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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Sep 21. 2020

전공의 일기.

5-11화 수술


중절모 할아버지가 입원했다. 내일 예정된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술을 위해서였다. 병실 복도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내일 예정된 수술은 사실 종양의 완전한 제거가 목적이기보다는 방광 점막 하층에 위치한 종괴의 성상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이선생, 나왔어."

"얼굴이 너무 안 좋으세요. 걱정이 많이 되시죠? 최근에 잠을 잘 못 주무셨어요?"

"어 그려, 방광에 뭐가 또 보인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이 되는 거야. 이제 살만큼 살았지만, 이렇게 죽는 건 아닌가 무서워."

"내일 있을 수술은 수술 자체가 어렵거나 위험하지는 않아요. 전에 내시경실에서 했던 조직검사는 방광 점막에 국한된 검사이기 때문에 이번에 수술방에서 조금 더 깊이 절제해서 어떤 종양인지를 알아보려는 거예요."

"그려, 잘 되겠지?"

"오늘은 푹 쉬셔요. 잘 주무시고 컨디션이 좋아야 내일 수술하시고도 회복이 빨라요. 너무 걱정을 많이 하시면 오히려 회복도 느려지고 마음도 많이 힘드실 거예요."

"고마워. 고마워 이선생."

"내일 뵙겠습니다."

1주 전 시행한 방광내시경 하 조직검사에서는 만성 방광염 소견이 점막층에서 발견된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수술적 절제를 통해 점막 하층에 위치한 종괴를 절제해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환자의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전립선 적출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고 재발 소견으로 방사선 치료까지 받았는데, 또다시 재발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오후 회진이 끝나고 전공의실에 들어섰다.

"형, 내일 일정표 형이 짜기로 했지?"

"어, 내일 들어가고 싶은 수술 있어?"

"내일 1호실 3번 환자분 TURB(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술) 내가 들어가도 될까?"

"아 그 환자? 전에 내가 조직검사했던 환자지? 너 불러달라고 하셨던?"

"맞아. 오늘 입원하셨는데, 내일 괜찮으면 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일단은 알겠어. 근데 내일 donor nephrectomy (공여신장 적출술, 신장이식을 위해 기증자에게서 신장을 적출하는 수술) 있어서 네가 거기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알겠어. 짜고 알려줄게."

"OK, 땡큐."

환자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왜인지 모르게 자꾸 마음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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