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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pr 13. 2019

인도 여행 04. 신은 없다

2019. 1. 10.

델리에서 기차로 18시간쯤 걸린다는 바라나시에 오는 데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18,000원의 기차(3A) 요금과 비교하면, 42,460원의 항공권은 가성비가 좋다. 바라나시 공항에서는 프리페이드 택시를 찾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찾아온다. 호텔이 있는 아씨 가트까지는 800루피다. 공항 요금소에서 기사는 50루피를 달라고 한다. 주차비로 추정되는 이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것 같지만 실랑이를 하기 싫어 아무 말 없이 냈다.


가로등 불빛 앞으로 뿌옇게 보이는 미세먼지가 택시 안에서도 강하게 느껴진다. 인도에 왜 왔나 싶을 정도다. 앱으로 확인하니 인도 전역이 거의 200㎍/㎥를 넘는다. 마스크를 썼어도 입안이 껄끄럽고 숨이 답답하다. 인도는 원유 정제 부산물인 코크스를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고 마지막에 남는 찌꺼기인 코크스는 값이 저렴하면서 석탄보다 더 많은 열량을 내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코크스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심장과 폐를 손상할 수 있는 유황 성분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회사와 시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더럽고 위험한 연료이다.


바라나시의 길은 매우 복잡하다고 들었지만, 공항에서 아씨 가트로 가는 길의 반 정도는 4차선으로 잘 뚫려 있다. 8시도 되지 않았지만, 차들이 거의 없고 길이 깨끗하다. 20분 정도 지나면서 막히기 시작하지만 찬드니 초크를 이미 경험한지라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1시간 걸려 도착한 레이크 뷰 호텔(Lake View Hotel)에 체크인을 하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아씨 가트로 갔다.


파하르간지에서는 가끔 보였던 걸인들의 손이 이곳에서는 길 양쪽으로 가득하다. 높다란 사원의 계단 밑에는 얼굴조차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때로 물든 수많은 이들이 검은 담요를 덮고 누워 있다. 참혹하다. 사진보다 더 비참하다. 전쟁터의 난민도 이 정도는 아닐 듯싶다. 신이 가장 많다는 바라나시는 과연 이들을 보살펴 주고 있는 신이 있는가?


늦은 저녁을 먹으러 아씨 가트 입구의 그린 가든(Green Garden Restaurant)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중년의 종업원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한다. 단정한 차림의 지배인이 역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며 5층 루프탑 식당으로 안내해 준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수많은 작은 불빛으로 꾸며져 있고 천연 잔디가 깔린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갠지스의 풍광은 환상적이다.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10여 명의 가족이 탈리를 먹고 있다. 가운데 앉은 연장자의 말을 다들 경청하고 있는 그들은 다복해 보인다. 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채식전문식당이라 매운맛을 내는 달(Dal Tadka)을 주문했다. 달은 콩으로 만든 수프로서, 밥이나 난과 함께 먹는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다. 강한 첫맛으로 순간 움찔했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달의 향미는 금세 바닥을 보이게 만든다. 20대의 젊은 종업인은 낯선 여행객이 불편할까 친절한 얼굴로 나를 걱정하며 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바라나시를 처음 찾는 이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도움으로 느껴진다. 왠지 매일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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