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가벼운 짐 옮기듯이 짊어지고
다른 날보다 병원에 일찍 와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권사님을 뵐 수 있었다. 밤에는 공동 간병인에게 맡기고 낮에만 친정어머니를 간호하는 분이다. 어찌보면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봄)라고 할 수 있다. 권사님도 젊은 분이 아닌데 노모인 친정어머니를 케어하니 말이다.
뜬금없이 내게 어머니 돌본 햇수를 물으신다. 17년째라고 했더니, 그동안 들어간 돈이 얼마나 되냐고 궁금해하신다.
그때 무심결에 뱉은 내 대답은, "돈보다 사랑이 많이 들었는데요"다.
별로 헤아려보고 싶지 않은 돈 문제는 그야말로 은혜로 감당해 가고 있는 걸 뭘로 설명하랴.
일전에 KBS 강연100도씨 작가와 전화 인터뷰 때도 그런 질문을 받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작가가 물었다.
"은혜 말고 다른 메시지는 없어요?"
"없는데요!"
방송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는데,없던 사실을 가상으로 꾸밀 수는 없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까지 보상을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마도 신앙 고백이 강하다는 이유로 출연 제외됐을 공산이 크다. 5년 전부터 방송 출연에는 별 마음이 없어 고사해 오기도 했고.
(KBS 강연100도씨는 생방송으로 바뀐 뒤인 2016년 11월 27일에 출연했다.)
보상은 한 점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마치는 지점이 주어질 때까지 하루하루 감당하고 견뎌가는 것이 은혜요 복음의 힘이다. 이 믿음이 없다면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오늘도 그렇게 무겁고 고단한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가벼운 짐 옮기듯이 짊어지고 간다. 다만 엄마께 고통이 없고 나 또한 견딜 수 있는 힘이 꼭 필요한 만큼 충전되기를 믿는다.
믿음의 반대는 불신이 아니라 불안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하루하루 믿고 견뎌간다.
201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