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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un 11. 2024

아이는 새로운 소원이 생겼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소원이 생겼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가 죽지 않도록 하는 것. 아이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아빠 엄마가 죽었을 때 다시 살려낼 것이라고 합니다. 아빠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귀엽고 기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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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온 원자들로 만들어진 우리 사람 몸입니다. 생명이 다하면 엔트로피 열역학 법칙에 의해 분해되어 어디론가 날아가든 땅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든 또다시 아주 작은 물질이 되어 우주 세상 어딘가에 남게 된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죽고 싶지 않은데요. 그건 아마도 아직은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고, 재미가 있는 까닭은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아가신 저희 외할머니는 살아생전 제 아이, 즉 당신의 증손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 아이가 태어나 외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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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살아있는 것’을 경외하듯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고는 했습니다. 포항 횟집에 갔을 때에는 창밖 방파제에 모여있는 갈매기들을 보며 ‘이야, 저 갈매기들 좀 봐라.’하며 감탄하시곤 했습니다. 바닷가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지만 당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노쇠해졌을 때에는 갈매기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신기해 보였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어쩌면 부럽기도 하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 그 자체만으로 감동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카톡 프로필에 꽃 사진이 있으면 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육신이 죽음에 다가올수록 사람은 젊음, 그리고 살아있는 것에 대해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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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는 깜빡하고 알람을 설정해두지 않았습니다. 5시 30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고 사이클 라이딩을 가볍게 38km 정도 탔습니다. 새벽 달리기는 하지 못했습니다. 사이클을 타고 지나가는데  오늘따라 풀과 나무와 꽃들이 달리 보입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저도 이제 초록이 짙어 푸르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부럽고 그리워지기 시작한 나이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좋은 생각을 하며 더욱 알차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오래 살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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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마치고 아침 수영을 했고, 저녁에는 퇴근 조깅으로 하루의 운동을 마무리합니다. 책도 읽고 있는데, 아이 교육에 대한 책과 제 자신 취향을 위한 책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백범 일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 꽤 괜찮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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