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에 있다 - 장소와 위치 나타내기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있다’는 어떤 조사와 함께 쓰이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이번에는 ‘N에 있다/없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지금 집에 있어요.’
‘물이 어디에 있어요?’
위 문장처럼 ‘에’와 함께 쓰여 장소나 위치를 나타낸다. 이때 위치 명사를 함께 가르칠 수 있는데, 이는 ‘위, 아래/밑, 옆, 앞, 뒤, 사이’ 등이 있다.
성인 대상으로 수업을 하지만 초급, 특히 입문 단계에서는 그림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위치 명사를 가르칠 때에는 어질러진(?) 방 사진이나 그림을 함께 보며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문장을 만든다. 그러면 위치 명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어휘까지 익힐 수 있어 더욱 도움이 된다. 사진으로 충분히 연습을 한 후, 실제 방이나 집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책상 위에 뭐 있어요?’
‘침대는 어디에 있어요?’
이렇게 질문하면 학생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의 가구나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면 수업을 하는 경우는 이 질문을 많이 한다.
‘지금 가방 안에 뭐 있어요?’
그러면 학생들은 가방을 뒤적이며 하나씩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생각보다 많은 단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어폰’이나 ‘태블릿’과 같이 생각보다 많은 외래어가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는데, 나는 그들 대부분이 외래어를 더 어려워한다는 점이 오히려 더 놀랍다. (발음이나 억양이 달라 알아듣기 힘들다고 한다.)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있다/없다’에 대해 배우면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핸드폰 어디에 있어요?
- 침대 위에 있어요.
⭑엘리베이터 옆에 화장실이 있어요.
⭑집 앞에 공원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나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을 땐 ‘어디예요?’도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어디예요?’, ‘집이 어디예요?’처럼 말이다. 이때는 ‘회사예요.’ ‘강남이에요.’처럼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대답할 수 있지만, ‘어디에 있어요?’의 경우엔 ‘2층에 있어요’, ‘시청 옆에 있어요’처럼 더욱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다.
이처럼 유용한 표현을 배우는 경우, 나는 학생들에게 실생활에서 많이 연습해 보기를 권한다. 카페에서 ‘냅킨 어디에 있어요?’, 편의점에서 ‘얼음 어디에 있어요?’, 식당에서 ‘화장실 어디에 있어요?’와 같은 문장을 계속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학생에 따라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대화에 성공해서 뿌듯해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못 알아듣거나 상대방의 대답을 못 알아 들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다.
나 역시 영어 공부를 해 봤기에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한다. 예전에 호주에서 피자 배달을 시킬 때 상대방이 주소를 계속 못 알아들어 주눅 들었던 적도 있었고, 학생에게 반대로 요거트 영어 발음을 지적받고 연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이기는 건 없다. 쉽고 짧은 문장부터 원어민처럼 발음할 수 있도록 계속 연습한다면 현지인이든 AI든 결국 그 말을 알아듣고 반응해 줄 것이다. 그러니 좌절하는 학생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시켜 한국인과의 대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기를, 그래서 학생들이 뿌듯해하는 모습을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