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달달했던 그 날을 기억하며

by 이쥬니
바람, I ZEE


나는 너희에게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일곱 해 전, 한낱 여름의 손님이었다.

무거운 사연 속에서도
웃음만은 아끼지 않던 너희에게

동정심과 호기심, 어쩌면 재미로
과자 몇 봉지와 서툰 미소를 건넸던 그 일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다음 날,
너희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 속에는
잘 익은 과일이 가득했고,

서툰 영어로 먹는 법을 알려주던 그 모습이

내 마음에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인연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여름이 오면
따뜻하고 묵직한, 그때와 같은 바람에

나의 작은 바람을 실어 보낸다.

길은 거칠어도
웃음은 매끈하기를.

주머니는 가벼워도
꿈만은 무겁기를.

지금 불어오는 바람이
너희의 꿈과 웃음을 싣고
앞으로 걸어갈 모든 길 위에
고스란히 내려앉기를.

그것이
내가 멀리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도이자,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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