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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철 Oct 22. 2023

소속감

우리는 소속감을 느끼고 있을까

그렇게나 자주 치고받고 싸우는 내 형제가 밖에서 맞고 있으면 참을 수 없다.

그렇게나 이 악물고 경쟁하던 다른 팀 선수와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이렇게나 훌륭한 파트너가 없다.

전통적으로 약했던 아시안 계열의 육상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소식은 꽤나 반갑다.

외계인이 지구에 쳐들어오면 그렇게나 서로 경멸하던 국가들도 하나가 되어 무찌르겠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조직에 어떻게든 소속이 되어 있다. 기획자로서 혼자 일할 때에도 명함에는 조직이름이 박혀 있고 어떠한 조직에도 속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부로 나갈 때는 회사 이름을 달게 된다.

일을 하다 보면 다른 팀, 조직과의 치열한 논쟁을 하지만 회사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하나가 되어 경쟁사와 싸운다.

우리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소속감의 조건

나라는 인간의 성격은 가끔 내가 봐도 이상하다.

애국심이 밥 먹여주냐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사랑하며 여행이나 출장을 간 해외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태극기를 보면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불타오른다.

애사심은 프로의 세계에선 허구라고, 허구한 날 회사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회사의 입지가 상승하거나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 명함 내의 회사 로고가 뿌듯하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소속감'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소속감은 언제 생기는 것일까. 단지 증명서의 어딘가에 조직과 이름이 박혀 있다는 것으로 생겨날까.

소속감은 '역사'를 함께한다는 것과 나를 위한 '우산'이 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애국심이 나도 모르게 박혀 있는 이유는 역사를 '배움'에도 있지만 가족, 친구, 같은 시민들과 함께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일원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역사를 일구어 나가는 데 있어 국가가 나를 보호해 준다는, 나를 위한 '우산'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건 요즘은 조금... 할말하않..)

그런데 회사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역사'와 '우산' 외에도 중요한 가치가 하나 더 있다.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원이고 동료, 상사, 회사라는 울타리가 우산이 되어줌에도 꼭 필요한 가치가 하나 더 있다.



인정

회사에서의 소속감은 뭐가 다를까.

앞서 말했던 것은 나의 조직, 나의 역할, 나의 상황들, 즉 내가 나를 보는 시각이다.

남이 나를 보는 시각은 '인정'이다.

나는 종종 우리를 스포츠 종목의 프로 선수와 비교한다. 프로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프로 구단에 입단하고 능력만큼의 보상(연봉)을 받는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능력과 보상이 구단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했을 때 올 시즌도 계약에 따라 열심히 뛴다. 만약 다른 구단에서 능력과 보상을 더 높이 평가한다면? 프로는 움직인다. (물론 은퇴할 때까지 한 구단에서 뛰는 선수도 있고 우리는 그것을 '낭만'이라 부른다. 그것도 인정!)

팀을 옮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고 있음에도 감독의 경기 운영과 선수 발탁 성향에 따라 경기에 투입되지 못할 때다. 선수는 감독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다른 팀을 찾는다. 그런 선수들은 종종 팀원들과 훈련을 함께 하기를 꺼려한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서다.   


우리도 회사에서 인정하는 만큼의 능력에 따른 연봉을 받고 일을 하는 프로다. 소속감을 느끼면서 일한다는 것은 역사에 깊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며 동료와 회사라는 울타리가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리더와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삼박자가 조화를 잘 이룰 때에 비로소 '애사심'이 발동된다.



우리는 소속감을 느끼고 있을까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 주거나 때로는 누군가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때로는 누군가를 인정해 주거나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성장의 역사를 함께 한다고 느껴야 한다.


나는 PO로 일하면서 소속감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직을 리딩한다. 

내 팀원을 다른 팀에서 뭐라고 할 수 없다. 책임은 리더인 나에게 있다. 내가 우산이다.

내 팀원이 이 조직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계획하고 회고하는 시간은 무조건 함께한다.  


나 역시도 누군가(경영진)의 리딩을 받고 있는데 내 소속감도 잘 키워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소속감을 잘 키워나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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