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연인 사이의 스킨십에는 하방경직성이 있어."
이런 신박한 표현이 있나. 영화를 계속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에 들려온 남자 주인공의 대사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인은 왜 손부터 다시 잡지 않고 마지막 진도를 이어서 나가는지에 대한 감독의 오랜 고찰인 듯했다.
하방경직성. 한번 올라간 가격은 쉽사리 내리지 않는다는 경제 용어다. 수요가 줄어들어 마땅히 내려야 할 가격도 떨어지지 않고 굳건하거나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그 원인으로는 눈치 게임, 기대 심리, 카르텔 등 다양하나 결과의 양상은 비슷하다고 한다.
연인의 스킨십에 하방경직성을 갖다 붙이는 은유라니. 나도 그럼 서울살이의 하방경직성을 한번 말해보고자 한다.
우선 서울 불패를 보자.
처음에는 강남 불패 정도였는데, 어느새 서울 전 지역의 강남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도시가 생기고, 교통이 발달되면서 집값 완화를 기대했건만 결과는 그 반대다. 서울 인구수는 10년째 계속 감소하고 있고, 저성장에 소득도 오르지 않는데 서울 불패의 기대 심리와 다주택자들의 카르텔은 참으로 굳건해서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경우를 보자.
우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데 늘어난 몸무게는 뇌에서 자산으로 여기고 지키려 한다. 의학계에 알려진 바로는 뇌가 눈치채지 못하게 뺄 수 있는 한 달 간의 몸무게는 체중의 2%뿐이다. 그러니 단시간에 뺀 살이 금세 이자까지 붙어서 돌아오는 것은 뇌에서 비상사태로 감지해 강한 하방경직성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인간 심리도 매한가지다.
얻는 이익보다 잃는 손실을 2배가량 크게 느낀다. 손실회피라고 하는데 확실한 이득도 포기하고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심리다. 비합리적 하방경직의 끝판왕쯤 되겠다. 내가 받은 것이 2개여야, 남에게 1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고 느낀다니 서로 만족하는 관계란 어지간해서는 성립이 안되겠다.
서울의 인구 밀도를 생각하면 서울 사람이 느끼는 손실 체감은 타 지역에 비해 어마어마하지 크지 않을까? 그러니 서울 오면 '눈 뜨고 코 베인다'고까지 느끼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