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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pr 19. 2019

인도 여행 08.  해탈로 가는 돌계단, 가트

2019. 1. 14.

어젯밤도 추워서 숙면하지 못했던 터라 일어나기가 귀찮다. 침낭이나 전기장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6박을 묵고 있는 레이크 뷰 호텔은 하루 1,200루피로 메인 가트의 게스트하우스들보다 비싼 편이다. 가장 좋다는 킹룸 발코니이지만 방의 상태나 서비스의 수준이 매우 낮은 편이다. 체크인, 이것으로 끝이다. 룸서비스는 기대할 수도 없다. 시트와 화장실은 깨끗하지 않지만, An의 500루피 숙소에 비하면 1,200루피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은 편이다. 소가 길을 막고 있는 골목길의 스트레스, 여행객들의 소음으로 방해받지 않으면서 바라나시에서 지내고 싶으면 충분히 좋은 위치다. 아씨 가트는 다사스와메드 가트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매우 유명한 곳으로, 호텔에서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하다. 바라나시 가트의 시작점이기에 메인 가트 쪽으로 걸어가면서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새로운 시작,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  Makar Sakranti

14일인 오늘부터 이틀 동안 인도에서 매우 중요한 축제로 유명한 마카르 산크란티(Makar sakranti)라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축제가 열린다. 힌두교도들이 성스럽고 신성하게 여기는 그들의 어머니의 강 갠지스강(Ganges River)에서 목욕하고 연을 날리며 이날을 축하한다. 추석처럼 수확이 완료된 것을 축하하는 농민의 축제이기 때문에 오늘부터 겨울이다.

축제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아침을 거른 채 아씨 가트로 갔다. 두르가 여신이 악마 슘바(Shumbha)를 죽인 뒤 강에 칼을 던졌다는 장소가 갠지스강과 아씨강이 합쳐지는 아씨 가트라고 한다. 아씨 가트는 바라나시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가트로서 근처의 힌두 대학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은 대부분이 장기간 유학생, 연구자, 관광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씨 가트에 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보리수나무이다. 올 때마다 여인들은 시바의 남근상이 있는 커다란 이 나무 밑에서 치성을 드린다. 오늘도 역시 형형색색의 사리를 입은 여인들이 나무를 둘러싸고 있다. 보리수나무 뒤편에는 눈먼 장인이 인도 드럼인 돌락(Dholak)을 연주하며 구슬프게 노래하고 있다. 안타까움에 전율이 인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강제로 폭력조직에 의해 눈에 쇳물을 부어져 장님이 된 채 앵벌이 이를 해야만 했던 소년 알빈드가 생각난다. 자말처럼 벤자민이 그려진 100달러를 주지 않았지만, 간디가 그려진 100루피와 몇 개의 동전을 그의 깡통에 넣어 주었다. 

바라나시에는 인도의 모든 걸인이 모여 있는 것처럼 많다. 작년 12월 딸의 결혼식으로 천억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갑부 암바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인도에서 빈곤층의 많은 이유는 부의 불평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인도의 부자들은 오늘의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처럼 특별한 날이 되면 음식이나 돈을 나누어준다. 조금 전부터 바나라스 하벨리 호텔(Hotel Banaras Haveli)의 사장 Pandey씨가 직원들과 함께 그의 호텔부터 아씨 가트까지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수십 명의 걸인에게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다. 인도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아씨 가트는 다른 곳보다 넓으며 가트도 강의 모양처럼 휘어져 있고 넓은 모래밭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인도에 오면 호객꾼이 많다고 하지만 최소한 오늘의 여기는 아니다. 이방인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이 말을 걸지만 아무도 내 주머니의 루피를 노리지는 않는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들이 많다. 성스러운 날이기 때문에 추운 날씨임에도 어린아이들조차 갠지스에 몸을 담그고 태양의 기를 많이 받으려고 한다. 머리를 빡빡 밀은 형제, 윗옷을 벗은 채 아빠 옷을 먼저 챙기는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단체로 목욕하는 중년들, 사진 찍어 달라고 재촉하는 개구쟁이 형제들도 모두 따뜻한 얼굴로 나를 대한다. 날씨는 비록 춥지만, 갠지스에 몸을 담그는 것이 그들에게는 행복인 듯싶어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훈훈하다.

아씨 가트는 갠지스 보트 투어의 시작이라 그런지 많은 배가 모여 있다.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처럼 노 젓는 노인의 배를 탔다고 생각했지만, 노인은 끈을 당겨 모터의 시동을 건다. 관광객을 실은 호화로운 배들이 여러 척 보이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평화롭고 흥미로운 아침이다. 다사스와메드 가트 앞에서 배를 돌려 아씨 가트로 돌아오는 내내 조금도 변화가 없는 노인의 표정에서 아침의 갠지스강 분위기가 좀 더 진지해 보인다. 내린 다음에 알게 된 노인의 나이는 93세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뱃사공 Bejnath Manjhi라고 한다. 반백 년도 훨씬 넘었을 경력의 베테랑 사공에게 지불한 돈은 단지 500루피이었다.

아씨가트 - 다사스와메드가트 갠지스강 보트 투어

천국으로 가는 길, 바라나시 가트  Varanasi Ghat 

5,000년 전 인더스 문명을 꽃피웠던 아리아인은 2,700년 전에 바라나시로 옮겨와서 강과 태양이 빛난다는 뜻인 「카시」로 불렀으며, BC 6세기경에 카시 왕국의 수도로 번성하였다. 11세기부터 이슬람의 지배로 힌두사원이 많이 파괴되었지만, 연간 100만 명의 순례자들이 전생과 이생에 쌓은 업이 씻겨 내려가길 기원하기 위해 죽어서라도 찾는 곳이다.

바라나시 가트는 갠지스강 서쪽 6km에 걸쳐 만들어진 85개의 돌계단으로, 대부분 마라타왕국(1674~1818)이 통치하던 시기에 왕들에 의해 건설되었다. 힌디어 시인인 문시(Munshi Premchand)의 이름을 딴 문시 가트, 람차르트마나스의 저자 툴시다스(Tulsidas)의 이름을 딴 툴시 가트처럼 바라나시에서 유명한 인물의 이름으로 가트를 이름을 짓기도 하였지만, 대개 가트 이름은 바라나시의 전설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인도인들은 바라나시에서 꼭 보아야 할 오래되고 중요한 가트는 하리쉬찬드라(harishchandra) 가트, 다사스와메드(Dashashwamedh) 가트, 마니카르니카(Manikarnika) 가트라고 한다. 

그들의 성스러운 어머니의 강 강가(갠지스)에서 목욕하면 모든 업이 씻겨나가고, 강물에 유해를 흘려보내면 윤회를 끊고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살아서는 목욕을 하고, 죽어서는 화장을 한다. 그래서 가트는 목욕하는 장소, 또는 화장터를 의미한다. 관광객들에게 사두라 불리는 주황색 옷을 입은 수행자, 목욕하는 힌두교 신자, 코브라꾼, 노래하는 남매, 까이(연)를 파는 거지 아이들, 마리화나를 권유하는 젊은 남자들,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소들을 목욕시키는 이들이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사진을 찍었더니 돈을 요구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여행 후기도 있지만, 이미 그들이 돈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을 알기에 상황에 따라 20~50루피를 지급하며 바라나시의 좋은 기억을 스마트폰에 담으려고 했다. 모델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 


진실과 자선의 상징, 하리쉬찬드라 가트  harishchandra Ghat

하리쉬 찬드라 가트는 진실과 자선의 상징으로 많은 영화의 대상이 되어 온 신화 속의 하리쉬 찬드라 왕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정직한 왕이었던 하리쉬 찬드라는 현자 비슈와미트라(Vishwamitra)의 명상을 방해한 죄책감으로 그에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 번째 요구로 왕국을 포기하고 바라나시에 왔고, 두 번째 요구로 아내와 아들을 팔았으며, 세 번째 요구로 화장터의 노예가 되었다. 아내는 뱀에게 물려 죽은 아들을 화장하려 했지만, 그는 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화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진실성으로 그는 천국에 갈 수 있었으며, 나중에 이를 알게 된 브라흐마(Brahma)가 그의 결심, 의로움과 진실성을 위해 잃어버린 왕좌와 죽은 아들을 회복시켰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하리쉬찬드라 가트에서 화장하면 신에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힌두교인에게 이곳은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것이다.

하리쉬찬드라 가트는 시신을 화장하는 버닝 가트(Burning Ghat)로서, 약 25구 정도의 시신을 화장하는 마니카르니카 가트보다 작은 편이다. 위쪽에는 갠지스강의 오염을 막기 위해 전기 화장터를 만들었지만 사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늘은 예닐곱 구의 시신이 타고 있다. 어제도 왔던 곳이라 그냥 스쳐 지나가다 멀찍한 곳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한 인도인이 버닝 가트의 사진을 찍어준다며 돈을 요구한다. 어이가 없지만, 그의 처지에서는 정신보다도 물질이 더 중요한 듯싶다. 사진이 필요치 않다고 말하며 또 다른 버닝 가트인 마니카르니카 가트로 발길을 잡았다.      

https://www.gettyimages.com/photos/real-people


가트의 중심, 다사스와메드 가트  Dashashwamedh Ghat

다사스와메드 가트는 매일 밤 어두워지면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이 모인 가운데 파괴의 신 시바(Shiva), 갠지스강 여신 강가마(Ganga Ma), 태양의 신 수리아(Surya), 불의 신 아그니(Agni)와 우주를 경배하는 의식인 아르티 푸자(Arti Puja, Agni Pooja)가 열리는 종교적인 장소이다. 브라흐마가 시바를 위해 가트를 만들면서 열 마리를 말을 희생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다사스와메드는 희생된 10마리 말(dash 10, ashwa 말, medh 희생)을 의미한다. 

메인 가트라고 불리듯이 다른 곳에 비해 관광객과 장사꾼이 많고 강변에는 보트들로 가득하다. 신을 경배하고 소원을 빌기 위해 디아를 사는 사람, 일생의 잘못을 씻기 위해 목욕하는 사람, 양치하는 사람, 설거지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갠지스의 물을 마시면 수년간 쌓아온 나쁜 업이 사라진다고 하여 집으로 강물을 가지고 갈 물통을 팔고 있고, 거지들은 동냥을 원하고 뱃사공들은 치열하게 호객행위를 한다. 

덩치 좋은 마사지 꾼이 악수를 청하며 마사지를 권유한다. 마사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시선을 받으면서 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뿌리치려고 하니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이미 마사지 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그의 행동에 기분이 나빠 손목을 비틀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손목을 안으로 비틀어 돌려 상대방의 팔목을 잡고 시계방향으로 다시 돌리면 공격하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시 잡은 손에서 또 쉽게 빠져나오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한다. 푸자를 보기 위해 다시 올 생각에 바로 마니카르니카 가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탈을 위한 버닝 가트, 마니카르니카 가트  Manikarnika Ghat

마니카르니카 가트는 힌두인들만 화장할 수 있는 가장 성스러운 장소이다. 비슈누가 파놓은 구덩이에 시바의 귀걸이가 빠졌다는 전설과 시바의 부인 파르바티가 귀걸이를 숨기고 시바에게 찾아달라고 하자 땅을 파며 찾을 때 흘린 시바의 땀이 고인 곳이 가트 위쪽에 있는 우물, 마니카르니카 쿤드(Manikarnika Kund)라는 전설이 있다. 시바와 관련이 있으므로 여기에서 화장하는 사람은 해탈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번뇌로 가득 찬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은 것을 해탈이라고 한다.

인부들은 들것을 만들어 천에 싸인 시신을 들고, “람람 싸데헤(Ram nam satya hai)”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좁은 골목길을 지나 이곳 화장터까지 옮긴다. 그들은 라마의 이름이 낭송될 때 영혼은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난다고 믿기 때문에, 죽은 자를 위해 「유일한 진리는 라마신이다」라는 뜻의 “람람 싸데헤”를 외치면서 명복을 비는 것이다. 라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살아 있는 동안 항상 서로 도와야 하며 아무에게도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15구 정도의 시신들이 이곳저곳에서 불타고 있다. 화장터는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있지만, 시신이 타는 불쾌한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유족들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고정한 채 불타는 시신을 쳐다보고 있으나, 관광객은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시신을 덮었던 노란색, 주황색, 그리고 현란한 천들과 망가진 버린 알록달록한 꽃들, 타버린 재와 싸인 장작더미, 버려진 대나무들이 어지럽게 흩어진 사이로 인부들은 바삐 움직인다. 몇 마리 소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슬렁거리고, 개들은 타다 남은 시신을 뜯어 먹기 위해 사람들의 눈치를 살짝살짝 보면서 바삐 돌아다닌다. 작대기로 힘껏 패서 쫓아내고 싶지만 아무도 개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트 앞 유람선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육신의 영혼이 빠져나올 수 없으므로 화장터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가 불타는 모습을 찍으려고 이방인들이 자꾸 카메라를 들이댄다면 어느 가족이 그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돈을 주면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인도인도 만났고, 통제하기 어려운 유람선에서는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걷는 관광객에게만 해당하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망자를 위한 예의로써 오늘의 느낌을 마음으로만 담아가고자 유심히 그들의 모습들을 살펴본다. 

고인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시신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방금 들어온 주황색의 화려한 천으로 덮여 있는 시신이 강변으로 옮겨지고 머리와 가슴에 갠지스 물이 뿌려진다. 흰옷을 입고 동전만한 크기의 뒷머리만 조금 남기고 머리를 승려처럼 깨끗이 면도한 장남이 강에서 몸을 씻는다. 업을 머리카락에 담고 있으므로 머리를 밀어야 하지만, 완전히 업을 없앨 수는 없으므로 조금 남겨야 한다. 시신을 덮었던 천을 벗겨내고 흰색 수의에 싸여 있는 시신을 장작더미에 올린 후에 아들은 화장터 위에 있는 3,000년 이상 꺼지지 않았다는 조드리 가문의 신성한 불씨 아그니(Agni)를 사와 지핀다. 하얀 연기가 장작불 위로 피어오른다. 영혼은 연기 속으로 윤회를 고리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올라간다. 불타는 장작더미에서 검게 타고 있는 육신이 보이지만 사진보다는 참혹하거나 혐오스럽지 않다. 그저 덤덤하고 씁쓸할 뿐이다. 한쪽에서는 인부가 작대기로 불타는 장작을 뒤적거린다. 다른 한쪽에서는 잿더미를 갠지스강에 흘려보내고 있다. 그들의 소원대로 윤회의 수레를 끊고 해탈하기를 기원해본다.

https://www.yooniqimages.com/kr/images/detail/216048615/Creative/ritual-cremation-on-the-stairs-of-t

힌두교 신자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화장되기를 바라지만, 수행자, 아이, 임산부, 뱀에 물린 자, 병든 자는 화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행자는 돌볼 가족이 없고, 아이와 임산부의 시신은 영혼이 순수하며, 시바의 상징이 뱀이기에 뱀에게 물린 자는 시바에게 선택된 것이고, 병든 자는 타는 냄새가 역하므로 그들은 그냥 갠지스에 수장한다고 한다. 화장터에서는 관광객 외에는 여자는 볼 수 없다. 며칠 전 들었던 철수 씨의 설명에 따르면 망자를 기쁜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데 여자들의 슬픈 울음이 방해된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우리나라 전통 장례를 보아왔기에 상황이 이해되지만, 여자가 참석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도에 만연해 있는 남존여비의 사상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화장을 지켜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협박하거나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부를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이 있어 호기심에 내심 그들과 만나고 싶었으나, 내게 말을 건네는 이는 마리화나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건방진 젊은이들뿐이다. 인도에 오기 전에는 바라나시 화장터 문화가 가장 독특하여 흥미를 끌었지만 몇 번을 오다 보니 힌두교 신자가 된 듯 일상처럼 느껴진다. 

가트 위의 건물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 아그니를 본 후 파르바티의 숨겨진 귀걸이를 찾으려 마니카르니카 쿤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 양쪽에는 두꺼운 장작들이 2층 이상의 건물 높이로 쌓여있고 상인들은 커다란 저울에 장작을 올리며 손님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나무가 어찌나 두껍고 단단한지 도끼가 아닌 쇠정과 큰 망치를 이용하여 빠개고 있는 노동자가 힘겹게 보인다.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지 쿤드는 이름만 성지일 뿐 바짝 마른 더러운 계단식의 연못에 불과하다. 

마니카르니카 가트

가장 신성하고 존경받는 갠지스강  Ganges River

신디아(Scindia) 가트에서 수행자에서 살짝 20루피를 주고 근처에 앉으니 가까이 와서 모닥불을 쬐라고 손짓을 한다. 마리화나를 피는 그의 옆에 앉아 가만히 함께 갠지스를 바라본다. 바라나시 가트에는 힌두교 사제라는 주황색 옷을 입은 사두라고 불리는 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은 현란한 옷차림으로 관광객에게 사진값을 요구한다. 일부는 그들을 가짜 사두라고 하지만 가트에 앉아 있는 그 자체가 고행으로 보인다. 

팬티만을 입은 채 몸을 씻고 있는 예닐곱 명의 중년 남자를 바라보면서 무엇이 저들을 갠지스의 강물로 이끄는지를 생각해본다. 갠지스강은 세계에서 가장 신성하고 존경받는 자연이다. 거대한 히말라야산맥에서 출발한 이 강물은 벵골만에 이르기까지 수천만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 주기 때문에 충분히 「어머니의 강」으로 불리고, 시바 신화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목욕하는 갠지스강은 생활하수, 유독성 폐기물, 타다만 시체 등 온갖 더러운 물질들이 섞여 있는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강으로 알려져 있다.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그들의 행위는 우리의 눈으로 재단할 수 없는 독특한 그들의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들의 사상을 도저히 동의할 수 없고 신의 존재가 믿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트교에서도 성수란 이름의 물로 사람을 축복하고 세례를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행위는 단지 신을 믿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참을성 있는 어머니처럼 갠지스강은 마음, 몸, 영혼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죄를 흡수한다고 믿는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더러움보다는 강을 숭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이익이 훨씬 더 크다고 보는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 아침이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근다. 

난 그들의 삶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다. 단지 여행자로서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독특한 삶의 문화를 지닌 바라나시의 매력을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바라나시 / 신디아 가트에서 목욕하는 힌두교도
바라나시 / 신디아 가트에서 목욕하는 힌두교도

분위기가 있어 보이는 수행자에서 살짝 20루피를 주고 근처에 앉으니 가까이 와서 모닥불을 쬐라고 손짓을 한다. 옆에 앉아 가만히 함께 갠지스를 바라본다. 바라나시 가트에는 힌두교 사제라는 주황색 옷을 입은 사두라고 불리는 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은 코브라꾼 아메뜨낫처럼 현란한 옷차림으로 관광객에게 사진값을 요구한다. 일부는 그들을 가짜 사두라고 하지만 가트에 앉아 있는 그 자체가 고행으로 보인다. 마리화나를 태우면서 권하는 수행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바라나시 / 신디아 가트의 수행자

출출하다. 아르티 푸자를 보기 전에 라씨와 저녁을 먹겠다는 생각에 가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끔 소들로 막혀 있는 바라나시의 골목길은 미로처럼 복잡하고 놀랍도록 구불구불하고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다. 방심하면 물컹한 지뢰를 밟을 수도 있다. 비록 어제는 구글의 도움으로 탈출했어도, 오늘은 길 찾기가 좀 쉬울 줄 알았는데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없다. 겨우 찾아간 바바라씨는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매우 유명하여 그 맛을 보기 위해 어제보다도 좀 이른 시간에 왔지만 먹을 수 없어 아쉽다. 한국인 청년들이 바바라씨에서 마약이 들어있는 노란색 「방라씨」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귀동냥으로 들린다. 단순히 호기심이겠지만 바라나시는 일탈의 공간이 아니다.      


신을 위한 불의 의식, 아르티 푸자  Arti Puja(Agni Pooja)

다시 찾은 다시사와메드 가트는 우리의 굿판처럼 혼을 놓게 할 것 같은 반복되는 단순한 리듬의 종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인도 버터 기(Ghee)로 밝혀지는 놋쇠 램프 앞에서 부르는 젊은 힌두교 사제의 노래에 맞춰 수백 명의 남녀노소가 호응하는 매우 매력적인 불의 의식 「아르티 푸자」가 한창이다. 

바라나시 / 다사스와메트 가트이 아르티 푸자

가트의 스탠드는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고, 강변의 보트들도 먼 곳에서 순례를 온 듯한 힌두교도로 가득하다. 강렬하고 이색적인 모습에 외국인의 관광객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진다. 사제들은 등불을 켜며 매우 율동적인 동작과 함께 노래(Matra)를 부르며, 관중들은 그 리듬에 손뼉을 치며 함께 신을 경배한다. 아르티(불)이 제공될 때마다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의식을 통해 힌두교도들은 영적으로 하나가 되는 듯하다. 사제들의 의식이 끝나면 관중들은 신상에게 경배를 하고 작은 불꽃 디아에 소원을 담아 갠지스에 흘러 보낸다.

가트의 관람석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고, 강변의 보트에도 먼 곳에서 순례를 온 듯한 신자와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강렬하고 이색적인 모습에 외국인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진다. 사제들은 등불을 켜며 매우 정형화된 동작과 함께 노래(Matra)를 부르며, 관중들은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며 함께 신을 경배한다. 아르티(아그니, 불)이 제공될 때마다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의식을 통해 힌두교 신자들은 영적으로 하나가 된다. 

바라나시 / 다사스와메트 가트의 아르티 푸자 의식

의식이 끝나면 관중들은 신상에 경배하고 작은 불꽃 디아에 소원을 담아 갠지스에 흘려보낸다. 커다란 욕심을 바라지 않고 일상적인 현실에 행복해한다. 집단 최면 같은 의식이 내게는 눈요기나 사진 촬영용에 불과하지만, 옆에 앉은 가족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 그런 생각들이 부끄러워진다. 마지막 의식을 마치고 사제에게 받아먹은 흰색의 작은 조각들은 인도의 디저트, 설탕이었다. 신을 경배하는 것은 달콤한 것인가?

                                         


호텔로 갈 시간이다. 가트를 따라 30여 분 걸어가도 되지만 바라나시 골목길을 다시 보고 싶어 다시 미로 속으로 들어간다. 깃발을 앞세우고 중국인 관광객이 지나간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좁은 골목길이라 중국인이 되어버린다. 중국인으로 오해받기 싫어 시끄러운 타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바 사원 앞에서 잠시 멈췄다. 

골목길에서는 갈색 제복의 경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006년 3월, 이슬람의 폭탄테러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요한 사원 앞에는 경찰들이 24시간 경계한다. 사원 앞에도 여섯 명의 경찰이 엽총을 소지한 채 앉아 있다. 사원의 입구를 기웃거리는 나에게 그들은 의자를 권하며 쉬라고 한다. 아무런 조건이 없다. 그냥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뿐이었다. 

긴 하루이었다.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를 다 보았다”란 말처럼 가장 인도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이곳에서 본 것도 많고, 들은 것도 많고, 느낀 것은 조금 더 많은 하루였다. 여기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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