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Yoona Kim Dec 06. 2019

푸르른 2020을 위하여

2020년 올해의 색, Classic Blue

#한달쓰기 리스트

01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02 <이별가>가 들려주는 글의 비밀

03 발라드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04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05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06 푸르른 2020을 위하여







팬톤의 2020년 올해의 색, 클래식 블루


미국 회사 팬톤 Pantone에서 만든 컬러 매칭 시스템 The Color Matching System은 인쇄 산업 분야가 정확한 색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느낀 1963년에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판톤의 컬러 시스템은 가장 쉽고 간단하게 색감을 맞추고 분류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판톤은 색마다 번호를 붙여서 디자인, 페인트, 섬유, 플라스틱 제조사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판톤 칼라 인스티튜트 The Pantone Color Institute은 디자이너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영향력 있는 색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2000년에, 판톤 칼라 인스티튜트에서는 "팬톤 올해의 컬러"라는 새로운 브랜딩을 시작했다. 매해 12월에 공개하는 이들의 캠페인은 매번 세계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을 앞두고 지난 4일 팬톤이 공개한 올해의 컬러는 19-4052번 클래식 블루 Classic Blue이다.  


팬톤 칼라 인스티튜트의 부회장인 로리 프레스맨 Laurie Pressman은 이번 클래식 블루가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색깔이라 정의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떠올렸을 때 느끼는 신비로움보다는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을만한 내일을 필요로 하고 있음에 공감하는 클래식 블루라고.  


황혼이 지는 저녁의 하늘. 고요하고 평온한 강물. 완벽하게 익은 블루베리.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클래식 블루는 진중한 색이지만 너무 심각하거나 비밀스럽진 않다. 성과 계절의 구분이 모호한 색이라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이라 여긴다. 게다가, 블루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식물 인디고 Indigo 덕분에 지속 가능성 Sustainability 운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선한 열망까지 일으킨다.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사건 때문에라도 더더욱 고전적인 클래식 블루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팬톤. 물론 이들이 소개한 클래식 블루는 익숙하기 때문에 다시 반복하는 과거가 아니라 재해석하여 재적용하게 될 새로운 미래를 의미한다.  




내가 만난 청


<색에 미친 청춘>에 내가 담은 두 번째 색은 한국의 청이다. 이 아름다운 색깔은 서천 한다공방에서 만났던 두메산골물듬이의 박예순 선생님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었다. 박 선생님의 모시 짜기는 시골로 시집을 오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자 했던 열망으로 시작되었다. 그녀의 모시 일은 군에서 염료 시범 사업을 제안해 오면서 천연염색으로 확장되었다.  



박예순 선생님을 만났던 서천은 한산모시로 유명한 곳이다


9남매 중에 딸만 여섯인 집안에서 모시 일을 하는 건 오직 박 선생님이라고 하셨다.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다. 홀로 서는 과정에는 손수 바느질을 가르쳐주신 할머니의 도움도 있었고, 너무 기고만장할까 봐 돌아가시기 전까지 칭찬 한번 하지 않으신 시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속마음도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남몰래 마음을 부여잡아야 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립을 위해 치러야 할 값에 대해 나는 생각했다. 


한국의 푸름을 굳이 박예순 선생님의 이야기와 함께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했던 건 그녀가 염색 일을 통해서 이루어낸 자유와 블루가 주는 메시지가 통했기 때문이다. 1919년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끈 독립선언서는 3.1 운동 하루 전인 2월 28일 배포되었는데, 이때 독립군 정부는 전국 각지의 청색 종이를 가진 자들에게만 독립선언서를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하늘의 청량한 푸름을 볼 때마다, 바다의 아량 넓은 푸름을 볼 때마다 한국이 이룬 독립을 떠올리게 된다. 박 선생님의 모시천과 색 연구도 결국 그녀에게 그토록 푸르른 자립을 가져다주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故 윤병운 선생님의 쪽염색 작품이다.


한국의 청의 기준은 우리가 ‘쪽빛 하늘’이라고 부르는 쪽빛이다. 쪽빛은 자생력이 뛰어난 쪽로 만들어진다. 쪽을 베고 난 후 땅에 그대로 두면 다시 뿌리를 박고 되살아난다. 푸른 청을 만드는 쪽마저도 우리에게 자립의 메시지를 준다.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서는’ 사람, 그의 인생, 그리고 그의 나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푸르른 2020을 위하여



청색은 밝은 남색으로서 생명을 상징하고, 오방정색으로서 오행에서는 목(나무)에 해당하며, 양기가 가장 강한 색깔이다. 다시 말해서 청은 계절로 치면 만물이 살아 숨 쉬는 시작을 나타내는 봄이고, 감정 중에서는 기쁨과 가장 관련이 있다.  


팬톤이 2020년의 색으로 클래식 블루를 발표하면서 이제 곧 다가올 다음 해를 떠올릴 때 청량한 공기와 울창한 나무의 푸르름이 연상된다. 2020년에도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의 곁을 지키는 자연의 위대함처럼, 한 해동안 같은 자세로 나만의 기록을 지속해 나가고 싶다. 단어 단어들이 살아 숨 쉬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시작을 안겨주기를, 자연스럽게 나의 우리의 마음속에 참된 기쁨을 가져다 줄거라 믿는다. 


블루가 상징하는 기대와 공감,  

청이 뜻하는 자립과 생명,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운 나무와 양기, 

나의 기록이 남길 새시작과 기쁨이 

우리 모두의 2020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Sources:

Cover Image by Pantone

Images by Aaron Burden,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