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zMe Mar 17. 2021

시간은 왜 흐르게?

축지법 몇 개 주면 나이 다 줄게.

시간은 왜 흐르게?
깨달으라고.

세상엔 깨달음이라는 열매가 있대.
태어나면서부터
한 사람에게 엄청난 양이 주어진대.
 
사실은 (두리번두리번)

쉿. 너 잠시 이리 와 봐.

구석에 딱 서.


자.

그럼 말한다.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있잖아.

상에는 있잖아.

사람보다 훨씬 먼저 그 열매가 존재했었대!

진짜야. 우리 집에 백 개 있어. 천 개 만 개도.


그 깨달음 열매를 다 먹어치울 생물이 필요해서
사람이 탄생된 건데,
그 깨달음 열매가 얼마나 많냐면
사람이 쉴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속도를 재고 일정량을 먹기 위해
시간을 만든 거야.

알겠지?

뭘 먹기 위해 시간이 만들어졌다구?

그래.

깨달음.


뭐?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야, 너 그래서 맨날 혼나는 거아.

깨달음 많이 먹으면 칭찬만 받지 혼나진 않는다구, 이 멍청아.


것 봐.

안 먹으면 자주 혼난다는 그것조차도 넌 못 깨달았잖아.

열매 좀 먹어. 왜 나만 먹냐?

어쩐지 날씬하더, 쳇. 

너 진짜 딱 달음 먹어. 진짜 큰 일 다.

나 분명 경고다?


시간마다 하나씩 깨달음을 까먹어야 한대.

깨달음은 까야 나와. 꼭 까 봐야 돼. 알겠어?
쉬지 않고 깨달은 사람에겐
지혜의 열쇠를 주는데, 그걸 꼭

받아야 돼.

왜냐면.


진짜인 시간.
곧 자유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바로 지혜의 열쇠야.

그 시간에 들어가면 인생을 운영해볼 기회를 선물로 준대.
깨달음을 엄청 많이 먹었던 사람은 무한한 자신만의 세상을 앞당긴대.

깨달음 먹다 보면 옆에 막 축지법을 같이 먹는다고 했거든.

내가 분명히 들은 거야.

막 지어내는 거 아니고.

진짜라니까.

왜 못 믿는 눈치야?

아무 눈도 아니라고?


, 그럼. 있잖아.

나이 있잖아, 나이.

퀴즈 내 볼게.


나이는 왜 먹게?

바로.
무거우라고.


무거운 건 좋은 거냐고?

아니, 좋다기보다.

음,

잠깐 너 이리 와 봐.

문 닫아 봐.


야. 너 진짜 뭐 모르는 게 많나 본데.

이것도 아무에게도 알려주면 안 돼. 알겠어?

무거운 거 우리 집에, 만 백 개 천 개 있는 건데 내가 너한테 들고 와서 이렇게 전해주는 거란 말이야.

 

무거움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그것을 들고 옮기라고 사람이 탄생되었거든?

너 무거움 본 적 없지? 난 봤는데, 진짜 봤는데,

그거 진짜 산 보다 크거든.

막 깔려버릴 만큼이야. 어휴 진짜 무섭지?

그걸 등에 지고 막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옮겨야만 해.

사람이 태어나서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일이야.

시간 맞춰 깨달음 먹기, 해에 맞춰 무거운 가마니 지기.


그런데 장미 가시가 있어.

뭐냐면, 깨달음을 먹을수록 깨달음의 가시 때문에 조금씩 상처가 생기거든.


흉터라는 말 들어 봤지. 흉터.

막 동그랗게도 생기고 길쭉하게도 생기고 막 그런 거야.

암튼 무거운 걸 들고, 지고, 이고서도 깨달음을 먹어야만 하는 그때부터는 흉터 같은 것이 막 생기거든.


태어나서 처음엔 너무 가볍게 지고 다니는데, 나중에는 깨달음 때문에 막 다쳐서 점점 아프고 힘겨워지기도 해.

나이 이야기 중야.

암튼 나이는 곧 책임이라는 것인데 있잖아.
그게 굉장히 무거워.  무거움이 나이야.

아까 내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잖아.

내가 무거움이 나이라고 안 했다구?

야, 넌 자꾸 나보고 덮어 씌우고 우기더라?

내가 분! 명! 히! 기억하는데, 난 완벽하게 아까 말했다구.

나이가 무거움이라고.

!


암튼 , 나이 있어?

없다구? 그럼 본 적은?

난 봤어. 우리 집에 진짜 많아. 다음에 한 개 줄게.

왜 싫어? 줄게. 라는 게 아니고 준다잖아. 아님 한 개 말고 더 많이 줄까?


멍청아. 깨달음 먹기 싫으면 나이라도 잔뜩 들고 가서 한꺼번에 다 먹어야지.

그래야 너한테 아무도 혼 못 내.

혼내던 사람들이 너보다 더 어려져서, 앞에서 말 못 하구 막 너 빼고 저기서 투덜대기만 한다니까?


뭐? 좋다구?

깨달음은 하나도 안 먹고 나이만 먹겠다고?

그래야 나이 무거운 것도 못 깨닫는다구?

와. 너 진짜 천재다.

난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내가 살아온 길이 막 지금 지진 나는 것 같아.

나도 깨달음은 안 먹을 걸.

괜히 먹어서 흉터만 생겼다. 이게 뭐람.

 
암튼 나이는 말야.

못 사. 대 못 사.

나이는 배급제데, 못 사는 대신, 받을 때 줄 안 서도 받을 수 있어.

모두가 공평하게 동시에  받는 거야.

간편하지?

받는 방법은 진짜 간단하고, 순식간이라서 싱거워. 1초 만에 끝나.


있잖아.

얼마 전에 내가 이랬거든.


저기요. 계십니까.

혹시 어려 보이면 나이를 안 받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저 어려 보이니까, 나이 안 받고 무거움 안 지게 해주면 안 돼요?

라고.


그랬더니 에잇.

안 된대. 
요즘은 나이가 무거워서 마구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도 많대.
그래서
남들이 안 지고 버리는 것 까지 무게가 더 무거워진 사람도 많대.

그걸 다 지고 걸어야 한대.
아니, 자기에게 할당된 건 좀 자기가 쭉 지고 가면 안 돼?


내가 억울해서,
언제까지 나이를 먹어야 하 언제까지 무거움 가마니를 받아야 하냐며, 물었든?
무겁다고 막 울면서 물어봤거든?
그 책임 가마니를 해마다 등에 올리면, 내가 이대로 살아는 남겠냐며 막 발버둥 치고 주먹 쥐고 가방 막 때리면서
이것을 대체 언제까지 지고 가야 하냐고!! 투덜댔다구.

아주. 진짜 무섭게.


그랬더니,
나 말고도 누군가들이 막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더 무거운데도 투덜대지 않고 간대.

심지어 웃으며 가는 사람도 많대.


다시 소리쳤지.

그래서 언제 까지냐고요!

언제까지 이 무거운 것을 지고 가야 하냐고요!

라고.


야.

너 나 잘 만난 거야.

나한테 잘해. 알았어?

내가 답을 듣고 말았다는 거 아냐.

궁금해 죽을 것 같. 

야. 너 지금 뭐 봐. 폰 봐? 메시지?

야. 지금 나께서 말잖아.

무거운 책임나이를 언제까지 지고 가는지

답을 들었다잖아.

너 벌써 나이만 쏙쏙 골라서 천 개 만 개 먹은 거니?

그래서 내 말 안 듣니?

눈 빛에 순수함을 잃었다, 너?

아니라구? 계속 말하라구?


알았어.

으흠.

너. 딱 내 말에 대답할 때 목소리 줄여.

이거 진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알았어?

자, 손가락 걸어.

딱 너랑 나만 아는 거다. 알겠지? 약속.

 

그거, 무거운 거 말야.

그러니까 나이. 

나이 말야.

책임 가마니 지고 가는 것 말야.

그거 언제까지 하는 거냐면.

언제까지만 하면 되냐면.

바로바로바로!


딱 죽을 때까지만 하면 된대.

좋지! 완전 좋지?

그때까지만 딱 하는 거래.
어? 너 표정 좀 봐?

아! 그렇구나. 이제야 정답을 알았네! 그 생각하는 거지?

대단하다. 딱 죽을 때까지만 지고 가면 되는구나. 안심이네! 그 생각하는 거지?

 


그래, 뭐.

나도 그래.

아휴. 정말 다행이지 뭐야.


어쩐지.

기억이 났는데,

그래서 그랬던 거야.

할머니 할아버지 등이 휘어있는 걸 본 적 있거든.

진짜야.

넌 못 봤겠지만, 난 진짜 본 적 있다고.

백 번 천 번 만 번 백백 천 번 열 번.


그게 오늘에서야 떠올랐어.



나도



워.

 

SuJi의 갤럭시노트폰 PENUP
이전 13화 마더구스 덕분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