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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Sep 06. 2017

솔직히 고백하면, 다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다

배경여행의 동행, 책 이야기


꽤 많은 작품이

나의 여행에 동행이 되어 주었다.


영화와 드라마는 빠져있지만, 『다정한 여행의 배경』 속 여행을 함께한 동행



이 책을 다 읽었냐고요?
물론이죠!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사실 이 안에는 다 읽지 못한 책이 한 권 있다. (이 글이 끝나기 전까지 맞춰보셔도 좋습니다.)


나는 책에 둘러싸인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을 보고 배경이 된 일본 가마쿠라의 서점을 찾아가 보기도 했고,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을 읽고는 세계 최대 고서점 거리인 도쿄의 진보초에도 다녀왔다. 『장서의 괴로움』을 읽고는 그렇게 책이 많지도 않으면서 책장정리를 하기도 하였다.

- 『다정한 여행의 배경』 중에서





책, 영화, 드라마 등 작품 속 배경으로 떠나는 배경여행을 하려니, 다양한 작품을 끊임없이 봐야 했다. 처음엔 책의 배경이 되었거나,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면 무조건 소재가 되겠다 싶었는데, 작품이나 장소에서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글이 시시해졌다. 내가 20여 년간 산 동네엔 커다란 공원과 방송국이 곁에 있어서 가까이에 드라마 촬영지가 많다. 아침드라마부터 주말드라마까지. 주변에 소재가 넘쳐났지만, 가까운 곳은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동네 산책도 근사한 여행이 되곤 한다), 주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왕이면 '마음에 남은 작품 속 그곳만으로 해보자!'란 생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여행까지 가볼 마음이 드는 작품을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런 작품을 만나기 위해 나는 많은 책을 읽는다. 가 아닌 산다. 실은 책을 사는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 책에 둘러싸이는 일이 즐거운 것이다! 책을 사는 일 만으로도 반은 읽었단 기분이 들어버린다.


배경여행을 시작한 후부터는 구매하는 책들을 기록해 두는 일도 시작했다. 아직 읽진 못했어도, 언제 어느 책에서 여행의 소재를 얻게 될지 모르니.




‘책 속 그곳’으로 떠나는 일은 영상으로 만난 영화, 드라마보다 더 기대되는 여정이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해온 배경을 들고 실제 장소에 도착한다. 주인공인 된 듯 감격스러울 때가 많지만, 작품에 묘사된 모습과 사뭇 달라 실망할 때도 있다.


물론 배경을 먼저 보고 돌아와 작품을 만나는 일도 자주 있다.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는 늘 '읽어야지, 읽어봐야지'만 했던 작품이었다. 미국 서부여행 중 시간이 남아 우연히 가게 된 셀리그먼이라는 마을이 66번 도로 route 66의 거점지였다. 66번 도로는 『분노의 포도』의 주요 무대고. 66번 도로를 달리고 나니, 차일피일 미뤄 왔던 『분노의 포도』를 하루빨리 읽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한편, 대체 ‘어떤 모습을 한 장소이길래 이토록 어려운 작품을 탄생시켰을까’ 궁금해서 가본 곳도 있다. 남프랑스의 에즈.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영감을 얻은 마을이다. 다 읽지 못한 책 한 권은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책을 두 권이나 갖고 있다. (한 가지 궁금한 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표지는 왜 둘 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일까?)


십 년 간 고독한 사색을 하던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와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용, 문체, 구성, 형식, 주제... 모든 것이 전무후무한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 나는 『다정한 여행의 배경』을 쓰며 이 책을 세 번째로 펼쳤다.


https://goo.gl/Y3Hb8Q


처음 읽은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자고로 대학생이라면 '이 정도 책은 읽어야겠지'라며 호기롭게 사 왔다. 두세 페이지를 읽어보니 대학생이 되었다고 순식간에 똑똑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에즈 여행길에 오르며 다시 펼쳤다.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니체를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에즈 여행 글을 정리하며 다시 책장을 넘겼다. 혹시나 쉽게 번역되어 있는 책이 있지 않을까 다른 출판사의 책을 사보기까지 했다. 사회인이 되었다고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집중력 쇠퇴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다.


결국 나는 40편의 동행 중 한 작품의 앞선 걸음을 따라가지 못한 채, 『다정한 여행의 배경』 을 완성했다.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겠지.

이해할 수 있겠지.



-

『다정한 여행의 배경』은

사진 속 책들과 함께 하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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