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여덟 걸음_하나

다르게 걷는다는 것

by 독립여행

“좀 다르게 걸어보지 그래요.”


산티아고 순례길, 바람처럼 빠르게 걷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빠른 걸음 때문에 순례자들 사이에서 ‘몬스터’란 별명을 갖게 된 그녀는 삼십 대 초반, 체육대학을 졸업한 뒤 8년간 식당을 운영하다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 길에 올랐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고,

그렇게 20대를 다 바친 뒤 처음으로 멈춰 선 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걸음은 멈춘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걷고, 알베르게(숙소)에 먼저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뒤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태도가 걸음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루는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례길 일정이 지날수록 빨리 걷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그녀의 말에 문득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습니다.


“다르게 살고 싶어 이 길에 오셨다면서요. 그럼, 좀 다르게 걸어보면 어때요?”


하지만 그 말은 꿀꺽 삼켰습니다.

그건 그녀에게 건넬 말이 아니라, 나에게 먼저 해야 할 말이었으니까요.


“나부터 먼저, 다르게 걸어보자.”


그 순간이 어쩌면,

어슬렁의 첫걸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몬스터라 불렸던 순례자. 잘 지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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