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시>
듣는 기도 詩 1. 소리의 오후

-기형도, <소리의 뼈>,『입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 1991.

by 푸른킴


어느 오후,


듣는 일은

들려야 할 소리

사라지지 않게 저장하는

최소한의 환대


대명창천 소리 아닌

미약불초 땅의 탄원

들어주는 신의 눈,

그의 손

세계 감찰의 시선

내 몸으로 뒤따르는

아주 작은 참여


기형도의 시,

*‘소리의 뼈’ 있다는

김 교수의 주장,

뭇 학생들

웃어넘길 소리라 했지만

강의실 김 교수 끝내 ‘침묵’―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소리의 뼈 자라

삶의 근육 되고

여린 피부 되어

마침내 마음의 귀

열려 서로를 지탱하는

견실한 소리의 힘


이 시 속에

시인이 고민했을 텁텁한 날숨과 들숨 들리고

소리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한 끼 식사

한 줄 낙서

한 움큼 이야기 차려주는

시놀림으로


바람을 휘저어

거친 죽음의 땅

뚫고 솟구치는 온기 먹은

오색 잎들 하롱하롱


그 바람 소리

시인의 말을 실어

죽음과 삶, 나무와 꽃 휘돌면


비록 나는

한 푼

한 평

한 톨

한 벌에

몸 떼지 못한 채

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다 해도


부는 바람에 몸 맡기고

맴도는 시간에 삶 던지고

다가오는 죽음에 맘 놓으면

나무는 자라고, 꽃은 피고 지는

그 경이로운 사건


시인이 아니었다면

소리에 뼈가 있다는 것 모르고 살았을 테니

선물로 받은 시인의 시선

그 견고한 긍휼

나의 생의 소리로

오늘 재생하는


시의 선물


어느 젊은이들, 어른들, 아이들

재난과 전쟁, 폭력과 굽은 판결, 불이익과 억울함 속에

자기 삶을 묻어버리고

하루 살면 이틀씩

도시변방으로 내몰릴 위험 여전하며

인간차별에 자기를 빗장 채우는 시대,


나도


이 슬픈 잿더미 위, 이기적인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생존의 인내

그 버티는 삶들

소리의 뼈로

일깨워

견고하게 다독이면


시인의 소리

슬픈 세계를 멋진 척 위장하는 나의 손 씻어내고

이기적인 의지를 이타적인 듯 채색하는 나의 말 덜어내고

끝없는 욕구를 겸손한 척 가장하는 나의 눈 닦아내고

유한한 생명을 영원인 양 고백하는 나의 맘 잘라내면


마침내

숨어있던 생존 소리

온몸을 휘돌아


여린 세계

견고히 지탱하며

양약처럼

희게 물들이는

소리의 뼈,


다시 침묵―


가을의

오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박자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