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무지 Mar 20. 2024

꼬르륵

배꼽시계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렸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나는 나을 것 같다가도 다시 심하게 증상이 올라오며 하루종일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엔 목이 따끔거리더니

이후 콧물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미각을 잃더니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살아난 몸상태가

나를 배신하고 다시 목을 따끔 거리며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단 맛을 제외하고 모든 맛을 못 느끼더니

이번에는 단 맛만 못 느끼고 모든 맛을 느꼈다.

콧물은 거슬릴 정도로만 났지만

목에서 가래가 끓고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열을 동반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처사였다.


약도 꾸준히 먹고 비싼 비타민도 입에 한가득 넣고 있었는데 도저히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루 푹- 쉬고 일어나면 다음날 다시 살 것 같다가도

그날 조금 무리하면 다시 침대행을 반복했다.


그렇게 나는 며칠째 일기를 통해 나의 감기 일화를 전하고 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각을 잃으면서 음식과 조금 거리를 두게 되었다.

물론 아무 맛이 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든 맛을 느끼려 단 음식을 찾아 나섰기에 체중 감량은 기대도 할 수 없었다.

단 맛이 나지 않을 때는 확실히 음식과 거리를 두었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오랜만에 내 배꼽시계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나는 최근 1년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인지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배고픔을 느낄 새도 없이 입 안에 음식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이번 감기 사태로 꼬르륵 소리를 들었는데

너무 오랜만이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왠지 생존을 위한 외침처럼 들렸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 않은가.

옛날에는 ‘오늘은 내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오늘은 무얼 먹을까?’라는 걸 고민하는 시대니까.


툭하면 묻는 질문이 ‘밥 먹었니?’

누군가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누면 ‘다음에 밥 한번 먹자~’일 정도로 우리는 식사에 예민하니까.


내가 배가 자진해서 고프다고 소리 낼 때까지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정도로 내 몸상태가 심각했다니!


오버한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뜰 때 ‘아 배고파’하면서 아침을 맞이하니까.

가족여행을 할 때도 차 안에서 엄마가 ‘너 말 그만해. 또 배고프다고 할 거잖아.’라며 내 배를 걱정하니까.

어찌 보면 내가 괜히 175cm가 된 건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나는 내 위를 얼마나 혹사시켰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꼬르륵 소리를 못 낼 만큼 많은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분주했겠구나,

내가 잘 때도 너는 끊임없이 일을 했겠구나 싶어 미안했다.


내일모레 부모님 댁에 들어가면 무서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엄마가 하고 있는 다이어트인데 벌써 6kg이나 빼고 언니도 따라 하고 있다고 해서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위한테 미안하더라도 내일모레까지는 열심히 먹어둬야지 :)



이전 11화 사실 일기는 매일 쓰고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