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들 시리즈 세 번째 글입니다. :)
고백하자면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조직문화라곤 관심도 없었고, 사람에 대한 통찰도 매우 부족한 대표였습니다.
조직문화라는 개념은 COO로 합류해준 최경희 공동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튜터링의 조직문화를 알리려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초기의 성장 DNA를 잃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기록해 두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누가 튜터링 팀에 있든 간에 그때의 DNA를 오랫동안 남기고 싶고,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 또는 변화를 찾는 직장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보고자 제 경험을 정리한 글을 남깁니다. 글은 아래와 같은 시리즈로 진행됩니다.
들어가며, 성장하는 DNA는 따로 있다.
러닝 커브가 가파른 학습 기계
일 잘하는 머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채용하면서 느낀 것은 학창 시절 우등생이 현업 최고의 인재는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표준화된 학습 시스템에서의 공부머리와 일 잘하는 머리는 매우 달랐다.
공부 머리가 인내심과 집중력이 큰 무기였다면,
일 잘하는 머리를 좌우하는 가장 큰 역량은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과 새로운 것을 자기부정 없이 받아들일 줄 아는 ‘겸손한 태도'였다.
스타트업에서 왜 개인의 학습 역량이 중요할까.
성숙도에 이른 대기업이 아닌, 신생 기업에서는 시스템이 아닌 개별 인적자원의 탤런트로 사업의 퍼포먼스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튜터링과 같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그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고, 그렇다면 큰 기업과 반대의 접근이 필요했다. 회사의 시스템이 있고, 누가 채용이 되든, 누군가가 이탈이 되어도 바로 빈틈이 메워지는 기성 기업의 방식에서는 취할 수 없는 보다 더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개인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세팅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만큼 중요하다'
이 문구는 튜터링 창업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중요한 철학 중 하나가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성장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 지원하기에 좋은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이는 결코 내가 직원을 위한 선한 희생정신을 가져서가 아니다. 개인들의 역량이 곧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대표인 나를 포함 조직원들의 빠른 러닝 커브가 비즈니스의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내건 슬로건이다.
조직원들의 학습 역량과 비즈니스의 속도는 무섭게 비례한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어느 전통기업이든 간에 혁신을 외치는 시대이고, 현업에서 필요한 기술과 역량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분야만 해도 10년 전 마케팅 방식과 현존하는 마케팅 방식은 매우 달라져있다. 디자인, 개발, 기획, 어느 분야도 5년, 10년 전과 같지 않다. 일류 대학에서 배워온 방식은 산업체에 거의 쓸모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는 어느 학교, 어느 과를 졸업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졸업 후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새로운 트렌드의 기술과 협업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해 나갈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꾸로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는 고용주 입장에 서서 대입해본다면, 후보의 출신 학교나 배경보다 일하는 태도와 학습 열정 등이 매우 중요해지는데, 특히 나는 초기 몇 년 동안의 경험에 의해 이점을 깨닫게 되었다.
튜터링 초기 우리 팀의 70%가 20대 인턴이었고, 그중 눈에 띄었던 이들을 정규 전환을 하고 결국 이들이 팀 내 핵심 인재가 되었는데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다.
내가 꼽는 대표적인 러닝맨(Learning Man)이자 우리 회사의 초기 마케터인 A군과의 첫 만남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법인 설립 직후 여서 나 포함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임원 3명과 인턴 3명인 회사였고, 롯데 엑셀러레이터라는 창업 보육기관의 건물에서 일을 하고 있던 터였다. A군은 무료로 마케팅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본인이 마케팅 에이전시를 창업하는데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되니, 가까이서 마케터로 일할 순 없겠느냐고 제안하였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본 나로서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신기한 제안이었다.
마침 우리 중 마케팅에 대한 경험을 가진이가 없었고, 이런 접근을 한 사람은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감사히 여기고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A군이 합류한 직후에 알게 된 반전은 A군이 사실은 마케팅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마케팅 경험이 거의 적고 관련 학과 출신도 아니었지만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이후 매일 밤낮없이 업무를 익혔고, 관련 새로운 지식과 노하우도 끊임없이 우리 제품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A군이 튜터링의 퍼포먼스를 운영하면서 한 번도 새벽에 대시보드 확인을 거른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기 분야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위장병이 생길 정도로 강한 집념으로 자신의 일을 해내었다. 그 정도로 끈기 있게 성공해내겠다는 열정은 결과적으로 초기 튜터링이 2년 만에 10배 이상 압축 성장하는데 기여를 하였고, 나는 갓 서른 살이 된 A군에게 Growth lead라는 팀장 제안을 하였다.
나 : “정말 A님은 신기해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나요?”
A군: “대표님이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어서요."
A군의 일에 대한 지독한 열정과 학습 역량 뒤에는 이전 창업의 실패 경험이 한몫했다고 한다. 우리 회사에 합류할 당시 직접 창업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굉장히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보면 그때 대표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더 열심히 도와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하면 지금의 업무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행복에 가깝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나 : “A님이 2년이라는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해낸 일들이 모두 대단해요"
A군 : “아직 멀었어요, 부족하기만 한 것 같아요"
A군의 캐릭터를 회상해보면 진실함과 겸손함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지금까지도 A군의 노하우를 들으러 수많은 강연과 컨설팅을 요청하는 곳이 많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심지어는 구글 캠퍼스 강연 중 인기 강사 1위에 꼽히기도 했으니, 얼마나 유익하고 압축적인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했을까 싶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러닝맨인 B양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
대학 졸업 직후 인턴으로 입사한 B양을 채용할 당시만 해도 CTO님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야 당연하다. 갓 졸업한 무경력의 엔지니어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턴이었던 B양이 만3년이 지날 때쯤 우리 제품의 프런트 개발의 핵심 엔지니어로 성장했고, 심지어는 CTO님이 프런트 개발에 있어 나보다 역량이 뛰어나다 라고 할 정도의 인재가 되어있었다.
내가 이전 직장에서 봐온 보통의 개발팀은 당시 기획자인 내겐 약간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협업할 때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개발 검토를 하는 순간에 죄책감이 생겨나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개발 검토를 하면 또 혼나겠군.’ ‘내가 괜한 아이디어를 내서 일을 크게 만든 건가.'
하지만 B양은 내가 예상했던 피드백과는 항상 반대 상황을 만들어 내곤 했다.
나 또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개발 검토를 요청하거나 새로운 피쳐에 대해 고민할 때 그가 가장 많이 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거 좀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그것보다 더 어려운 기술을 써서 이런 접근은 어때요?”
기획자가 감히 개발자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기 망설일 때, 더 좋은 피쳐와 더 복잡한 기술을 제시해서 놀라게 하곤 했다. 더 도전적인 일이 그에겐 일이 아니라 풀어내고 싶은 연구 대상이었던 것이다.
B양은 회사에서 풀리지 않는 일은 집에 가져가서 새벽까지 공부해서 해내곤 했다.
그렇게 바쁜 개발 일정 와중에도 기획 단계나 아이디어 구상 단계 미팅부터 참여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빛나던 순간은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이 개발한 피쳐에 대해 시연회를 보여주는 그 순간이었다. 모두에 앞에 서서 호기심 넘치는 표정과 쑥스러운 듯한 시연 과정은 이 피쳐 하나를 개발하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을까가 바로 느껴졌다.
왜 그렇게 까지 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B양과 몇몇 동료들은 저녁이나 새벽까지도 서로 통화하며 어디까지 공부했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힘든 과정에서 서로 경쟁이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B양의 캐릭터를 몇 가지로 압축하면 ‘강렬한 호기심'과 ‘성장 욕구'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연속으로 경험하다 보니, 내게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철학이 생겼다.
바로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만큼 챙겨야 하는 우선순위 과제'라는 점이다. 성장욕구가 높은 이들을 채용하고, 회사가 이들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창구가 되어준다면 에너지가 폭발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러닝 커브가 가파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이런 중요한 ‘학습'을 현업이 아닌 각종 외부 세미나나 네트워크 파티를 통해 유명인을 팔로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수영을 잘하려면 물에 먼저 뛰어들어 익혀야
한다고 본다. 남의 조언이나,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과 친하다고 절대 수영실력은 늘지 않는다.
위의 사례의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현업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으려면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해낼 수 있는 업무 이상의 범위를 계속해서 도전하고, 결과에서 얻는 레슨런드를 몸에 익히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다. 그리고 외부 자원을 통해 얻은 지식을 현업에 또 바로 실천해 보는 것이 내 것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 항상 결핍과 겸손을 가졌다.
단연코 전문성보다 겸손한 태도다. 기존 현업에서의 성공경험이 독이 될 때가 있다. 전문가라고 단언하는 사람은 조직에 위험하다. 기존 성공에 대한 편견을 지운 채로 겸손함을 갖는것만의 성장의 키이다.
러닝맨(Learning man)이 모이는 팀 만들기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경우도 스티브 발머 시절의 잃어버린 15년(200~2014)이라고 부를 만큼 성장이 정체된 시기가 있었다. 사티아 나델라의 조직문화 혁신이 이 시기를 극복한 턴어라운드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여기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그로스 마인드 셋이었다. 스티브 발머 시절에 기존 성공경험으로 인한 Know it all 문화가 판쳤다면, 나델라는 이를 Learn-it all (모든 것을 배우는) 문화로 바꾸었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움과 독서를 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 은 어른이 되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자신의 능력은 경험과 노력에 의해 향상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 팀 역시 개개인의 성장을 통하여 회사 안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그들의 재능을 회사의 성과와 얼라인 시키는 사례들을 무한대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초기에 자본이 적어 힘들었던 시절부터 독서비 지원만큼은 꾸준히 했다. 그리고 아무리 프로젝트가 바쁘게 돌아가도 점심시간을 2시간 내어주며 독서토론에 참여하도록 장려했다.
우리 팀의 DNA 디스크립션과 리츄얼을 정의해보면 다음과 같다.
DNA Description
노력에 의해 늘 성장할 수 있다는 그로스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
새로운 분야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학습/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
학습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자 여러 시도와 노력을 하는 사람.
지적 겸손함을 지닌 사람
리츄얼
사내외 교육 및 콘퍼런스, 세미나에 대해 100% 지원하고, 권장함
사내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함, 주로 경험/해당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가 리딩함.
런치 독서모임 권장 : 사내 독서토론회를 자발적으로 만들고 가짐
셀프 진단해보기
성장 마인드 셋을 갖춘 사람은 시련에도 더욱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도전과제에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타인의 비판으로부터 배우며, 타인의 성공을 자격지심이 아닌 자신의 성장의 자극제로 삼을 수 있다. (참고 기사)
당신은 그로스 마인드셋을 갖추었는가? 어디에 더 가까운지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출처
나는 고정현 마인드셋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세상의 수많은 일중에 이러한 고정형 마인드셋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빠른 변화가 요구되는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내가 고정형 마인드셋에 가깝다면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 자신을 탓하기 전에 나의 어린 시절 성향은 어떠했는지도 살펴보자. 내가 알기론 호기심과 열정이 없는 어린이는 없다. 어떤 지점에서 성향이 바뀌었는지도 적어보자. 내가 성장형 마인드셋을 가지기 위한 생각 습관을 가질 순 없을지, 어떤 환경을 세팅해야 할지도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현 스테이지에서의 필요한 롤 모델이지만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들 시리즈 링크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