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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타르솔 Oct 30. 2019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매콤한 아침날씨에 취하다

 엽기 떡볶이를 좋아하시는가? 단맛과 짠맛과 매운맛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진 배달떡볶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브랜드 되시겠다. 사치스럽게도 올라가 우윳빛 광택을 빛내며 유유히 표면층을 흐르는 모짜뤨라 치즈의 고소함과, 마데인 차이나 지만 가격은 유별나게 비싼 중국식 당면의 부들부들함도 좋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떡볶이를 찾게 되는 데에는 떡볶이와 뗄래야 뗼 수 없는 매콤함이 주는 매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10월이 끝나가는 수요일 아침, 어젯밤 치킨을 먹느라 내다버리지 못한 재활용품들을 들고 이른 아침, 크록스 샌달을 질질 끌며 수집장소로 향했다. 남자가 입으면 보는 이의 시각을 멀어버리게 만들지도 모르는 초핫핫팬츠와  목이 다 늘어난 인터넷에서 한장에 3천원쯤 하는 7부 티셔츠를 입어도 아직은 괜찮은 그런 아침이었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무시못할 수준으로 입가와 코가 씰룩씰룩 거리게끔 차가운 한기로 보답했다. 참을 수는 있지만 제법 고통스러운, 그러는 가운데 오히려 빨리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가게끔 기운 차리게 만들어주는 날씨길래 나는 생각했다. '이거야 말로 매콤한 날씨구나' 


 자못 자랑스럽게 텅텅 빈 재활용 바구니들을 제자리에 두고 운동을 나선다. 슈가파우더라도 뿌린듯 식물들 위에 성에가 곱게 내려 앉아있었다. 아직 지지 않은 가을 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짜증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햇살이 기분좋게 내려쬐고 있었다. 가을 하늘답게 시퍼런 잉크색으로 빛나는 하늘 한가운데 휘핑크림 같은 조각구름이 한송이 걸려 있었다. 이른 아침시간대의 공기만이 줄 수 있는 건전한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유툽에서 가장 핫하다는 2019년 버젼 edm 음악을 들으며 걸으니 갑자기 스포츠카가 한대 사고 싶어졌다. 이름도 벌써 정했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붕붕이'와 '아스라다'가 결승전까지 올랐다. '역시 남자는 멋이지' 하면서 '아스라다'로 정했다. 친구놈들을 태우고 뚜껑을 연 채로 신나게 해안도로를 달리는 상상까지 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라는 듯 쨍하고 얼굴에 닿아오는 햇살 덕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이제 돈만 벌면 된다. '아스라다' 그때까지 기다려줘. 우리끼리의 모스부호는 상향등 3번 깜빡임, 하향등 2번 깜빡임으로 정하자구. 


 아스라다는 못사지만 추레한 몰골로 당당하게 스타벅스에 입성해 아아를 사서 마신다. 사랑하는 아스라다는 없지만 오늘 하루는 기분이 좋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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