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희 Dec 27. 2020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들 #5 오뚝이

성장하는 DNA와 컬처에 대하여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들 시리즈 마지막 글입니다. :)

만약 이 시리즈에 관심이 가시는 분은 첫 글부터 읽어주시면 조금 나을 것 같아요! ㅎㅎ 

연말, 올해를 정리하며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 

 

들어가며, 성장하는 DNA는 따로 있다.

첫째, 동기가 풀가동된 셀프 스타터

둘째, 전문가를 넘어서 오지라퍼 

셋째, 러닝 커브가 가파른 학습 기계

넷째, 통찰력 넘치는 Why맨 

다섯째, 오뚝이형 개척자 (본글)


Photo by Jesse Callahan on Unsplash



오뚝이형 개척자 되기.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이 스타트업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채 비행기를 조립해서 날아가야 하는 일’


스타트업을 해보면 이해되는 이 느낌..

이 말을 듣고, 벤처와 사업은 얼마나 모험일까 하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실제로 이 문장은 모든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공감을 샀고, 실제로 장기로 생존하고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비율이 1%에 가까울 정도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표현이 맞다. 


이 문장의 진정한 의미는, 누구나 비행기를 조립해본 적도 매뉴얼을 알지도 못한다. 즉,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을뿐더러 정확히 성공 방정식을 규명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한 번의 완벽한 도전보다 불완전한 수많은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영구적 베타'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하는데,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이 제조업과 같이 하나의 완제품을 완성하여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시장에 나가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시장의 니즈에 더욱 가까운 제품을 고도화해간다는 의미이다. 


이해하기 쉬운 비교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면, 하드웨어 자체는 한번 생산되고 완제품 형태로 고객의 손에 닿으면 더 이상의 업데이트는 어렵다. 하지만 스마트폰 내에 있는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는 상시 업데이트된다. 우리가 잘 아는 페이스북만 보더라도 페이스북의 애용자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거의 1년에도 몇 번씩이나 화면의 UI(User Interface)가 바뀌기도 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을 것이다. 


모두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서 사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사용경험을 주기 위해 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는 과정 중인 것이다. 거듭된 실험을 통해 최적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을 지속하며 최적의 안을 완성해간다. 그래서 베타 기간은 결코 끝나지 않기에 모든 서비스는 ‘영구적 베타’나 다름없다. 

 

나는 스타트업계에서의 이런 현상이 우리 삶과 일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모든 원칙이 이미 정해진대로 누가 더 성실히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잘 살아가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빨리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2020년 초, 코로나가 대유행할 것이고 글로벌 팬데믹이 경제위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예측이 어렵고 변화가 클수록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일과 삶 속에서 새로운 과제에 대해 두려움 없이 작은 도전들을 채워 넣는 습관이다. 





내가 시도하는 모든 일의 결과가 실패할지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수도 없는 실패는 성공의 지름길이 된다는 점은 확실하다. 


단, 실패에 대한 레슨런드를 갖고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말이다. 


성공 레시피 노트 함께 만들기


압축 성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도와 실패의 데이터를 축적시키고 배울 수 있는 환경 구축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러닝 프로세스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핵심이다. 


이때 많은 실험을 기록해 두고, 개선 사항을 꾸준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그 노트를 ‘성공 레시피 노트'라고 이름을 붙여두었다. 


작은 팀이라도 팀원이 있는 조직을 운영 중이라면 이 환경을 만드는데 조직적인 R&R을 세팅해야 할 것이며, 함께 실험 결과를 축적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과업의 경우 위키 방식을 추천하는데, 위키 방식의 아카이빙을 위해 클라우드 형태로 실시간 아이디어가 저장되고 히스토리 관리가 용이한 노션, 콘 플루 언서, 구글 Suits 등 다양한 툴 중 하나를 선택하여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튜터링의 경우 노션에 ‘성장 레시피 노트’라는 제목의 웹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튜터링을 초기 론칭 후에 큰 단위의 개발에 앞서 작게 개발해서 시장에 A그룹과 B그룹을 나누어서 선보인 후 A/B테스트 결과를 기록한다. 

 A/B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는데 이 실험이 UX와 서비스 개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튜터를 운영하는 데에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더 높은 만족도를 위해서 여러 시도를 한다.


각 부서의 실험이 전사에 공유되고, 그 결과에 대해 학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프로세스이다. 왜냐하면 타 부서, 타 분야의 실험 결과를 통해 내가 운영 중인 파트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 등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사가 공유하기 위해 위키 노트를 상시 운영하여 론칭초 3년 전의 실험 결과부터 각 파트 부문 별의 실험 결과가 전사 공유된다. 또한 최근의 실험에 대해서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가설과 결과에 대해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일련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장과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사가 함께 ‘학습' 해 간다. 

튜터링은 론칭 후 2년 사이 성장에 영향을 준 유의미한 실험을 약 50여 개 이상 수행했다. 한 달에 2개 이상의 실험을 한샘이다. 각 실험 별로 신호등과 같이 칼라로 표기하였다. Green, Yellow, Red - 이 실험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튜터링은 없었을 것이다. 


서비스도, 조직도, 인생도 모두 동일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당신의 목표를 향해가는 선행지표는 무엇인가, 그 선행지표를 향해서 이번 달은 몇 개의 실험을 진행했나, 레시피 노트에 다양한 레시피가 쌓여갈수록 더욱 정교한, 풍부한 성과의 결실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거듭된 실패에서도 일어서기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씨앗이니 최대한 많이 실패해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속된 실패는 오히려 학습된 무기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자영업 폐업 비율은 90%, 즉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확률은 10%이다. 

벤처 회사는 어떠한가? 만약 기업 공개를 벤처의 성공 기준으로 본다면 전체 반겨 기업 대비 IPO(기업공개)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자영업이건 벤처 회사이건 창업 후 실패의 비용과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1% 미만의 성공률을 가진 경우에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보통 내 일과 사업은 학교 성적이나 공모전과는 다르게 성공과 실패가 한순간에 단정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작은 실패와 연속적인 작은 성공이 이루어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사업을 종결하기로 한 결심도 주인 스스로 하는 것이다. 즉, 성공 또는 실패로 단정 지어지기 전에 작은 실패에서 답을 빨리 찾고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만약 작은 비용의 실패도 두려워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장병규 대표님의 인터뷰의 대목이다.. 


장병규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본 크래프톤의 창업자이기도 하고 본엔젤스의 대표이사이자 투자자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평균이 실패 인 점을 강조하면서도, 스타트업은 실패해도 구성원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강조한다. 


스타트업 1000개가 설립된다면, 초대박은 그중에 한 개 정도다. 대부분 실패하기에 실패가 특이한 게 아니다. 평균이 실패다. 우리나라는 초-중-고, 심지어 대학까지 정답이 있는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정답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스타트업 성공’에 대한 것이다. 성공에 공식이나 왕도는 없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모두 다 다르다. 스타트업 성공의 과정은 비정형적이 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서 나가는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절대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거다. 조언은 조언일 뿐이다. 성공은 자기만의 스토리로 하는 거다. 물론 다른 이가 왜 그런 조언을 하는지 그 이유를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메커니즘에 대한 고민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매우 위험하다.  (중략)

대기업은 기존 자산을 활용해 다수가 조직적으로 일을 한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소수가 몰입해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한다. 혁신하는 방식가 다르기에 어느 것이 우월하고 떨어진다 평할 수 없다. 스타트업에서 혁신이 이루어져 자산이 생기면 그것을 대기업이 인수하는 게 사회적으로는 효율적이다.

메커니즘적으로 스타트업은 소수가 많은 시간 동안 몰입해서 일하기에 개인이 빨리 성장한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더라도 개인은 성장하는 거다. 이는 개인의 몸값이 오르는 계기가 된다. 대기업에서는 연봉이 빨리 오르기 힘들지만, 적절한 환경의 스타트업에서 적절하게 실패하면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 장병규 대표 인터뷰 중


성공은 비정형적이고, 일관된 방정식이란 없다.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이장에서는 작은 시도를 연속적으로 해내는 방법, 시행착오를 통해 레슨런드(Lesson learned)를 축적하여 압축 성공의 재료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전반적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의지'와 ‘노력'이 아닌 실행력을 뒷받침해줄 ‘프로세스'와 ‘세밀한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오뚝이형 개척자이다. 


DNA Description  

    계속 실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붓는 열정을 지닌 사람  

    모든 제안이 실 적용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기준점을 갖고 지속 제안 시도하는 사람  

    실험을 한 후 데이터 집착을 통해 실제 제품에 반영하는데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


리츄얼   

    DA(Data analtytics) – 성장을 위한 레시피 노트를 기록함, 계속 가설을 세우고 검증함  

    프로젝트 완성 시 항상 시연회를 가져 모두의 의견을 수렴함,   

    프로젝트 종료 시 레슨런드 시간을 가져 각자가 이로써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마련함  

    시도 시 실패를 할 경우 격려하는 문화 – 실패담에 대한 공유 + 격려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던 대목입니다. 

나 스스로 멘탈갑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당연히 실패는 두렵고 의도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오뚝이형 개척자가 있다면 험난한 스타트업에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작은 연속된 실패에서도 일어나는것 조차 훈련의 과정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지요.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들 시리즈를 마칩니다. 나중에, 조금 더 규모가 큰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또 다른 생각이 들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첫째, 동기가 풀가동된 셀프 스타터

둘째, 전문가를 넘어서 오지라퍼 

셋째, 러닝 커브가 가파른 학습 기계

넷째, 통찰력 넘치는 Why맨 

다섯째, 오뚝이형 개척자 



즐거운 연말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