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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Oct 22. 2023

질문은 멈춤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 되면 저녁마다 마을에 방역차가 다녔다. 소위 '모기차'라고 불리던 그 차는 하얀 소독약을 뿜고 다녔는데 그 안에 있으면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신기했다. "뿌~" 하는 소리와 함께 모기차가 나타나면 "와~" 하고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어 하얀 연기를 따라 뛰었다. 달리기라면 자신 있던 나는 남들에 뒤처지지 않았다.


하루는 모기차 연기 속에서 계속 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 소리가 안 들렸다. 멈춰 보니 어둠이 깔린 옆 마을에 나 홀로 서 있었다. 혼자 너무 멀리 와버린 내가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갈 때는 깔깔거리던 아이들 웃음소리도, 모기차 소리도 없이 정적만 가득했다. 실력이 부족해서 뒤처지는 줄 알았던 아이들, 지쳐서 포기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이었다. '이만큼 놀았으니 됐다' 싶어 중단한 아이들도 있었을 텐데 나는 혼자 의미 없는 경쟁에 도취해 있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지금 왜 달리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너무 먼 곳으로 혼자 가버릴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내달리다 보면 언젠가 어둠과 정적 속에 우두커니 서 있을지 모른다. 


인간의 삶은 의미 찾기 과정이다. 자신이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허무하다. 보편타당한 진리보다 나에게 꽂히는 한 줄 가치가 강력하다. 세상의 의미보다 내가 만드는 의미가 중요하다. 성공과 행복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그 기준은 결국 내가 정한다. 누가 하라고 해서,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삶은 '나의 삶'이 아니다. 내 삶을 이끄는 나만의 '왜?'가 있어야 한다.


멈추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달리고 있는가?’

‘지금 나의 방법은 적절한가?’

나에게 묻는 질문이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많이 흔들릴수록 방향을 가리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나침반처럼 내 삶에 관한 질문의 답을 금방 찾을 수 없다고 해서 무작정 내달리다가는, 모기차를 따라 뛰느라 몸과 마음을 소진하는 모양새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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