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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의 감촉 Jul 10. 2020

“그럼 차에 한번 치여봐”

왜 난 결국 그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었을까

아침부터 이불 위에서 큰 조각 초콜릿을 손에 묻혀가며 먹은 우리. 둘째의 손가락에 진하게 묻은 초콜릿을 닦으며 일어나려 할 때쯤


달캉당캉달캉

첫째가 손수레를 끌고 오는 소리.


파란 색 컵 하나는 내게, 노란 색 컵 하나는 동생에게 바삐 건네는 너. 그리곤

“다 마셨어?”

하고 또 살갑게 묻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내 목소리에 가시가 돋아난 건...


유치원 차가 도착할 시간은 다가오고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늦겠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옷을 입기보다 장난감을 만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이들 행동이 거슬렸던가


집앞 복도에서 킥보드를 미끄러져 타고 등장한 네게 멋지다 추켜세우기 보다 왜 킥보드를 여기까지 끌고왔냐며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어느새 무표정이 된 너는 언제나처럼 누르던 엘리베이터 안 버튼을 누르지 않고 빙빙 부유하듯 돌았고 더 화가 돋아진 나는 왜 누르지 않냐며 다그친다.


아파트를 나서 도로와 맞닿는 가장자리로 걷는 네가 눈에 들어온다.


“나단아, 가장자리로 걷지마.”

“가장자리로 걸으면?”

“그럼 차에 치이지. 차에 치이려고 그래?”

“응. 차에 치일래.”

“뭐라고? 차에 치어보겠다고?”

“......”

“이리와. 그럼 차에 한번 치여봐.”


실랑이를 하는 사이 어느새 도착한 유치원차

순간 반항의 얼굴을 감추고 모범생의 자리로 올라설 준비를 한다. 한편으로는 위태롭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엄마를 돌아보는 너. 그리고 차는 출발한다.


쓰디쓴 가슴을 담고 나도 발걸음을 떼어낸다.

나는 왜 너에게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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