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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Nov 27. 2023

개강입니다만

라테 흑역사로 박제된 첫 수업^^;;

엄마한테 가장 시급한 건 디지털 운용 능력이라고

딸이 말해주었다.

디지털 키즈인   mz 세대에 비하면

라테는 그야말로 컴맹급.....ㅠ


바야흐로 메타버스의 시대!

대학의 모든 것이 디지털 시스템화 돼 있었다.

수강신청부터 과제와 시험, 성적처리. 학과활동...

코로나 시국이라 첫 한 달은

수업도 비대면 줌 수업이었다.


그렇게 개강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계원 1년 선배인 딸에게

열심히 배웠던 출결시스템에  접속한다.

메인에 그날 들어야 할 강의와 출결 안내가 뜬다.

출결, 병가, 공결 신청도 여기서 한다.  

디지털이 어려운 만큼 편하긴 편했다.^^


* 2학년 1학기 출결, 파란 건 출석, 빨간 건 결석 ㅋ


수강 안내란의 줌 (zoom) 주소를 클릭하니

융합스튜디오 라는 방 제목과 함께

 ‘관리자의 수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삼초쯤 지났을까, 수십 명의 얼굴이 쫘르르 보이는

 zoom 방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

어릴 적 sf 영화의 순간이동 같은 느낌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딸이 알려준 대로 우선 프로필 설정부터 체크한다.

최대한 노트북을 멀리 밀어

얼굴이 작게 보이도록 한 라테 ㅋ


무엇보다 내 마이크 기능을 음소거해야 한다.

딸이 내 마이크는 내 발표때만 켜고

늘 꺼두라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혼잣말하는 소리가 다  공개방송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헉... 말만 들어도 무서운 라테..; 음소거를 누른다.




* 기초 컴퓨터 첫 시간,  맨 윗줄 왼쪽 두 번째가 라테, 다른 학생들 얼굴은 개인정보라 가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융합스튜디오. 

4시간짜리 전공으로  

한 학기 동안 두 개의 동시대 예술 작업물을 완성,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 교수님께서

낭랑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신다.

순간  마구 떨리기 시작하는 라테...--


*유라테!


네!!!!


실제 강의실에 있는 듯

엄청 큰 소리로 대답하고 만 라테.ㅎㅎ


유라테??


이상하다. 교수님께서 또 호명을 하신다.


네! 엣!!!


이번에는 더 더  큰 소리로 대답하는 라테.


*유라테 안 왔어요??


이럴 수가..ㅠ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못 들으시지?? 뭐가 고장 났나>>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음소거돼 있는 거 같습니다."


음소거??... 앗... 헉...


아까 내 마이크를 꺼놓고

출석 대답할 때만 켠다는 걸 그만 깜박한 거였다.

꺼져있는 마이크에 대고 계속 네네 거린 라테.. ㅠㅠ

부랴부랴 마이크를 켜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네….ㅠㅠ



첫 시간이니 자기소개하도록 할게요.  

각자 전에 했던 작업 포트폴리오, 화면 공유하시고

십분 쉬고 시작할게요!


자기소개?......화면공유?

앜........


예상치 못한 자기소개에 혼비백산한 라뗴.

화면 공유는 또 어떻게 하는 건지? —;


 급!  우사인 볼트로 빙의되어,  

 딸의 방으로  뛰어간다.

 빼꼼히 문을 여니 딸이 손으로 엑스자 표시를 하며  

줌 수업 중이라는 시늉을 한다.

얼른 카톡! 을 보낸다


 화면공유  어떻게 해?? 급해 ㅠㅠ


'아래쪽 중앙에 보면 화면공유 아이콘 있어.

교수님이 공유하라고 할 때

그거 누르고 첨부할 파일을 찾아서 가져오면 돼.'


부리나케 방으로 날라 ㅋ 와 화면공유 버튼ㅋ,

아니 화면공유 아이콘을 찾는다. 다행히 쉽게 찾았다;;

쉬는 시간 동안 화면공유로

창을 띄우는 연습을 해 본다.

(화면공유란 내 컴퓨터에 있는 소스를

줌 화면으로 가져가

참여자 전원이 함께 보도록 하는, 말 그대로 공유..^^;)

마우스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긴 했지만

해보니 된다 ^^;


드디어 수업이 재개되었다.

첨엔 당황해서 몰랐는데

융합스튜디오 교수님은

수시 면접 때 내게

유난히 질문을 많이 해주신 분이었다.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들면서


' 교수님께선 내 실체를  알고 계시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22학번 정원은 총 35명

화면에 비친 앳된 얼굴의 동기들은

자연스럽게!  천 번은 해 본, 능숙한 태도로,

'화면 공유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소개를 시작했다.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

라테의 전투력이 0.1 상승되었습니다...--;;)


디지털을 능숙하게 다루며

자신을 표현하는 재능이 부럽기만 한 라테..

그리고… 라테의 차례가 왔다..


**라테, 화면 공유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웠다!


저는 십이 년 전에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요~


뭐라고요? 십이 년 전??


소녀처럼 상냥하던 교수님의 음성이

카랑카랑하게 들려왔다.


순간 뭘 잘못한 줄 알고 놀란 라테...

그만  입이 얼어붙어버렸다.


아.. 저... 그… 게…


십이 년 전이면,
열 살 때  다큐를 만들었단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교수님께서는  

라테의 정체를 모르고 계신 것 같은...)


세상에 이런 일이..ㅠㅠ


맘 같아선 쓰러져 통곡을 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안 나오는 목소리를 끌어올려


저... 교수님…. 제가 만학도라... 52세여서...

저기.... 십이 년 전 마흔 살 때 …


어?? ….어머!!! 미안해요!!!


교수님이 거의 비명을 지르신다.


라테씨! 기억나요.  수시면접 때.!  

미안해요 어쩜... 얼굴이 너무 작아서 안 보였어요ㅜㅜ


교수님은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르시고.

나의 어린 동기들은  

50대 교수님과 50대 동기가 쏘아 올린

이 상황에 말잇못 ;; 분위기고….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라테....—


뭐 이제 나를 모르는 동기는 없겠네... 에휴....


그렇게 라테의 첫 수업은 첫 흑역사로 박제되었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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