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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32. 달리고 싶다 1

2019. 2. 3.

피촐라 호수의 아름다운 경치도 여러 번 보니 그저 그렇고, 한국 젊은이들이 많은 찾는 세밀화에도 관심이 없다. 내게는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은 우다이푸르에서 5박을 계획한 것은 여행 루트에서 유일하게 승마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승마를 할 수 없었다. 크리슈나 랜치(Krishna Ranch)는 고가의 일주일 사파리 프로그램만 있으며, 프린세스 테일스 팜(Princess Trails Farm)은 주소지를 방문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갠지스 강의 모래펄에서 잠깐 말을 탔지만 그건 10분간의 체험이지 승마가 아니었다. 아직 남은 이틀이 마땅치 않은 참에 나랴안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나 하고 들른 나랴안 사장의 트래블 트립(travel trip)에서 승마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으니 기쁠 수밖에 없다.      


말을 타고 오아시스를 다녀오다

오토바이의 뒤를 타고 도착한 곳은 프라탑 컨츄리(Pratop Country Inn)이었다. 4시간에 1,600루피, 6시간에 2,600루피이다. 4시간에 1,600루피(25,000원)이면 꽤 괜찮은 가격이다. 한국 승마장에서 1시간 강습을 받을 경우 지방은 4~5만 원, 수도권의 경우 10만 원이다. 승마 트래킹의 경우에는 꽤 가격이 나오는데 국내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개인 길잡이와 함께 승마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개 온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을 갖고 Gudda Khan의 뒤를 따랐다. 그는 7년 동안 이 농장에서 일한 20살의 청년으로 고향은 우다이푸르에서 700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오늘은 조기 탈랍(Jogi talab) 호수를 다녀오는 4시간의 트래킹을 신청하였다. 나를 태워주었던 심레라(Cimrela)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게는 우다이푸르를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이다. 군마로 길러졌던 마르와리(Marwari horse) 종은 인도 고유의 말로 호리호리하고, 키가 크며, 힘이 넘친다. 「신이 말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라지푸트를 창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은 매우 귀한 존재로 아직까지도 힘과 부의 상징이라고 한다. 

걷거나 스쿠터로 다니기 어려운 바위산과 계곡 같은 시골길, 호수의 둘레길, 시냇물, 농로, 잎이 무성한 숲길, 넓은 신작로로 구성되어 있는 루트의 중간 중간에서 전통적인 작은 마을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헬로”라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양지바른 담벼락에는 소똥이 말라가고 있다. 

조기 탈랍(Jogi talab) 호수는 빗물로 만들어진 오아시스로서 반대편까지의 거리가 300m쯤 된다. 커다란 종려나무(야자나무과의 상록교목)가 서있는 호숫가의 주변은 온통 메말라있어 바위와 날카로운 자갈들이 맨살을 보이고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날린다. 우기에는 아름다운 낙원으로 변하겠지만 지금은 오는 내내 보았던 바위산들처럼 황량하다. 잠시 쉬면서 Gudda Khan이 사진을 찍어주지만 건질만한 것이 한 장도 없다. 

다시 인적이 없는 더 깊숙한 산속으로 한참을 들어가니 시냇물이 흐르고 종려나무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널따란 초지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편한 오아시스이다. 이제야 구드 칸은 말을 달릴 기회를 준다. 오면서 두어 번 짧게 달려 보기는 했지만 그는 쉽사리 달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네 시간 동안의 트래킹이다 보니 처음 본 승마 손님에게 말을 지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몽골의 초지처럼 탁 트인 곳은 아니지만 충분히 달리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박차를 가하면 달리지만 이곳이 그녀의 놀이터인 양 신호가 없어도 방향을 갑자기 틀어서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한두 번 이곳에서 뛰어 본 솜씨가 아니다. 몇 번을 왕복해서 달리다가 결국 개울 앞에서 갑자기 멈추면서 나를 떨어뜨린다. 

말은 처음 타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기싸움을 한다. 떨어져서 뒤로 물러나면 말이 승리하는 것이지만, 다행히 다친 곳이 없으니 다시 올라탔다. 하지만, 하도 여러 명이 탔던 말이라 어떤 식으로 신호를 주어야 말과 교감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달리면 위험하다.

다시 숲 속 오솔길로 들어서니 종려나무의 뾰족한 잎사귀들이 팔을 찌른다. 한참을 가다 보니 우윳빛 시냇물이 흐르고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있다. 거대한 규모의 석회석 광산이다. 개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산업이라고 하지만 막상 인간을 제외한 생명은 살 수 없는 심각한 환경 파괴의 현장을 보니 인간이라는 것이 차마 부끄럽다. 

농장에서 점심을 차려준다. 둥그런 빨간색 식판에 짜파티, 난, 밥, 달, 야채볶음, 스위트가 차려진 소박한 밥상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깔스럽다.      


마사지보다 피로 회복에 효과적인 킹피셔

숙소에 오니 여태껏 4시간 승마 트래킹을 해 본 적이 없어 마사지가 생각이 난다. 트립어드바이저의 상위에 랭크된 마사지숍을 찾았지만 내키지 않는다. 드라이 마시지는 없고 아유르베딕 마사지(Ayurvedic massage) 뿐이며 가격도 2,200루피~3,500루피를 요구한다. 지난번 카주라호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계속 남아 찝찝했었는데 우다이푸르의 마사지 가격을 알아보면서 오해가 풀렸다. 

인도 전통의 아유르베딕 마사지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 나라얀이 소개해 준 곳은 카이랄리(The Kairali Ayurgram)이었다. 우다이푸르의 마사지숍이 여관급이라면 카이랄리는 호텔급 수준으로 팔각형의 고급 건물 안에 아름다운 정원을 갖추고 있는 멋진 곳이었다. 아유르베딕 마사지는 체내의 독소를 빼는 생명의 과학으로 5천 년 이상 일상생활에서 활용되어 왔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3,500루피를 기꺼이 지불했지만 이내 실망스러웠다. 건물과 정원만 멋있었을 뿐 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방의 한가운데 침대 위에 손바닥만한 천으로 앞만 가리고 누워야만 했고, 마사지를 하는 젊은 남성의 손은 어찌나 차가운지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몸을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주기를 원했지만, 내 몸에 기름을 발라 문지르던 차가운 손의 불쾌한 느낌만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이 정통 아유르베딕 마사지를 하는 고급 스파이라는 것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였지만 몸은 전혀 개운하지 않고 바가지를 쓴 것 같아 찝찝하기만 했었다. 

저녁을 같이 먹으며 언짢은 표정을 본 나라얀의 도움으로 다음날 1,000루피를 환불받았지만 나라얀이 커미션을 받을까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용료의 20%가 세금이 되기 때문에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된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했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다이푸르 마사지숍의 시설과 가격을 보니 카주라호의 가격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님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끈적거리는 인도 마사지보다는 맥주(킹피셔)가 피로회복에 더 좋을 것 같아 소니네 하우스로 향했다. 소니네 하우스의 압력솥으로 만드는 닭볶음탕은 일품이다. 우다이푸르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으로 소문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매우 맛있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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