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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Mar 15. 2020

백종원의 야심작 <막이오름>

막걸리도 감성이다

 설레던 첫출근도 잠시,

출근한지 이틀만에 재택근무를 하게됐다.

일을 빨리 배우고 싶었고

바쁜 팀에 깍두기 노릇은 피하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코로나19는

날 분노하게 만든다.


주말의 강남역 거리는 정말 한산했다.

친구와 강남역에서 커피를 마시고

벼르고 벼르던 <막이오름>에 갔다.


백종원 씨의 음식점들은

 내게 추억이자 향수이다.

중학생 때, 전당포를 하던 아빠가

저녁 10시에 일이 끝나면

야행성이던 우리 가족은 늘

논현동 영동시장 근처 골목으로 향했다.


당시에 어렸던 나는

백종원의 이름까지는 몰랐고

다만 모든 골목에 똑같이 생긴 아저씨의

사진이 걸려져 있어

엄청 부자인데 음식이 먹는 족족 맛있군,

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특히 소름돋는 것은

지금은 길거리 어느곳에나 있는

빽다방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던 것인데

그가 운영하던 우삼겹 집 한켠에

빽스커피 상호는 아직도 기억난다.

(상호가 정확하지는 않다.)


사업가 백종원의 본받을 점을 꼽자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끊임없는 테스트 매장을 오픈하고

고객의 입맛과 트렌드를 시험한다.


최근 그의 테스트 매장을 보면 가성비 파스타

<롤링파스타>와 중국식 주점 <리춘식당>,

그리고 닭볶음탕을 판매하는 <성성식당>까지

메뉴도 컨셉도 다양하고

타깃 또한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막이오름은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를

한 잔 단위로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가로수길에 야심차게 오픈한 그의 테스트 매장인데

술을 먹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

저녁 6시인데도 거의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높아보였다.


<막이오름>에서 바라본 가로수길

그래도 운이 좋아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막이오름의 첫번째 장점은

술이 아닌 분위기를 마시는

요즘 젊은이들의 특색을 잘 공략했다는

것이다.

가로수길이 한 눈에 들어오는 통유리와

그린을 컨셉으로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의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잔도 팔아요, 막걸리의 반란

막이오름은 한 잔의 막걸리도 판매하는

기발한 방식으로

술을 두려워하는 일명 알콜 쓰레기들에게

안성맞춤인 주점이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분위기가 필요한 소개팅 때에도

적합한 장소였다.


신선로 인듯 아닌듯 신선로같은 너


세번째는 바로 안주다.

1만원 대 초반의 가성비 좋고

색다른 안주들은 저절로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든다.

신선로 용기에 담겨 나온 홍합 스튜와

깻잎으로 향을 돋군 베이컨 감자전,

흑임자 소스를 버무린 순살치킨 등

어디서도 보지못한 안주들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가장 맘에 드는 점은 <막이오름>

전통주가 부활할 수 있을만한

불씨를 당겨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주춤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주 시장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쁠 것 같다.


늘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사업가 백종원의

테스트 매장.

다음엔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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