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로 자신의 힘을 공고히 한 악한 역사
코로나 19로 연일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미생물이 인류를 괴롭혀 왔는데 그중에 중세까지 원인을 몰라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린 '맥각중독증'이란 병이 있다.
맥각중독증에 걸리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환각 증세에다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이 동반되며, 실제로 손발이 불에 덴 듯 검게 변하고, 결국 떨어져 나가기까지 했다. 원인을 몰라 공포에 떨게 한 병이었다.
로마시대 줄리어스 시저의 군대가 이 병으로 고생했고, 994년 프랑스에서 무려 5만 명이 이 병으로 죽었다. 1722년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의 병사 2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해 서유럽 침공 계획을 포기시킨 것이 맥각중독증이었다. 사람들은 환각증세 때문에 마녀가 악마의 저주를 불러왔다고 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죽이기도 했다.
이 맥각중독증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귀리와 같은 곡식에 기생하는 맥각균이라는 곰팡이가 환각 증상과 혈관 수축을 일으키는데 피부가 불에 덴 듯 검게 변하는 괴저를 동반해 공포에 빠트렸다.
당시 유럽에서 주식으로 먹은 호밀빵이 맥각균에 오염돼 있었다. 결국 빵이 원인이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원인이 밝혀진 후에는 밀을 수확할 때 반드시 맥각을 없애는 처리를 한다. 호밀빵을 먹으면 정신이 미치고 피부가 검게 변하고 죽어가기에 지금은 맛있게 먹는 빵이지만 호밀빵이 맥각중독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한동안은 '미친 빵'이라 불렸다.
1093년 프랑스에서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칙령을 내렸는데 이 칙령의 수호성인이 성 안토니오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손발이 불에 타는 듯한 맥각중독증을 '성 안토니오의 불'로 불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당시 이 병을 치료하려고 성 안토니오 수도원에 간 사람만이 회복되었다. 그 이유는 성 안토니오 수도원은 호밀빵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례객들이 자신이 가져온 호밀빵을 다 먹으면, 수도원에서 제공되는 과일을 먹으면서 호밀빵이 일으킨 맥각중독을 해독시킨 것이다. 회복의 원인을 몰랐던 당시 병에 걸린 사람들은 성 안토니오의 이름을 부르며 치료를 빌었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에서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소녀가 맥각중독증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사람들에게 성 안토니오 수도원은 최고의 전인치유센터였을 것이다. 사실 영험해서가 아니라 호밀빵을 안 먹거나 밀에 붙는 곰팡이 맥각균을 없애면 되는 간단한 치유책이었는데 말이다.
각종 가짜 뉴스가 무더기로 나오고 있는 코로나 19도 얼른 치료약이 개발되어 이 모든 불안과 고통에서 대반전이 일어나길 바란다. 공포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보수 언론과 야당은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삼는 뉴스에서 잠시 떨어져 공포의 원인이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
고통이 주어져도 하나님이 거두시는 때가 있고,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하나님이 치료제를 통해 낫게 하시는 은혜가 있기 때문이란 걸 묵상한다.
맥각중독증처럼 원인은 단순한데 인간들이 공포심으로 마녀 사냥이란 걸 하고,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은 바이러스로 자신의 힘을 공고히 하는 악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중심을 지키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강제로 멈춰진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