욕구와 개인적 영달을 초월한, 평범하고 하찮아 보이는 국민 개개인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오늘 아침에 고른 파가니니의 '로시니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성경의 '출애굽기'를 모티브로 로시니가 작곡한 오페라 『모세』를 듣고 감명받은 파가니니가, 오페라 『모세』의 아리아 중 "모세의 기도 - 별이 빛나는 하늘의 옥좌에서(Dal tuo stellato soglio)"의 주제를 바탕으로 작곡한 변주곡이다. 위대한 지도자 '모세(Mose)'가 이집트에서 핍박 받고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홍해바다를 가르고 가나안으로 건너간 기적을 다룬 이 곡을 고른 이유는, 하필 그 유대의 후손들이 지금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이란인들에게 치욕과 분노를 안기며 전쟁으로 내몰고 있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왜 중동의 신들은 인간들을 분노와 증오의 전쟁으로 이끄는 걸까? 혹시 무신론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 개탄스러워서일까?




로시니는 1818년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을 위해 <이집트의 모세(Mosè in Egitto)>를 작곡한다. 이 작품은 '성례용 비극(Azione Tragico-Sacra)'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성경의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한 종교적 오페라다. 이 무렵 파리 사교계는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으로 온통 이집트에 관심이 쏠려 있었는데, 특히 상형문자로 씌여진 '로제타 스톤'의 해독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일면서, 이집트를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래서 이 오페라는 초연 당시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에서 우스꽝스런 실수로 관객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로시니가 작곡한 아름다운 아리아와 합창곡들에 힘입어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한다.

파가니니가 이 오페라를 언제 관람했는 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818년 볼로냐에서 파가니니는 롯시니를 처음 만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파가니니는 이미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롯시니 역시 젊은 나이에 오페라계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두 이탈리아 거장의 만남은 금방 뜨겁게 발전했을 것이다.


앞서 파가니니가 로시니의 <이집트의 모세(Mosè in Egitto)>를 보고 난후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썼다고 했지만 정작 이 곡을 쓰게 된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818년 초연 당시에는 파가니니가 변주곡의 모티브로 쓴 '모세의 기도 - 별이 빛나는 하늘의 옥좌에서(Dal tuo stellato soglio)'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1819년 같은 극장에서 리바이벌 공연할 때 추가되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현재까지는 이 곡의 작곡시점이 1818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파가니니는 아마도 초연 이전에 이 곡을 알고 있었거나 1819년 리바이벌 공연에서 추가된 이 기도 아리아를 듣고 난 다음 깊은 감동을 받아 1819년에 이 변주곡을 작곡했을 가능성이 있다. 작곡 시기야 어떻든 파가니니의 변주곡에 쓰인 모티브는 '모세의 기도 - 별이 빛나는 하늘의 옥좌에서(Dal tuo stellato soglio)'란 점은 변함이 없다.


원곡은 피아노 반주에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도록 작곡되었는데, 오페라의 주인공 모세가 베이스이어서 그랬는지 바이올린에서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G현만으로 연주되도록 하였다. 파가니니는 실제 연주회에서 의도적으로 상위 세 현을 끊고 G현만으로 이 곡을 연주하는 극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이는 모세의 기도가 가진 깊이와 경건함을 G현의 중후하고 깊은 음색으로 표현하려는 파가니니만의 독창적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로시니의 원작에서 모세의 기도는 먼저 모세(베이스)가 기도를 드리고, 이어서 아론(테너)의 기도, 그리고 엘차(소프라노)의 기도가 차례로 이어지며 마지막에 모든 이들이 함께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는 장엄한 합창으로 마무리되는데, 파가니니는 이러한 원작의 구조적 특징을 3개의 변주로 압축하여 표현했다.

직접 실황연주로 '모세의 기도 - 별이 빛나는 하늘의 옥좌에서(Dal tuo stellato soglio)' 를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0wSMjGMb15Y


파가니니가 쓴 곡의 제 1변주의 도입부는 C단조의 아다지오로 시작하는데 마치 모세가 살았던 시기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애굽)에서 노예로 살아가던 암담함이 느껴진다. 이후 장조의 밝고 경쾌한(그러나 여전히 장엄한) 분위기로 바뀌는데 마치 홍해를 건너 약속의 땅으로 건너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발걸음 같이 가볍다.

제2변주에서는 파가니니가 즐겨 사용했던 바이올린 연주 기교인 플래절랫(왼손의 손가락으로 현을 가볍게 터치, 배음을 같이 얻는 기법)을 활용하여 열정적이고 활기찬 연주가 이어지다가 제3변주에서는 16분음표, 32분음표로 곡이 고조되어가며 화려하게 끝을 맺는다.


1819년 이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작곡할 당시 파가니니는 이미 전성기에 접어든 상태였으며, 롯시니와의 우정도 깊어지고 있었다. 당시 롯시니는 1821년에 자신의 오페라 <샤브란의 마틸데>의 지휘를 파가니니에게 맡기기도 했을만큼 바이올린 연주 뿐만 아니라 파가니니의 다른 음악적 능력도 높게 평가했다.




파가니니는 1782년 10월 27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가난한 부두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 무렵부터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에 의해 하루 10시간 이상씩 피나는 연습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의 '악마'같은 연주실력은 그렇게 타고난 재능에 엄청난 노력이 합쳐진 결과였던 셈이다.

1799년 17살부터에 북이탈리아 지방의 '바이올린의 신동'으로 알려지며 파가니는 연주하는 무대마다 열광적인 관중의 환호을 받으며 일찍부터 명성과 부를 얻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런 성공으로 자만에 빠진 청년 파가니니는 이내 도박과 향락에 빠져들게 된다. 이른 성공이 주는 독과毒果로 결국 건강도 해치고 거액의 빚까지 지게 된 파가니니는 연주를 위한 바이올린마저 팔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 빚 때문에 파가니니가 비싼 바이올린을 저당잡히고 돈을 융통한다는 소식에 그의 팬이었던 프랑스 상인은 파가니니에게 당시에도 명품으로 소문난 '과르네리 바이올린'을 빌려주었는데, 이때 파가니니가 그를 위해 연주를 해주자 그 프랑스 상인은 감동하여 비싼 '과르네리'를 파가니니에게 그냥 선물로 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방탕한 생활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빚에 시달리던 파가니니는 마침 그의 연주를 흠모하던 어느 귀부인과 사랑에 빠져 1801년부터 1804년까지 토스카나에 있는 그녀의 성에서 동거 생활을 하게 된다. 이 동안 파가니니는 연주회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애인 살해죄로 투옥되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사실 이 기간에 파가니니는 모처럼 긴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플래절랫(하모닉스), 중음주법, 스타카토 등 현재에도 여전히 완벽하게 소화하기 힘든 어려운 연주 기술들을 개발하고 연마하고 있었다.


이렇게 과거의 체력과 한층 성숙해진 연주기교를 가다듬은 파가니니는 1805년 22살의 나이로 제노바로 돌아와 다시 연주 활동을 시작한다. 이 무렵 관객들은 당대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초월적인 파가니니의 연주 실력에 경악했는데, 특히 빈의 어느 연주회에서 한 관객이 "악마가 그의 연주를 도와주는 것을 봤다"며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니면서 이때부터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얻게 되었다.

파가니니의 신들린 연주는 나폴레옹의 누이 엘리자 보나파르트 바치오키(Élisa Bonaparte Baciocchi)마저 그에게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파가니니의 재능을 독점할 욕심으로 루카 궁정(Lucaa, 이탈리아 토스카 지역의 엘리자 보나파르트의 공국)의 오페라 극장 지휘자로 그를 임명했다. 그녀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기절할 정도로 열광했는데 나중에는 그를 그녀의 직속 근위기병대 대장으로 임명하여 자신의 곁을 지키도록 했다.(그건 아마도 다른 여성들이 파가니니에게 아예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질투의 발로였을 것이다.)


*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 (1994), <크로이처 소나타(The Kreutzer Sonata)> (2008)를 감독한 베르나르드 로즈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의 제자, 데이비드 가렛를 파가니니 역으로 발탁해 영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The Devil's Violinist)>를 만들었는데, 포스터의 "모든 남자가 증오했고, 모든 여자가 사랑한 남자!"라는 선전문구가 인상적이다. 아래 영화 클립을 보면 이 문구가 수긍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iDP433lNI

https://youtu.be/wKiDP433lNI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점점 더 깊게 파가니니에 빠져들었고,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작곡에만 몰두하게 난이도가 높은 곡들을 만들게 했는데, 특히 1807년 8월 15일 나폴레옹 생일 축하을 위해 파가니니에게 기념곡을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G현만으로 연주하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기까지 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나폴레옹 소나타'다. 이 작품은 초연부터 큰 성공을 거두며 파가니니의 명성을 한층 더 높여주었지만, 파가니니는 1805년부터 무려 3년 동안이나 지켰던 루카의 궁정 오페라 극장 지휘자직을 사임하고 1808년부터 이탈리아 전역을 돌며 다시 자유인으로 이탈리아 순회공연을 떠나게 된다. 무려 20년 동안.


당시 평론가들은 파가니니의 '악마적' 명성은 단순히 뛰어난 기교뿐만 아니라 그의 독특한 외모와 신들린 듯한 연주 모습, 그리고 관객들이 집단으로 히스테리를 일으킬 정도의 강렬한 무대 매너를 꼽았는데, 이탈리아 순회 연주를 통해 그의 '입신入神에 다다른 기교技巧'가 유럽 전역으로 소문이 나자 마침내 파가니니는 1828년부터 전 유럽으로 연주무대를 넓히게 된다. 특히 1828년 3월 빈에서의 첫 연주회는 입추의 여지없는 열광적 무대였는데, 연주회 다음날 빈의 상점가에서는 이른바 '파가니니 스타일'이라고 하는 양복, 모자, 장갑, 구두 등 미친 듯이 팔렸다고 한다. 1829년 독일의 베를린을 비롯해 폴란드, 프랑스, 영국 등으로 무대를 넓혀가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명실상부 유럽 사교계의 우상이 되었다.


파가니니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수많은 연애와 동거를 했지만...) 1823년 42살 때 만난 가수 안토니아 비앙키(Antonia Bianchi)와 약혼식을 치루고, 1825년 7월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아들 아킬레(Achille Ciro Alessandro Paganini)까지 얻는다. 하지만, 파가니니는 아들 아킬레는 태어나자마자 즉시 그의 호적에 올렸지만, 안토니아는 그의 정식 아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안토니아와의 동거 생활도 순탄할 리 없었다. 파가니니는 안토니아가 밤새 아들 아킬레를 돌보는 동안 밖에서 도박과 여성과의 향락을 이어갔다. 특히 도박에 빠진 그는 많은 빚을 지게 되었는데, 당시 도박업계에서는 도박빚을 갚지 않는 사람을 'Signor Paganiente'(파가니니 같은 놈)라고 부를 정도였다나...

결국 안토니아는 파가니니가 아끼는 바이올린을 부숴버리는 일까지 벌어졌고 결국 1828년 4월 빈에서 그들의 동거는 끝나고 만다. 안토니아는 생활비 지원 약속을 받고 이탈리아로 돌아갔고, 아들 아킬레는 아버지 곁에 남아 유럽 연주 여행을 함께 했다.

파가니니는 방탕한 생활 때문에 폐결핵, 매독, 류머티즘, 후두염, 신경장애 등 수많은 병을 얻었는데 말년에는 만성 인후염으로 인하여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아들이 대신 의사소통을 해 주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파가니니는 빚탕감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연주회를 강행해야 했고, 마침내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지면서 연주회 조차 7개월 동안이나 못하고 앓아누웠다가 1840년 5월 27일 57세로 일생을 마감했다.

방탕한 삶이 남긴 파가니니의 비극은 그의 사후에도 이어졌는데, '악마와 교감했다'는 바로 소문때문에 교회가 그의 매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의 후원자가 이 불운한 음악가의 유해를 작은 섬의 동굴에 숨겨 놓았다가 파가니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멀어진 1876년, 사망한 지 무려 36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대지의 품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었다.


파가니니는 고전파에서 낭만파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음악가로 흔히 낭만주의 음악 시대를 연 선구자로 평가받는데, 후대 낭만주의 작곡가들인 리스트, 슈만,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은 파가니니를 흠모하고 존경해 그가 남긴 곡들의 변주곡들 또한 여럿 남기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할 예정이다.


■ 앞서 20세기 바이올린 비르투오소 중 한 명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연주로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어보았는데, G현의 중후한 음색 때문인지 이 곡은 첼로 곡으로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역시 20세기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중의 한 명인 야노스 슈타커의 첼로 연주로도 감상해보자.

- https://youtu.be/pu20e5ODV_U?si=C9Zl64x0nEAA_MkD



♡ 그 시간


- 정용철


어느 날,

내가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모두를

이해하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샘물처럼 맑고 호수같이 잔잔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한없이 낮아지고 남들이 높아 보였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손이 나를 넘어뜨린 사람과

용서의 악수를 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절망 가운데 있다가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눈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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