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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Jun 06. 2022

파김치에 홀린 사람 여기 있어요

이영자가 쏘아 올린 파김치

유튜브 알고리즘은 무섭다. 내가 한 번 봤던 채널이 내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주기적으로 틀어준다. 여느 때처럼 밥친구로 태블릿을 식탁 위로 데려 왔다.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 뜨며 유튜브가 추천해준 영상을 눌렀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서 이영자와 그의 매니저 그리고 전현무가 홍현희네 집에 가기 전 준비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영자가 파김치를 담갔고 전현무가 정~말 맛있게 먹었다. 파김치 담자마자 먹고, 다른 것들로 배를 채워서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파김치'소리에 반응해 일어나 홀린 듯 파김치를 먹었다. 홀린 듯 파김치를 먹는 전현무가 나를 홀렸다. 어떻게든 파김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점심 투표를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 쪽파를 찾았으나 쪽파는 다 들어갔다며 대파보다 작지만 파김치용으로는 적당해 보이지 않는 실파를 보여줬다. '파김치 못 담그려나...' 하며 시장을 나가던 중 쪽파보다는 크지만 꽤 괜찮은 실파가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조금 큰 쪽파일까? 했지만 역시나 실파였다. 가격은 1kg에 4000원. 인터넷에서 가격 보고 1kg에 만 원 예상했는데 웬 일? 실파 두 단을 8천 원에 사서 횡재라도 한 것처럼 기분 좋게 집으로 (헐떡이며) 돌아왔다.


이영자 님이 알려준 재료를 갖추진 못했다. 꽃게 액젓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급한 대로 까나리+멸치를 반반 섞어서 사용하기로 했다. 생각 없이 파를 샀는데 손질을 내가 해야 했다. 파 담그는 건 절이는 시간을 포함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파 손질과 세척을 한 시간은 한 듯하다. 씻고 대충 물기를 제거한 후 반반 섞은 액젓에 파를 담가줬다. 파가 맛있게 절여지는 동안 양념을 갈아서 준비했다. 그리고 절인 파에 양념을 덕지덕지 발라~ 파김치가 뚝딱 완성되었다.(뚝딱은 아니었지만)


한 달 가까이 찬장을 차지하고 있던 짜왕을 꺼냈다. 짜왕에 볶은 양파까지 넣어줬더니 아주 약간 간짜장의 느낌이 났다. 그리고 갓 담근 파김치를 탱글한 면에 둘러준 뒤 입으로 돌진.

너네는 진짜 천생연분이다. 둘이 평생 살아. 물론 파김치에 안 어울리는 게 뭐가 있겠냐만 우선은 너희 둘이 제일 잘 어울려.


+ 하루 더 익힌 뒤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더 맛있다. 여름이라 아주 빠르게 익어서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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