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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02. 2024

투마르에서 보낸 결혼 기념일


숙소 체크인을 하며 "우리 호텔은 처음이냐?"는 직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다 갑자기 '서양들은 사소한 기념일에도 리액션이 크던데..' 하는 생각에 슬쩍 미끼를 던졌다. "오늘이 우리 결혼 기념일인데, 근처에 좋은 식당 추천해 달라"  예상 외로 반응이 괜찮다.

"너희 결혼 기념일이라고?" 되묻더니 옆의 남자와 뭐라 상의를 한다. 그러더니 이미 발급한 룸 카드 키를 폐 다시 카드 키를 생성하여 내주면서 전망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 했단다. 아울러, "우리 호텔에서 제공하는 결혼 기념일 축하 기프트다.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Lobby Bar 와인 두 잔 쿠폰까지 건네 준다.

업그레이드 된 객실은 만족스럽다. 실내와 욕실 공간도 넉넉하고 외부 조망도 좋다. 허위 사실 날조도 아니고 사실 진술했을 뿐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 아니고, 서양인들이 기념일에 훈훈하다는 사실확인했다.


기분 좋은 훈훈함을 안고 투마르 시내 투어에 나섰다.

투마르 시청과 투마르 시 창시자 구알딤 페이스(Gualdim Pais) 의 동상

앞에서 국왕을 위해 복무한 템플 기사단에게 투마르 지역을 헌정했다고 했는데, 투마르 시 창시자인 구알딤 페이스는 템플 기사단이다.

투마르 시청과 마주한 주앙 바티스타 성당 사이 광장 바닥은 체스판과 같은 모양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다.


결혼 기념일을 자축하는 상그리아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나니 어느덧 어둠이 깔린다.


좌측 문패(?)를 보면 경찰서인 듯. 유럽의 경찰서는 입구부터 우리와 많이 다르다. 한국 경찰서는 대부분 청사에 개방된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데, 프랑스에서도 그렇고, 유럽에서 본 경찰서는 도로 변의 건물에 경찰서 입구가 있다. 볼 때마다 경찰 출동용 차량은 어디에 두는지 궁금했다.


외벽에 여러 사진이 있는 이 건물.. 인터넷 검색에는 수녀원으로 사용했다는 말도 있고, 여성대학이이었다는 말도 있다. 팩트는 모르겠다.


영업을 종료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부동산 매물.

한국 개념으로 환산하면 대지 1,000평, 건평 140평, 침실 6개, 욕실 4, 주차 5대 공간의 T6 단독주택이 4억. 여기 물가도 싼데, 한국에서 집 팔고 오면 집값 차액 만으로도 노후생활은 될 듯하다. 부업 삼아 방 2개 정도 에어비앤비로 내놓고. 이민이 좀 그러면 한국에 전세 구해 놓고 6개월 씩 살 어떨까.

T4로 표기된 대지 190평에 건평 100평 집은 2억도 안 된다.


골목 끝 산 위에 보이는 투마르 城.

뒤에 보이는 투마르 城 아경이 하이델베르크 다운타운에서 바라본 하이델베르크 을 연상케 한다.

벤치 위의 두 남자 조각상음악가이면서 작가 그리고 작곡가 페르난도 로페스 그라사를 기리기 위한 기념 조형물다. 어느 분이 그라사 일까.. 자세와 복장에서 풍기는 느낌은 왼쪽 분일 듯.


깊어지는 투마르의 밤과 함께 이국에서의 결혼 기념일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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