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연애 끝에 내가 정의한 운명은, 가장 좋은 타이밍에 만나서ㅡ어느 한쪽이 집착하는 사람이 되거나 혹은 무심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ㅡ비슷한 무게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의 정의는 살아보지 않고는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듯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처럼 결혼 이후의 삶을 궁금해하는 어느 미혼 처녀는 이렇게 점점 더 확고한 결론에 다다른다.
아, 모르겠다.
내가 이 시기를 거치며 또렷하게 깨달은 두 가지는, 인간과 확신이라는 두 단어의 부조화였다. 무언가에 대한 '확신'은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과거에 내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수많은 명제 중 지금도 유효한 것이 몇 가지나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니 음, 그렇군 하고 가볍게 인정하게 됐다. 결국 사랑을 유지한다는 건 끊임없는 노력으로 순간의 확신을 재생산해야 하는 것이라, 나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