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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식 있어요.

N이/가 있다 - 소유와 존재 나타내기

by 아이원 Mar 21. 2025

한국어를 가르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자주 받았던 질문이 있었다. 바로 ‘-이다’와 ‘있다’의 차이였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와 질문했던 학생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데, 그 이유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잘했던 수업보다 후회했던 수업이 더 많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학생의 질문은 실력 향상의 자양분

그 학생에게 했던 대답은 둘 다 be 동사라는 것이었다. (영어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be verb라고 했더니, 그게 대체 뭐냐고 계속 물었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덧붙여 ‘-이다’의 경우는 ‘A = B’ 일 때 사용되고, ‘있다’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거나 어디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사실 틀린 대답은 아니었다. 다만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오르는 대로 설명했기 때문에 좋은 대답도 아니었다. 그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문법책을 펼쳐 놓고 차이점에 대해 공부하고 어떻게 설명할지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 결과, 지금은 학생들이 질문하기 전에 먼저 설명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헷갈릴 만한 부분은 항상 시간차를 두고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다’를 먼저 가르친 후, 수업의 간격을 두고 ‘있다’를 가르친다. 그리고 설명하기 전에 오늘 배울 내용은 영어로 생각하면 ‘-이다’와 비슷하지만 사용이 다른 문법이라는 점을 먼저 알려준다.


사실 학생들 대부분은 이미 이 문법에 대해 아는 경우가 많다. ‘있어요/없어요’를 평소에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 있어요?’처럼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나 ‘화장실 어디에 있어요?’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표현을 문장으로 외워 사용한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학생들이라도 막상 ‘있다’의 의미와 쓰임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때 정확히 설명하며 문장을 통해 연습하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있다’는 보통 두 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는 함께 쓰이는 조사에 따라 달라진다. 간단히 말하자면 ‘N이/가 있다/없다’의 경우는 소유나 존재 여부를 나타내며, ‘N에 있다/없다’는 위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오늘 회식 있어요.

전자의 경우만 먼저 설명하면, ‘핸드폰이 있어요.’ ‘차가 있어요.’처럼 가지고 있는 것이나 존재 여부를 표현할 수 있다. 실제 대화에서는 목적어 조사 ‘을/를’처럼 ‘이/가’를 생략하여 말하는 편이다. ‘숙제 있어요?’, ‘내일 시간 있어요?’처럼 말이다.


간혹 이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have’는 한국어로 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직역해서 ‘가지고 있다’로 대답하기보다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후 ‘있다’를 사용해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 가르쳐 주는 편이 좋다.


항상 얘기했듯이 한국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가르쳐 주는 게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는 나라면 어떻게 말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want’를 ‘원하다’보다는 ‘-고 싶다’로, ‘I miss you’를 ‘그립다’ 대신 ‘보고 싶다’로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교과서적인 표현이 아닌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한국어를 가르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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