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균 Jul 30. 2024

니체를 읽는 순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니체를 시작하면 안된다.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영혼의 파트너 Ethan Kim이 문득 니체를 읽고 싶다고,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정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조언을 해 주었는데, 포스팅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먼저 분명히 얘기해둘 것이 있는데, 절대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니체를 시작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가 스스로 만든 철학소들을 비유적으로 배열한 일종의 운문형 소설이다. 이 책은 모든 니체를 다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또한 알아둬야 할 것은 니체의 유명한 별명은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점이다. 니체는 플라톤부터 시작한 2천년 서양철학의 거의 모든 사조들을 하나씩 꺼내 조근조근 때려 부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은 물론 에피쿠로스, 스토아 같은 중세 철학 부터 쇼펜하우어, 칸트 같은 근대 철학자들까지 모두 깨부순다. 니체의 철학적 폭력은 철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니체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모두 비판하고, 심지어 결정론과 자유의지 양쪽을 모두 거부한다. 


그래서 니체는 니체만갖고 읽기가 쉽지는 않다. 니체가 비판을 하는데 그 비판의 대상이 뭔지 모른다면... 누구 욕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니체를 읽으려면 니체 주변을 미리 읽어 둬야 니체가 하는 말이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만', 그것도 최소한으로, 가장 빠르게 읽겠다고 하면... 나의 경험으로 추천하는 최선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1. 채사장의 <열한 계단> 4챕터 (니체 요약)

2. 박찬국 교수님의 <사는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옵션) 박찬국 교수님의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3. 박찬국 교수님의 <선악의 저편> 뒤편의 역자해제 

4. <선악의 저편> 서문

5. <선악의 저편> 1장, 5장

6. <도덕의 계보> 뒤편 역자해제

7. <도덕의 계보> 1논문과 2논문

8. <도덕의 계보> 3논문


2번을 다 읽고 3번이 읽히지 않으면, 그 사이에 있는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로 준비를 좀 더 단단하게 하고 갈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에는 무척 드문, 니체 중급서이다. 


니체의 정수는 <선악의 저편> 5장과 <도덕의 계보> 2논문이다. 나머지는 이 두 꼭지를 읽기 위한 배경 지식 쌓기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나는 <우상의 황혼>이나 <안티크리스트>로 가는 것 보다는, <비극의 탄생>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의 초기작이고, 니체가 어느정도 자신의 사상을 완성한 후 거리를 두려 한 책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에서 서양 철학 전체에 대한 어떤 커다란 생각의 틀을 제공하는 책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아마 <우상의 황혼>을 읽을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지, <즐거운 학문>을 읽을지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에 대한 몇몇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글들을 아래에 추가로 링크한다.




https://brunch.co.kr/@iyooha/66



https://brunch.co.kr/@iyooha/35



https://brunch.co.kr/@iyooha/7


작가의 이전글 진리는 가르칠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