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VS 무슨 VS 몇
지금까지 '뭐', '언제', '어디', '무슨' 등 다양한 의문사를 가르쳤다. 이제 드디어 '몇'을 가르칠 차례다.
흔히 'How many'로 직역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 몇 시예요?'라는 질문은 왜 'What time is it?'으로 표현하는 걸까?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모든 한국어를 영어로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다. 그래서 직역보다는 언제 자주 사용하는지, 그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먼저 'What time is it?'을 한국어로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물어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뭐...'로 시작한다. 그동안 '주말에 뭐 했어요?'라는 문장을 많이 듣고 말했기에 가장 익숙한 'what'은 바로 '뭐'이기 때문이다.
'뭐'가 아니라고 말하면, 조금 더 공부한 학생들은 '무슨...?'이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린다. 바로 이때 '몇'을 가르쳐 주며 '무슨'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려준다.
'무슨'은 명사와 함께 쓰이고, '몇'은 단위와 함께 쓰인다. '무슨' 또한 요일과 같은 단위와 함께 쓰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묻는 표현에서 '몇'을 쓰는 이유는 바로 수와 관계있는 의문사이므로 대답은 항상 숫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숫자를 가르친 후 의문사 '몇'을 가르친다.
앞서 한자어 수와 순우리말 수를 배웠기에 시간을 나타내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열 시 삼십 분이에요.'
이 문장을 위한 질문을 만들어 보자. 대답이 숫자와 단위로 되어 있으므로 의문사 '몇'에 시간의 단위 '시'를 붙이고, '-이다'를 붙여 '몇 시예요?'가 된다.
입문 단계에서 '뭐', '무슨', '몇'을 모두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헷갈려한다. 그러므로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충분히 연습한 다음 새로운 의문사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주말에 뭐 했어요?', '뭐 해요?'를 가장 먼저 가르쳐 수업 때마다 충분히 연습을 한다. 그다음 '무슨 음식 먹었어요?', '무슨 영화 봤어요?'와 같은 세부 질문을 한다. 그러고 나서 '몇'을 가르친다. 이렇게 숫자와 함께 '몇'을 익히고 나면 다음의 질문을 수업 시작 전에 매번 반복한다.
'오늘 무슨 요일이에요?'
'지금 몇 시예요?'
이렇게 하면 억지로라도 숫자를 외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지금까지 벌써 두 개의 시제와 조사, 숫자, 그리고 다양한 의문사 등 많은 것을 가르쳤다. 글로 써서 길게 보이지만, 시간으로 치면 6시간 정도 수업을 한 셈이다. 비록 6시간이지만 학생들은 이미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제나 숫자와 같은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났으므로, 이젠 여기에 재미를 더해 속력을 낼 단계이다. 마지막까지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