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 현실일 때
토론토 병원은 생명이 위협하지 않으면 회복이 된 환자를 퇴원을 시키고 응급환자를 받아야 했다.
나는 몸이 여전히 불편했지만 나보다 더 위급한 환자를 위해 퇴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퇴원하기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퇴원을 하고 집에 가면은 케니가 "멍키" 하며 나를 반겨 줄 것만 같았다.
아팠던 내게 수고했다며 나를 꼭 안아주겠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내 머리를 쓰담쓰담하며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겠지.
늘 그랬듯 우리는 같이 누워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해주다가 밤을 지새우다가 같이 달콤한 잠이 들고 다음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겠지.
상상만 해도 너무 좋았다.
케니와 나의 보금자리로 가서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빨리 퇴원하고 싶었다.
케니의 사진과 옷을 껴안고 그와 함께한 추억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눈을 떴는데 나와 케니가 차에 앉아있었다.
앞에 있는 케니에게 어디 갔었냐고 한참 찾았다고 몸 괜찮냐고 급하게 물었다.
그는 자기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그냥 앉아있는데 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갑자기 눈이 부셨다. 온 세상이 하얬다.
나는 케니를 또 잃을까 봐 급하게 그를 찾았다.
케니는 나를 안아주고 있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같이 360도 회전했다.
큰 충격에 케니는 정신을 잃었는지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케니는 나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케니 케니."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눈을 떴다.
병원이었다.
아직 밖이 깜깜해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지나고 있었다.
하필 퇴원하기 전 날 사고에 대한 꿈을 꾼 이유가 있을까? 무서웠다.
내가 그의 품에 안겨 같이 360도 도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퇴원해서 곧 그를 만난다는 생각에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벌벌 떨었다.
숨이 가빠왔다.
간호사 호출을 했지만 간호사는 응답이 없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창문을 열었다.
밖에서 찬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코를 창문에 대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호출했던 간호사가 와서 괜찮냐고 물었다.
"너무 추워요 따뜻한 이불 좀 가져다주세요."
간호사는 내게 이불을 가져다줬다.
분명 따뜻한 이불이었고 몸은 따뜻했지만 추웠다.
내일 케니가 집에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케니가 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으면 어떡하지?'
'이 비현실적인 사실이 진짜면 나 어떡하지?'
'케니와 나의 보금자리에 케니 없이 어떻게 지내야 하지?'
나는 아침 8시 퇴원이었다.
걱정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날이 밝아왔다.
케니 사촌이 와서 내 짐을 옮겨주고 퇴원 수속을 도와줬다.
그녀는 내게 힘을 주려고 긍정적인 얘기를 건넸다.
"병원에 있는 동안 너무 수고했고 몸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잘 이겨준 네가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워.
집에 가서 엄마랑 있으면서 같이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엄마와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사촌 S는 케니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엄마 이야기만 하는 거 보니까 케니는 진짜 집에 없는 걸까.
그래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혹시 모른다.
케니가 몰래카메라를 하는 거일 수도 있다.
서프라이즈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케니가 사촌 S에게 내게 비밀로 하고 같이 협동해서 나를 놀라게 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집에 가는 길, 나와 케니가 항상 다녔던 길을 보며 눈물이 났다.
나는 이제 케니와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 하려는 준비가 끝났다.
케니를 있는 그대로 봐주며 그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진심으로 사랑할 준비가 끝났다.
케니와 하루하루 행복의 시간을 쌓을 준비가 끝났다.
매일매일 추억을 만들고 같이 많은 경험을 할 준비가 끝났다.
이제 가서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집에 있었던 엄마가 마중 나와 있었다.
집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생일쯤에 구입한 집이어서 생일 선물이라고 케니와 좋아했던 날이 떠올랐다.
우리는 행운이라며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고 했었는데 행운이 아닌 저주였다.
케니가 있을 거야 케니야 나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줘라고 간절하게 빌며 현관문을 열었다.
서프라이즈!!라고 하면서 내게 달려올 것 같은 그가 없었다.
가족들이 지내면서 가구 배치를 다르게 해 놔서 조금은 익숙지 않지만 나와 케니의 보금자리였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내가 이 집에서 살았던 흔적들이 눈앞에 그려지자 미칠 것만 같았다.
끔찍하고 비극적인 것들이 정말 내게 닥친 현실이라니..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케니인데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가버리다니.. 케니는 얼마나 억울할까?
나와 함께했던 약속들을 누구보다도 지키고 싶어 했는데 세상을 떠나게 돼서 얼마나 원망스럽고 가슴이 미어질까?
나는 케니와 나의 추억이 묻은 이 집에서 케니 없이 혼자 과연 살 수 있을까?
지금은 엄마가 내 곁에 있지만 6개월 후 엄마가 가고 나면 어떡해야 하지?
케니가 살아있을 거라는 한 줄의 희망을 가지고 병원생활을 해나갔는데 그 희망이 무너졌다.
내가 그토록 부정하던 일이 사실임을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었다.
나는 사망신고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케니가 묻힌 자리에 직접 가서 케니를 만나야 했다.
어느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나와 케니에게 왜 시련과 고통을 주셨는지 하필 왜 우리였는지 답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